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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선 Sep 18. 2017

D-41. 나의 사소한 독서습관들

책 속으로

1.

선호는 어느 정도 상대성을 가진다.

타인과의 상대적 비교일수도 있고, 다른 것과의 상대적 비교일 수도 있다.


가령, 내가 영화를 좋아한다-라는 문장을 쓰고 싶다면,

내가 다른 사람에 비해 영화를 정말 좋아하는 편인지를 밝히면 더 좋은 주장이 되고,

또는 내가 좋아하는 다른 것들 - 음악듣기, 책읽기 등 - 에 비해서 좋아한다고 해도 더 좋은 주장이 된다.


2.

뭐, 사실 굳이 이렇게 머리 아프게 생각하지 않고, 싫어하지 않으면 좋아하는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자신의 선호를 명확히 이해하는 것은 살아가면서 중요한 일이다.


지금 읽고 있는 책 중의 하나인 <일상기술연구소>(제현주/금정연, 어크로스) 서문에서 제현주 씨가 책에 수록된 모든 일상기술자들을 만나고 배운 핵심 기술로 꼽은 두 가지 중 하나가 '자신의 선호를 이해하는 기술'이다.


선호의 절대적이고 상대적인 정도를 이해하는 것은 남에게 자랑하기 위한 용도가 아니라, 나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 타인과의 의견 충돌에서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치킨을 선호하는 정도가 100이고, 상대가 만두를 선호하는 정도가 70일 때, 공리적인 관점에서는 치킨을 먹는게 이득이다. 선호하는 정도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가 어려운 일이지만, 이론적으로는 가능할 것 같다.


3.

위의 내용은 결국, 나는 책읽기를 좋아한다-는 문장을 쓰려다가 주저하고 망설인 과정의 부산물이다.

막상 책읽기를 좋아한다-라고 쓰려니 나보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 엄청 많은 것 같고, 무엇보다 내가 책을 읽을 때 그렇게까지 즐거운가?라는 생각이 들어서 머뭇거리게 되었다.


하지만 2015년 OECD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어른의 30%가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고 하니, 나는 정규분포에서 굉장히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인게 분명하다.

또한 내가 요즘 백수로 사는 시간 동안 하려는 일 중 강제성이 없는 일들 - 글쓰기, 책읽기, 동영상강의 보기 등 - 에서 가장 높은 선호도를 차지한다. 안타깝게도 하지 않으려 하지만 하게 되는 일들 - 휴대폰으로 시시껄렁한 커뮤니티 게시판 탐독하기, SNS 기웃거리기 - 보다는 밀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책을 좋아하고, 책 읽는 걸 좋아한다.


4.

4-1.

나는 책을 주로 도서관에서 빌린다. 책은 좋아하지만, 책을 소유하고 싶지는 않다. 간직하고 싶은 책도 있고, 도서관에서는 없는 책도 있고, 동네서점을 밀어주고 싶은 마음도 있어서 종종 구입하긴 하지만 대개 빌려 본다. 다행히 우리 집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새로 지은 쾌적한 도서관이 있고, 수원시 도서관 어플을 이용하면 '상호대차'라고 해서, 수원시내 다른 도서관의 책을 집근처 도서관에서 수령해 빌릴 수도 있다.


4-2.

나는 책을 동시에 여러 권을 읽는다. 지금도 내 책상 위에는 7권의 책이 쌓여있다. 정말 재밌는 책은 집중해서 후다닥 읽어버리기도 하지만, 웬만큼 빠져들지 않고서는 한 챕터 읽고 나면 다른 책으로 넘어가곤 한다. 할 일을 다 해놓고, 책 3권 정도를 집어서 침대 위에 펼쳐놓고, 이불 속에서 한 챕터씩 돌아가면서 읽고는 한다.


4-3.

책을 읽으면서 밑줄을 긋거나 메모를 하지는 않는다. 대신 플래그 포스트잇을 통해서 간직하고 싶은 문장에 붙여놓는다. 빌린 책의 안타까운 점은, 나중에 이 플래그를 다 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도 대부분의 책 리뷰를 브런치에 쓰기 때문에 문장 자체는 잃어버리지 않는다.


4-4.

책 위시 리스트를 꾸준히 업데이트하고, 이 위시 리스트의 책들을 할 일 목록 지우듯이 지워나간다. 대체로 책 읽어내는 속도보다 새로운 책을 위시 리스트에 추가하는 속도가 빨라서 위시 리스트에는 항상 20-30권의 책이 쌓여 있다.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을 받기도 하고, 오프라인 서점을 둘러보다가 흥미로워 보이는 책을 리스트에 추가하기도 한다. 책 속에서 인상깊에 인용되는 책 역시 위시리스트 추가 대상이다.


4-5.

완독에 대한 강박은 없다. 재미없는 책, 와닿지도 않는 책을 억지로 붙잡고 싶지 않다. 예전에는 읽은 책을 리스트업하고는 했는데, 기준을 세우다 보니 완독한 책만 리스트에 넣게 되고, 이러다보니 완독에 집착하게 되었다. 어느 순간부터 리스트 만드는 걸 포기했고, 자연스레 완독에 대한 집착도 사라졌다. 하지만 책에 충분한 기회는 줘야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가능한 100페이지까지는 읽어보려 한다. 100페이지까지 읽었는데도 날 사로잡지 못한 책은 거기까지다.


5.

그냥, 한 번쯤 글로 정리해보고 싶은 내용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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