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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선 Aug 07. 2017

D-83. 모험

브라이언 리틀, <성격이란 무엇인가>

1.

브라이언 리틀의 <성격이란 무엇인가>는 책 제목에 충실하다.

심리학 분야에서도 성격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성격심리학' 분야의 세계적인 학자인 리틀이 쓴 이 책은 마치 대학교 한 학기 교양 수업 하나를 압축해서 들은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인상깊은 문장들을 정리해본다.


2.

신경성 역시 다른 성격 요소에 큰 영향을 미친다. 신경성은 다른 기질의 '증폭기'라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성실하면서 신경과민인 사람은 신경과민 때문에 더욱 성실하고, 강박적 행동을 하기 쉽다. 그리고 반친화적이면서 신경과민인 사람은 위험할 정도로 대단히 적대적일 가능성이 높다.
- 61페이지


신경성 또는 정서적 안정성이라고 부르는 특성은 성격의 5대 특성(성실성, 친화성, 정서적 안정성, 경험 개방성, 외향성) 중 하나이다. 화장품 중에도 다른 화장품의 흡수를 도와주는 '부스터' 제품들이 있는데, 신경성 역시 그런 건가 보다.

내가 저 예시에 들어 있는 '성실하면서 신경과민인 사람'인 탓에 이 문장이 유독 마음에 들어왔다.

신경성 때문에 내가 더욱 성실하고, 때로는 강박적이었구나.


이처럼 내가 택한 관점은 서로 충돌할 수도 있는 세 가지 충실함을 강조한다. 개인의 생물적 성향에 대한 충실함, 사회적 관행에 대한 충실함, 핵심 개인 목표에 대한 충실함이다. 각 충실함은 그 나름대로 '자연스럽다'.
- 93페이지


흔히 드라마에서 '너답지 않아'라고 하면 거의 클리셰처럼 '나다운 게 뭔데?'라는 반응이 나온다.

나다운 것, 나로서 자연스러운 행동은 위에 나온 3가지에 충실할 때 그러하다고 한다.

첫번째로 생물적 성향에 대한 충실함 - 즉 타고 난 방식에 충실한 것.

두번째로 사회적 관행에 대한 충실함 - 사회에서 많이들 하는 방식에 충실한 것.

세번째로 핵심 개인 목표에 대한 충실함 - 어떤 목표에 충실해 그에 맞는 행동을 하는 것.


자연스러운 행동을 이렇게 세 가지로 분류한 게 흥미롭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나로서는 사회적 관행에 충실했을 때의 내가 자연스럽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사회적 관행을 어떻게 정의하느냐도 어려운 일이다.


원칙과 실용성의 차이를 말하다 보면 HSM은 상대적으로 무원칙적이고 중요한 핵심 가치를 따지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처럼 들린다. 그러나 HSM이 어떤 행동을 하는 동기는 단지 실용주의만이 아니라 '다른' 원칙에 충실하려는 이유도 있다. 즉, 남을 배려하고, 자기 외의 다른 것도 수용한다는 원칙이다. 내 남동생에게 잘해주는 남자친구가 가식적으로 보이거나 실제로 가식적일 수 있지만, 그의 동기는 상황을 장악하려거나 다른 사람을 이용하려는 게 아닐 수도 있다.
- 131페이지


이 문단 속의 HSM은 자기 점검 정도(Self-Monitoring)가 높은 사람으로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 내 행동이 내가 속한 환경의 규범과 기대를 반영하는지에 관심"을 두는 사람이다. (111페이지) LSM은 이와 반대로 타인의 시선에 크게 개의치 않는 사람 유형이다.

나는 LSM 성향이 강한 사람으로, HSM을 가식적이라고 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올해 알게 된 사람 중 위 문단에서 얘기한 것처럼 '다른' 원칙에 충실한 HSM을 보았다. 그리고 또다른 LSM과 HSM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 갈등을 겪는 경우도 보았다.

