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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선 Sep 10. 2017

D-50. 반환점

음주작문

1.

대학동기 청첩모임이 있는 날이었다.

그리 많은 인원이 모이지는 않았지만 오후 6시에 모여 새벽 1시가 넘는 시간까지 알차게 놀았다.

주량이 꽤 넘는 양을 마셔 정신이 뱅글뱅글하다.


내가 지금 글을 쓸 수 있는 건 순전히 관성 때문이다.


2.

D-50을 얼마나 기대했는데 이렇게 취해버려서 아쉽다.

달리기로 치자면 반환점을 돈 셈이다.


최근에 읽은 책에서 어떤 궤변을 봤는데, 정확하지는 않지만 다음과 같다.


두 바퀴를 뛰었으면 그 힘으로 나머지 두 바퀴를 더 달릴 수 있으니 네 바퀴를 달릴 수 있고, 그러면 또 네 바퀴를 더 달릴 수 있고, 그 다음에는 여덟 바퀴를 달릴 수 있고....


뭐 이런 식이다.

요약하자면 반을 해냈으면 그 힘으로 나머지 반도 해낼 수 있다는 얘기다.


3.

반밖에 안왔다고 볼 수도 있고

반이나 왔다고 볼 수도 있다.


지난 50일동안 나는

좀 더 게을러졌고,

대부분의 청첩모임을 끝냈고,

서점을 열고 싶은 열정이 서서히 커졌다.


앞으로 남은 50일 동안 내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저 큰 불행은 피하고, 소소한 행복은 자주 생기길 바랄 뿐이다.


반이나 달린 나에게 박수를 보내며

나머지 반을 달릴 나에게는 힘찬 응원을 보낸다.


화이팅.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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