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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선 Aug 11. 2017

D-79. 평범함에 대하여

평범한 게 뭘까

1.

앤 타일러의 <우연한 여행자>를 읽기 시작했다.

난 항상 책 읽을 때 책날개에 있는 저자 소개를 꼼꼼히 읽는다.

비문학이면 더욱 중요한 정보이고, 문학이어도 흥미로운 정보다.


앤 타일러 소개에는 이런 말이 적혀 있었다.


그녀가 창조해내는 인물은 마치 소설 밖으로 튀어나와 지구 위 어느 한 곳에서 소설 속의 일상을 이어 살아가고 있을 것만 같다. 평범한 듯 보이는 사람들도 알고 보면 모두 저마다의 개성으로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는 것처럼, 앤 타일러의 인물들 또한 거리에서 산책을 하거나 쇼핑을 하면서 스칠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지만 그 안으로 들어가 보면 저마다 독특하고 특별한 삶을 살고 있다. 앤 타일러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모든 사람들이 고통과 기쁨, 희극과 비극으로 가득한 삶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결국 평범한 사람은 없다는 사실을 증명해낸다.
- 앤 타일러, <우연한 여행자> 책날개 중


결국 평범한 사람은 없다라...

문득 궁금해진다.

평범하다는 게 과연 뭘까?


2.

평범하다의 유의어로는 보통이다, 흔하다가 생각난다.

평범한 것은 흔하고, 그 수가 많고, 정규 분포에서 양 끝단이 아닌 가운데에 위치해 있다.

그렇지만 평범하다-는 말은 모호함을 내포하고 있는데, 어떤 기준을 토대로 보통이고, 흔하다는 건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얼굴은 연예인 뺨칠만큼 예뻐도, 달리기 실력은 평범할 수도 있고

공부를 천재급으로 잘해도, 노래 실력은 무척 평범할 수도 있다.


그래서 모든 분야에서 평범한 것도 쉽지 않다-는 것 역시 많은 이야기에서 소재가 되고 있기도 하다.


재밌게 봤던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라는 일본 영화에서는,

스파이를 뽑는 자질로 평범함을 꼽는다.

테스트 중 하나가 마트에서 장보기인데, 아티초크 같은 걸 안 사고 대파를 사서 합격을 받는다.


3.

이전 회사에서 사원들은 인터뷰하고 글로 쓸 일이 있었는데, 뒤로 갈수록 각자의 포인트를 잡아내기가 힘들어서 애먹었던 기억이 있다.

인터뷰이가 어느 정도 평범해서 그런 것일 수도, 인터뷰어가 평범한 통찰력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 걸 수도 있다.

그래도 그때 느낀 건 글감 자체가 독특하면 글을 못 써도 흥미로운 글이 나온다는 것이다.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는 쉽게 공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뻔하고 흔한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위험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아직 제대로 읽지는 않았지만, 앤 타일러가 소설 속에서 평범한 인물을 어떻게 개성을 가진 인물로 느끼게 할지 궁금하다.


4.

최근 만난 지인과 대화하던 중에도 평범함이 화두로 떠올랐다.

지인의 주장은 자신은 이 정도 살아보니, 자신은 그저 평범한 사람일 뿐이라는 걸 인정하고 살겠다는 것이었고, 나는 아직 그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겠다고 했다.


솔직히, 나는 내가 평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로 부끄럽지만 그렇게 생각한다.


굳이 재주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난 대체로 나를 극단으로 바라본다.

겁나 멋지거나, 겁나 비루하거나.


그렇지만 내가 왜 평범한 사람이 아니냐고 누가 물어본다면, 딱히 근거는 없다.

그냥...

그냥...

그냥 그렇게 생각한다.


정확히 말하면 평범하지 않고 '싶다'.


5.

오늘은 글쓰기가 힘든 날이었다.

매일 글쓰기가 꽤 버거운 일이라는 걸 시간이 지날수록 느끼고 있다.

100일의 마라톤에서 이제 20% 왔는데, 일단은 계속 달리고 싶다.

그 마음으로... 쓰기 싫은 날에도 책상에 앉았다.


그래도 누군가에게 징징거리고 싶어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글쓰기가 싫어"

- "그럼 쓰지마"

"그래도 쓰고 싶어"

- "그럼 써"

같은 실없는 대화를 주고 받은 후, 물어봤다.


"난 평범한 사람이야?"

- "흠, 아닌 면이 많은 것 같은데?"

"왜? 자기가 생각하는 평범함은 뭔데?"

- "음... 세상이 쩌들지 않은 면?"


생각지도 못한 답변이 나와서 재밌었다.


내 기준은 뭘까.

난 어떤 사람을 평범하지 않다고 생각할까.


아직 구체적으로 딱! 감이 오지는 않지만,

두리뭉실하게 보자면 "세상을 자기 관점으로 바라보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흠, 생각은 더 해봐야 할 것 같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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