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명선 Aug 30. 2017

D-60. 책을 매개로 상담하기

리딩큐어 기본과정 1회차

1.

오늘부터 연세대학교 미래교육원에서 진행되는 '독서심리치료(리딩큐어)' 기본과정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감기 기운이 있었고 수원에서 왕복 세시간이 걸리는 거리지만, 그래도 내가 배우고 싶은 걸 새로 배운다는 것은 항상 설레는 일이다.


2.

강현희 선생님이 이끄는 리딩큐어는 책을 매체로 한 상담치료이다.

교재에 나오는 정의는 다음과 같다.


책, 그림, 영화, 연극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나, 너, 세상 읽기(Reading)를 하며 스스로 문제를 돌아보고 문제해결의 바른 행동-사고-정서를 확립하여 저마다 우리 사회의 에이스로 성장하게 하는 치료적 가치와 예방적 가치를 모두 지닌 매체를 활용한 심리치료의 한 분야


심리상담을 할 때 매체를 이용하는 경우는 기존 상담이 내담자의 언어능력이나 상담참여 의지에 따라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어른일수록 말을 너무 많이해서 상담자가 끊는 게 어려운 정도이고, 어린 아이일수록 말을 안해서 속마음을 끄집어내는 게 큰 일이라고 한다.


리딩큐어는 독서치료의 한 분야라고 할 수 있다.

흔히 독서치료라고 하는 것은 영어로 Bibliotheraphy라고 하며, 상담자에게 필요한 책 추천을 하고 끝나는 경우부터, 책을 매개로 상호작용을 하는 경우도 있다.

지식이나 어휘 전달이 주된 목표인 독서 지도와는 다르게, 책 내용과 내담자가 치료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3.

오늘은 오리엔테이션 겸 첫 수업이라 리딩큐어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 개괄적으로 설명을 들었는데, 명확히 감이 잡히진 않는다.

일반 상담과는 다르게 뭔가 매개체가 있다는 것. 그래서 언어적 소통의 한계가 있는 대상과 상담을 하는데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선생님께서 예시로 든 사례도 대체로 어린이나 청소년이었고, 매개체가 되는 책은 그림책이 많았다.

나는 나 자신을 비롯해 성인을 위한 상담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리딩큐어가 성인을 위해서도 적합한 방식일지는 앞으로 들으면서 생각해봐야겠다.


4.

강현희 선생님은 수업만 들어도 내공이 굉장히 높은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수업 중간중간 상담 사례를 들려주셨는데 정말 다양한 이유로 사람들이 상담소를 찾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늘 들었던 내용 중 가장 인상깊은 개념은 "외재화(Externalization)"라는 것이다.

문제를 사람으로부터 분리하는 것으로, 상담의 기본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화가 난 아이가 있다면 아이에게 "나의 화는 어떻게 생겼을까? 털복숭이처럼 생겼을까? 배추도사처럼 생겼을까?" 같은 질문을 하면서 자신과 화를 분리하게 한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선하고 귀한 존재인데, 문제 때문에 영향을 받는다는 논리다.


수업 후에 아는 오빠를 만나 같이 점심을 먹는데,

요즘 많이 외롭다, 등 푸념을 늘어놓으면서 마지막에 "에휴, 내가 문제야"라고 하는데 딱 외재화가 떠올랐다.


아이뿐만 아니라 성인들도 자주 저지르는 인지적 오류이다.


5.

세상에는 다양한 상담 자격증이 있다.

유명한 자격증은 대체로 심리학 석사 과정을 밟고 2년 이상 상담 수련을 거쳐야 딸 수 있다.

이에 비해 리딩큐어 자격증은 그렇게까지 무거운 자격증은 아니다.

이 과정을 밟고 나서 내가 제대로된 상담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들기도 한다.


오늘 선생님은 이런 말을 하셨다.

상담을 하는데 제일 필요한 자질이 뭔지 아냐고.

그건 사람들의 아픔과 고통을 볼 수 있는 능력이라고.


이 능력 역시 쉽게 얻어지는 건 아니지만, 분명 지식이 많아야만 좋은 상담자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첫 수업을 무사히 다녀와서 다행이다.

이번 겨울에도 우울증이 다시 재발할지 모르는데, 이 수업만큼은 끝까지 들을 수 있길 바란다.


<끝>




매거진의 이전글 D-61. 천천히 걷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