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와이스 <Cheer Up>, 빅뱅 <Bae Bae>
1.
집중해서 듣지 않으면 한국어 노래라도 가사가 잘 안 들릴 때가 많다.
유행하는 대중가요의 경우, 반복되는 후렴구나 인상깊은 구절만 기억해서 따라하는 경우가 많은데, 어쩌다가 집중해서 가사를 들었을 때 뜨악하게 되는 가사가 은근 있다.
어제 밀양에 있는 시댁에 예단을 드리고 올라오는 차 안에서 들었던 트와이스의 <Cheer Up>,
그리고 오늘 설거지를 하면서 들었던 빅뱅의 <Bae Bae>가
거슬리는 노래의 전형적인 예시라고 할 수 있다.
2.
Cheer up baby cheer up baby 좀 더 힘을 내
여자가 쉽게 맘을 주면 안돼
그래야 니가 날 더 좋아하게 될걸
힘을 내라는 말까지는 좋은데, 힘을 내야 하는 이유가 내가(여자가) 쉽게 마음을 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쉽게 맘을 안줘야 더 좋아하게 된다는 논리도 정말이지 마음에 안든다.
자신의 밀당과 어장관리를 정당화하고 있다.
바로 바로 대답하는 것도 매력 없어
메시지만 읽고 확인 안 하는 건 기본
메시지만 읽고 확인 안한다-는 흔히 말하는 읽씹(읽고 씹는다, 대답을 안한다는 말)을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게 기본이라니.
아주 예의를 쌈싸드셨다.
본인이 당해봐야 정신을 차릴 것 같다.
(위의 가사는 모두 트와이스의 Cheer up)
3.
Baby Baby 지금처럼만 아름다워 줄래 넌
시간이 지나도 내가 설렐 수 있게
Baby baby 넌 시들지 마 이기적인 날 위해
그 모습 그대로 넌 그대로 여야만 해
찹쌀떡~ 찹쌀떡~ 하는 후렴구가 재밌는 빅뱅의 <Bae Bae>
듣다 보니 여자가 그 어떤 순간에도 아름답고 예쁘길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
그나마 스스로도 이런 마음이 '이기적'이라는 걸 알긴 하지만, 결국 자기 관리 잘해서 피부도 몸매도 잘 유지하라는 소리로 들린다.
난 예쁜 꽃을 든 남자
모든 이가 사랑할 너란 꽃을 든 남자
이 부분은 남자의 과시욕과 정복욕이 은유적으로 표현되어있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
너는 아름다운 꽃이고, 그런 너를 든(소유한, 정복한) 나는 잘난 남자.
여자는 남자의 위상을 높여주는 악세사리 같은 존재로 취급된다.
4.
한 노래는 여성의 입장에서, 한 노래는 남성의 입장에서 쓰여졌지만
두 곡 모두 듣는 여자인 나를 매우 불편하게 만든다.
좋아하는 마음이 있으면서도 남자를 애닳게 만들려는 <Cheer up>의 화자나,
여자가 아름다울 때만 떠받들고 사랑할 것 같은 <Bae Bae>의 화자나
다 맘에 안든다.
거슬린다, 정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