그들의 갈등은 어느 정도 봉합되었지만, 내가 만약 그 때 LSM과 HSM의 차이를 제대로 알고 있었다면 좀 더 서로를 이해시키기 쉽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삶에서 우리가 쥐고 있는 단추가 전원에 연결되었다는 확신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다양한 영역에서 우리 능력이 어떤지 객관적인 피드백을 받고 그것과 당당하게 대면할 수 있어야 한다. 더불어 야심뿐 아니라 재능과 능력에 맞는 목표에 힘을 쏟아야 한다. 그리고 주변 환경을 점검해 그것이 개인 목표 추구에 도움이 되는지 방해가 되는지 살펴야 한다. 이 과정은 많은 사람에게 불편하고 어쩌면 위협적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삶에서 새로운 모험에 전념하기 전에, 일단 자신에게 솔직해져야 하고, 우리가 조언이나 충고를 의뢰할 사람에게도 솔직하게 말해 달라고 해야 한다.
- 161페이지


여기서 '단추가 전원에 연결되었다'는 것은 내가 삶을 조절할 수 있다는 비유이다. 영어에 control-freak라고, 자신이 뭔가를 컨트롤하는 상황을 즐기거나 그런 상황이 아닌 것을 못참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 있는데, 내가 그런 성향이 있다. 우울증이 내게 힘든 이유 중에 하나는 내가 내 삶을 컨트롤 할 수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위 문단에 따르면, 무엇을 내가 컨트롤할 수 있고, 무엇은 아닌지 파악하기 위해 내 능력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취업준비생에게도 해당될 수 있는데, 내 재능이나 능력과 상관없이 무조건 높은 목표를 추구하면 컨트롤 능력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결국 컨트롤 능력을 높이려면, 나의 능력과 나를 둘러싼 환경에 대한 객관적 이해가 선결 조건이 된다.

쉽게 말하면 분수에 넘치는 행동을 하지 않으면, 오르지 못할 나무를 쳐다보지 않는다면 삶의 통제력은 높아진다는 얘기다.

당연한 얘기 같기도 하고, 슬픈 얘기 같기도 하다.


우리는 친밀한 타인과 지내는 법을 발견함으로써 우리가 누구인지 깨닫게 된다.
- 273페이지


내게 있는 친밀한 타인들은 어느 정도 나와 닮아 있다. 그들과 지내는 법은 어떤 면에서는 나와 지내는 법을 배우는 것이기도 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내가 누구인지 아는데 도움이 된다.


자기 목표를 추구하는 사람은 다른 목표를 추구할 때보다 더 우울해지는 성향이 있었다. 자신을 '개선'하려는 사람은 왜 우울해질까? 그런 목표는 보통 깊은 생각에 빠지게 한다는 것도 한 가지 이유지만, 자기 목표는 전형적으로 성취 가능성에서 낮은 점수를 받는다는 것도 또 다른 이유다.
- 301페이지


여기서 말하는 자기 목표는 개인 내면의 목표다. 스스로 돌아보고,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고 싶은 목표로, '쓰레기 치우기', '12시 전에 잠들기' 등의 행동과 대조된다. 그런데 이런 목표는 대체로 성취 가능성, 즉 성공할 확률이 낮다고 한다. 그러나!


자기 목표는 창조성과도 관련된다. 창조적인 사람일수록 자기 목표를 더 잘 받아들이고 그것을 우울한 짐이라기보다 모험으로 이해한다.
- 302페이지


누구는 자기 목표를 우울하게 받아들이고, 누구는 신명나는 모험으로 이해하느냐- 이 차이는 그 목표의 시작이 외부에 의한 것이냐, 내부에서 나와 스스로 결정한 것이냐-에 따라 달려있다고 한다.


자아를 바꾸거나 자아에 도전하는 목표가 외부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시작한 것이라면, 그 목표는 더욱 의미 있고, 관리 가능하며, 오래 지속되기 쉽다.
- 303페이지



3.

지금 내가 수행하고 있는 '백일의 백수' 과정은 일종의 자기 목표이다. 별로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을 때도 있지만, 때로는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한다. 백일동안 뭔가를 한다고 해도 하나도 달라져 있지 않으면 어떡하지? 와 같은 불안이 불쑥불쑥 찾아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생활, 이 목표에 대한 선택은 오롯이 내가 했다.

그러므로 나는 이 생활을 우울한 짐보다는 모험으로 이해하려 한다.


백수의 모험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To be continued.


*이 책의 모든 인용구는 <성격이란 무엇인가>(브라이언 리틀, 김영사)에서 인용되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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