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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선 Aug 08. 2017

D-82. 안녕, 우울

오랜만이야

1.

우울하다.

우울의 한가운데에 있을 때 글을 쓰는 경우는 많지 않은데.

그렇게 우울하진 않은 건가.

뭐, 적어도 손하나 까딱하지 못할 정도로 우울하진 않다.


2.

잘 놀고 온 날이었다.

점심, 저녁으로 반가운 사람들을 만나 청첩장을 주고.

많이 먹긴 했지만 밤 9시에 휘영청 솟아오른 보름달 보면서 공원 달리기도 하고.


이제 씻고

오늘의 글을 쓰고

잠만 자면 되는데.


덥석.

우울이 갑자기 덮쳐온다.


우울이 나를 덮쳐온 건가.

내가 우울을 부른 것인가.

알 수는 없다.


3.

이 기분을 뭐라 설명할 수 있을까.

아니, 그전에 굳이 설명할 필요는 있나.

그래도 쓰고 있으니 좀 낫다.

우울을 오롯이 느끼는 건 괴로운 일이다.


4.

겨울이 지독하게 추우면 여름이 오든 말든 상관하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부정적인 것이 긍정적인 것을 압도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받아들이든 받아들이지 않든 냉혹한 날씨는 결국 끝나게 되어 있고, 화창한 아침이 찾아오면 바람이 바뀌면서 해빙기가 올 것이다.
- <반 고흐, 영혼의 편지>


5.

한숨 자고 일어나면 지나가 있길 바라며.

내일은 아직 너를 들키면 안 되는 사람을 만나는 날이니.


솔직히 반갑진 않아.

그래도 네가 찾아온 이유는 있겠지.

없어도 뭐,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해.


내 안녕은 Hello일까, Goodbye일까?

글쎄.

답은 네가 알 테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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