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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선 Sep 01. 2017

D-59. 가계부

내 통장은 화수분이 아니라는 걸 깨닫는 순간

1.

8월의 마지막 날이다.

어제보다는 더워지긴 했지만 하늘은 맑고, 바람은 선선하다.

진짜 가을이 오고 있다.


2.

나에게는 월말마다 진행하는 의식이 있다.

바로 가계부를 적는 것이다.


내 가계부의 목적은 한 달동안 쓴 돈의 총액을 파악하고, 주요한 소비가 어디서 이루어졌는지 기록하기 위함이다.


가계부를 정리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주로 사용하는 카드 어플에 들어가 이번 달에 쓴 금액 총액을 확인한다.

2) 3만원이 넘는 금액에 대해서는 주요 지출 장부에 기록한다.

3) 혹여 부당 지출 금액(내가 결제하긴 했으나 1/N을 해서 친구들한테 현금으로 받은 경우)이 있으면 표기한다.

4) 은행과 토스 계좌의 출금내역을 확인하면서 계좌에서 직접 출금한 금액의 총액을 확인한다. 역시 3만원 이상 되는 금액은 주요 지출 장부에 기록한다.

5) 1과 4를 더하고 부당 지출 금액을 빼서 총 지출 금액을 산출한다.

6) 주요 지출 장부에 적어놨던 금액을 합산해 주요 지출 금액을 산출하고, 이를 총 지출 금액에서 빼서 일반 지출액을 산출한다.


3.

평소에 내 한달 목표 지출금액은 다음과 같다.


일반지출 50만원 (교통비, 통신비, 일상적 식비 등)

주요지출 30만원 (데이트 비용, 특별한 물건 구매 등)

경조사비 5만원

>> 총액 85만원


6월과 7월에 목표금액을 달성해 뿌듯해 했었는데.

이럴수가!

이번달 계산을 해보니 정말 충격적인 금액이 나왔다.


일주일에 평균 5회씩 잡혀있었던 청첩모임,

충동적으로 다녀왔던 라오스 여행,

리딩큐어 수업 신청료 등이

모두 포함된 금액이긴 하지만 막상 계산해서 숫자를 보고 나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원래는 용돈 통장에 딱 한달 용돈만 넣어놓고 사는데,

이번에는 세 달동안 쓸 생각으로 여유롭게 넣어놨던 게 실수였던 것 같다.


막상 항목들을 보면 크게 과소비를 한 건 아니지만,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꼭 필요한 소비만 하고 살았던 건 아닌듯하다.

주요지출뿐만 아니라 일반지출도 매우 큰 걸 보면 알 수 있다.


4.

백수로서 반성한다.

풍족하게 넣어뒀던 용돈 통장의 돈을 딱 용돈만큼만 남기고 다른 계좌로 이체시켰다.


체계에도 조금의 변화를 주었다.

원래는 카드 2개를 쓰면서, 오프라인 소비와 온라인 소비+교통카드로 나눠 놓았다.

새로운 체계에서는 카드 3개를 쓰면서 1) 일상적 오프라인 소비 2) 교통카드 및 일부 온라인 소비 3) 결혼 관련 소비를 담당하게 할 생각이다.


이 체계가 효과적인지는 다음 달이 되어야 알 수 있겠지만.


5.

새삼 돈 쓰는 게 참 쉽다는 걸 느낀다.

사람들 밥 사줄 때는 참 기분이 좋았는데, 막상 지출액의 덩치를 파악하고 나니 속이 쓰라리다.


9월에는 좀 더 필요한 소비만 알뜰하게 하는 걸로.

지속가능한 백수가 되기 위해서 절약은 필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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