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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선 Aug 14. 2017

D-76. 플라워 클래스

내 손으로 핸드타이드 꽃다발 만들기 대작전

1.

이틀 뒤면 엄마 생신이다.

엄마는 꽃을 좋아하셔서, 엄마 생신은 물론 내 생일에도 엄마께 꽃을 사드린다.


우리 동네에는 약 2년 전에 생긴 내 맘에 쏙 드는 꽃집이 하나 있다.

수원의 별로 번화하지 않은 작은 동네에 생긴, 디자인이 깔끔하고 주인언니가 센스있는 가게다.  

대부분의 동네꽃집처럼 화분을 주로 취급하기보다는 꽃다발 위주로 하시는 듯하다.


인스타그램도 팔로우하면서 소식을 자주 접하곤 했는데, 8월 동안 저렴한 가격에 핸드타이드 클래스를 진행한다고 해서 바로 신청했다.

어차피 엄마 생신 때문에 사야 할 꽃, 내 손으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

수업 재료로 준비해놓은 꽃과 풀잎은 총 10가지였다.

장미만 4종류였고(샤만트, 캐리, 봄바스틱, 올포러브) 그외 종류로 카네이션, 리시안셔스, 안스리움, 용담초, 향등골, 레몬잎이 있었다.

장미도 다 같은 장미가 아니라는 걸 처음 알게 되었다.


3.

수업은 두 가지 방식의 핸드타이드를 배우고, 내가 직접 두 가지를 해보고, 마음에 드는 방식으로 최종 꽃다발을 만드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첫 번째 방식은 앞면을 중심으로 만드는 스파이럴 방식(아래 사진 왼쪽)과, 촬영용으로 많이 쓰이는 동그란 방식(이름이 뭔지 까먹음, 사진 오른쪽)이 있었다.

꽃을 잡을 때는 꽃 중에서도 굵은 대를 가진 꽃을 먼저 잡고, 꽃과 그린(장식용 풀잎을 지칭하는 듯)이 잘 조화를 이루게, 그리고 꽃 색감이 겹치지 않도록 잡는게 포인트라고 했다.

재밌는 것은 꽃에도 얼굴이 있어 예쁜 얼굴을 가진 쪽을 보이게 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고보니 예전에 봤던 드라마 '여름향기'에서 여주인공 손예진의 직업이 플로리스트였는데, 노란 장미에 홍조가 있네 어쩌구 했던 게 생각이 난다.


4.

어제 그림 심리치료도 그랬지만, 오늘 플라워 클래스도 새로운 경험을 해본다는 점, 그리고 이 기회를 빌미로 이 일을 하는 사람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점이 참 좋았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3년 동안 UX리서처로 지내는 동안 배우고 익힌 게 인터뷰여서, 흥미로운 사람을 만나면 꽤 세세한 부분까지 인터뷰하듯 물어보게 된다.


5.

오늘 만난 플로리스트 언니는 꽃을 전공으로 해서 이 길에 접어들게 되었는데, 하면서도 계속 좋아서 이렇게 가게까지 차리게 되었다고 한다.

꽃가게를 운영하면서 힘든 점은 일주일에 두세번 새벽 꽃시장을 가야 하는 점이나, 오래 서 있어야 하는 점(그래도 자신의 가게니까 맘껏 쉬지, 고용되서 일하면 정말 오래 서 있어야 한다고)이다.

내가 서점을 해보고도 싶은데, 가게에 혼자 쳐박혀 있을 생각을 하니 답답해서 못할 것 같다고 하자, 어느 정도는 맞는 소리라며 일종의 '창살 없는 감옥'이라고 했다.

그래도 자신의 일에 대한 애정이 있어 보여 좋았다.


6.

꽃은 생활하는데 참 쓸모없는 사치품으로 볼 수도 있지만, 난 꽃집이 많고 정기적으로 꽃을 소비하는 동네일수록 행복도가 높은 곳일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러고보니 나를 위해 꽃을 사본지 얼마나 되었는지 모르겠다.

다음 번에 뭔가 외롭고 쓸쓸할 때, 나에게 꽃 한다발 선물해봐야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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