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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선 Sep 02. 2017

D-57. 꿈

일곱살 소년과의 대화

1.

시댁에 왔다.

예단을 무사히 전달드렸고,

향어회라는 민물회를 초장에 버무려서 배터지게 먹었다.


잠깐 밤산책을 나갔는데,

막상 걷다보니 6.8km나 되는 거리여서 한시간 반이나 걸었다.


이제 씻고 잘 준비를 하는데,

7살된 시조카 남자아이가 은근슬쩍 내 방에 들어와서 트랜스포머 범블비를 가지고 논다.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재밌다.

집중력을 가지고 듣지 않으면 같은 한국말을 하면서도 반 정도는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되는 게 흠이지만.


2.

용기있게 대화에 도전해봤다.


- 넌 꿈이 뭐야?

> 소방관이요. 근데 진짜 꿈은 아니에요.

- 그럼 진짜 꿈은 뭔데?

> 닌자요. 그런데 닌자는 빨리 움직여야 돼서 0킬로여야 돼요.


혼자 속으로 웃고 있는데, 반격을 당했다.


> 외숙모는 꿈이 뭐에요?

- 나...? 난 서점을 여는 거야.

> ...

- 서점이 뭔지 알아?

> 알아요. 마트 같은 거잖아요.

- 응 ㅋㅋ 책만 파는 마트 같은거야.

> 그래서 꿈을 이뤘어요?


3.

그래서 꿈을 이뤘냐는 질문은 처음 들어본 것 같다.

사실 서점도 꿈까지는 아니다.

그냥 요즘 하고 싶은 일일뿐.

하고 싶은 일을, 계획해서 실행한다고 표현하는 것과

꿈을 이룬다고 표현하는 것 사이에는 큰 간극이 존재한다.


4.

여전히 꿈을 꾸긴 하지만,

막상 꿈을 이룬다-거나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 것 같다.

이룰 수 있는 꿈은 꿈이 아니라고 여기는 것 같기도 하고.


5.

이룰 수 없을수도 있는 뭔가를 간절히 바란 적이 언제였던가.

언젠가 또 비슷한 질문을 만난다면,

그래서 꿈을 이뤘냐-는 소리를 듣는다면,

응. 그리고 여전히 다른 꿈을 계속 꾸고 있어-라고 대답할 수 있는

어른이 되길 꿈꾼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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