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살 소년과의 대화
1.
시댁에 왔다.
예단을 무사히 전달드렸고,
향어회라는 민물회를 초장에 버무려서 배터지게 먹었다.
잠깐 밤산책을 나갔는데,
막상 걷다보니 6.8km나 되는 거리여서 한시간 반이나 걸었다.
이제 씻고 잘 준비를 하는데,
7살된 시조카 남자아이가 은근슬쩍 내 방에 들어와서 트랜스포머 범블비를 가지고 논다.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재밌다.
집중력을 가지고 듣지 않으면 같은 한국말을 하면서도 반 정도는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되는 게 흠이지만.
2.
용기있게 대화에 도전해봤다.
- 넌 꿈이 뭐야?
> 소방관이요. 근데 진짜 꿈은 아니에요.
- 그럼 진짜 꿈은 뭔데?
> 닌자요. 그런데 닌자는 빨리 움직여야 돼서 0킬로여야 돼요.
혼자 속으로 웃고 있는데, 반격을 당했다.
> 외숙모는 꿈이 뭐에요?
- 나...? 난 서점을 여는 거야.
> ...
- 서점이 뭔지 알아?
> 알아요. 마트 같은 거잖아요.
- 응 ㅋㅋ 책만 파는 마트 같은거야.
> 그래서 꿈을 이뤘어요?
3.
그래서 꿈을 이뤘냐는 질문은 처음 들어본 것 같다.
사실 서점도 꿈까지는 아니다.
그냥 요즘 하고 싶은 일일뿐.
하고 싶은 일을, 계획해서 실행한다고 표현하는 것과
꿈을 이룬다고 표현하는 것 사이에는 큰 간극이 존재한다.
4.
여전히 꿈을 꾸긴 하지만,
막상 꿈을 이룬다-거나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 것 같다.
이룰 수 있는 꿈은 꿈이 아니라고 여기는 것 같기도 하고.
5.
이룰 수 없을수도 있는 뭔가를 간절히 바란 적이 언제였던가.
언젠가 또 비슷한 질문을 만난다면,
그래서 꿈을 이뤘냐-는 소리를 듣는다면,
응. 그리고 여전히 다른 꿈을 계속 꾸고 있어-라고 대답할 수 있는
어른이 되길 꿈꾼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