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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선 Aug 19. 2017

D-71. 스물, 스물 여덟

오랜 친구들

1.

스무살에 만났던 대학 동기 K, J와 함께 양평에 1박 2일 여행을 왔다.

양평에서 갈만한 곳으로 찾아본 건 두물머리랑 몇 곳의 맛집뿐.

운전이 서툰 J가 운전대를 잡고, 내가 조수석에 앉아 아주 약간의 도움을 주며 무사히 양평에 왔다는 것 자체에 만족을 했다.


두물머리는 사람은 많았지만 별로 볼 것은 없었고,

그나마 먹고 싶었던 연잎 핫도그는 줄이 너무 길었다.


이 와중에 K가 배탈이 나서 저녁으로 먹기로 했던 오리백숙을 스킵하고 일찍 펜션에 입실해 보드게임을 신나게 한 후,

주말 가족드라마를 같이 보면서 이러쿵 저러쿵 수다를 떨고.


졸리다는 J를 위해 잠자리에 누웠지만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잘 생각은 또 없어진다.


2.

며칠 전에 학교에 갈 일이 있었고, 마침 약속 장소도 가장 자주 가던 식당이었다.

정말 오랜만에 찾아갔는데, 들어서는 순간 스무살 신입생 시절의 기억이 플래시백처럼 스쳐지나갔다.


스무살 시절의 우리 고민은 뭐였나.


누군가를 좋아했고.

술을 얼마나 마실 수 있나 알아봤고.

시험 전날 공부를 하는 게 맞나, 술을 마시는 게 맞나 갈등하고.

동아리를 어떤 걸 들어가야 대학 생활을 재밌게 할 수 있나 고민하고.


그 정도 아니었을까.


그러던 우리가 어느덧 스물여덟이 되어서,


결혼을 하는게 좋은가

아이는 인생에 필요한 걸까

회사는 언제까지 다녀야 하는 걸까

서울 집값은 왜 이렇게 비쌀까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3.

신입생 시절이 그렇게 찬란하지도 아름답지도 않았기 때문에 많이 그립지도 않다.

지금보다 아는 게 없어서 더 행복하기도 했겠지만,

그만큼 더 멍청했고 혼란스럽기도 했다.


4.

스물여덟의 지금도 그렇게 찬란하지도 아름답지도 않으니까 나중에 별로 그립지도 않으려나.

그렇게 생각하면 좀 슬프지만.

그립지 않다고 소중하지 않은 건 아니니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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