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구 힘들다
1.
결혼 준비의 큰 산이 여러 개 있겠지만, 집 장만과 이사가 그 중 하나이지 싶다.
한 달 전인가, 가계약을 하고
이번주 수요일, 본계약을 하고 입주청소를 한 뒤
오늘 남자친구가 먼저 이사를 했다.
몸만 들어올 수 없기에 가구, 가전들도 날짜를 맞춰 오늘 들였다.
아침 10시부터 거의 밤 10시까지 내내 가구와 가전 기사님을 맞이하고, 짜잘하게 필요한 물품을 사고, 정리를 하면서 하루를 보냈다.
난 10월에 본격 이사를 할 예정이지만, 오늘은 첫날 기념으로 나도 이 집에서 하루를 보낸다.
2.
수요일만 해도 뭔가 (비록 전세지만) 내 집이 생긴 건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막상 오늘은 일만 한 느낌이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아직 꽤 낯설다.
뭔가 콘도에 온 것 같기도 하고.
3.
난 진짜 집이 이사하는 건 평생 딱 한 번 경험했다.
나머지는 다 대학생 시절의 기숙사 생활과, 시흥에서 회사를 다니던 시절 짧게 자취를 하기 위해 이사를 한 것 뿐이었다.
내 진짜 이사는 8살, 초등학교 1학년 겨울에 이뤄졌다.
햇수로 약 20년을 지금 사는 집에서 살고 있다.
기숙사 생활, 교환학생 생활, 자취 생활을 위해 짐을 싸서 나간 적은 있지만 항상 내 짐의 일부는 진짜 집에 있었다.
그런데 아마 10월의 이사에서는 거의 나의 모든 걸 옮길 것 같다.
4.
엄마아빠는 휴가에 가셨다 오늘 돌아오셨고,
남자친구와 함께 그 전에 잠깐 집에 들러 미리 사놓은 냄비 세트 등을 가져왔다.
나중에 엄마한테 전화하니 뭔가 서운하다 하신다.
말은 내꺼 내가 가져가는데 왜 서운하시냐-했지만,
왜 그러신지 알 것 같다.
5.
내 집도, 남의 집도 아닌 것 같은 새 집에서의 하루가 저물어 간다.
긴 하루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