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명선 Aug 13. 2017

D-77. 그림 심리상담

그림으로 보는 내 마음

1.

이것 저것 경험해보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백수가 되어서 좋은 일 중 하나는 그동안 위시 리스트에만 저장해놓았던 해보고 싶은 것들을 맘껏 해볼 수 있는 것이다.

금요일부터 오늘까지, 수원에서는 화성을 중심으로 '수원야경'이라는 행사가 개최되었다.

원래도 밤에 예쁜 수원 화성이지만, 이 행사 기간 동안에는 다채로운 행사도 열리고 미디어아트쇼도 펼쳐졌다.

그리고 가게들도 특별히 늦게까지 영업을 했다.


한 카페에서 이 행사를 기념해 간단한 그림 심리상담 + 커피 한 잔을 만원에 판매했다.

저녁 9시가 넘은 시간,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카페에 가서 처음으로 그림 심리상담을 경험해보았다.


2.

워낙 저렴한 상품이기에 오늘의 상담은 일종의 타로 같은 맛보기였다.

선생님 말이, 원래는 그림을 그리고 이후에 상담을 지속하기도 하고 그림을 열한장 정도 그리는 프로그램도 있다는데, 오늘은 딱 한 장 그렸다.

내가 그려야 할 소재는 집, 나무, 사람이었다.

각 소재가 하나의 이야기를 이루도록 그려달라고 했다.


내가 그린 그림은 이렇다.

대강의 이야기는 창이 큰 집이 있고, 평범한 나무가 있고, 집 앞에 사람이 앉아 흐뭇하게 바라보는 광경이라고 설명했다.


3.

기억나는 대로 적어보는 선생님의 해석은 이렇다.(기억 및 이해의 오류가 있을 수 있음)


- 그림에 부가적 요소가 별로 없고 심플한 점이 우울감을 좀 보여준다. 그래도 그림 크기가 큰 것 등을 보아 현재 많이 우울한 상태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래도 자신감이 많지 않은 걸 그림을 통해 알 수 있다.

- 집에 문이 있긴 하지만 비스듬하고 사람이 들어가기에 좋은 위치에 있는 것이 아닌 것으로 보아 대인 관계에 있어 그렇게 열리진 않았다고 볼 수 있다.

- 집, 나무, 사람을 묶는 일종의 테두리가 있는 것으로 보아 대인관계에서 어느 정도 선을 긋는 면이 있을 수 있다.

- 사람의 표정은 웃고 있지만, 어느 정도 가식적인 웃음이다. 가면을 쓰고 있는 걸로 볼 수도 있다.

- 웅크리고 있는 자세 역시 자신감이 없고, 약간의 애정욕구를 볼 수 있다. 가족이든, 남자친구든.


4.

내가 그림을 그리면서 우울증으로 상담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고 얘기했기 때문에, 그것에 맞춰서 해석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무의식적으로 그림을 다 그리고 마지막에 그었던 선을 보고 대인관계에 있어 어느 정도 선을 긋는 면을 얘기한 부분에서는 좀 놀랐다. 실제로 그런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5.

그림을 그리면서, 그리고 선생님의 해석이 끝난 후 짧게 다른 이야기도 나누었다.

앳되어 보이는 외모셨지만, 해외에서 예술치료로 학사와 석사 과정을 전공했다고 한다.

나에게 상담치료를 받는 것도 좋지만, 본인이 직접 치료를 배워보는 것도 좋다고 권하셨다.

본인 역시 자신의 필요로 심리치료의 길로 들어섰다고 하면서.


6.

실제로 나는 8월 말부터 독서치료 수업을 들을 예정이다.

나에게 어떤 경험으로 다가올지, 기대된다.


<끝>






매거진의 이전글 D-78. 이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