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해나 '혼모노'
'혼모노'에는 표제작을 비롯해 모두 7편의 단편이 담겼다. 신기한 것은 7편을 아우르는 주제나 스타일, 분위기를 꼽기 어렵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내가 근 몇 년 사이 재미있게 읽은 장류진, 박상영, 김기태의 소설집에는 여러 작품을 관통하는 무언가가 있다. '혼모노'는 얼핏 그걸 찾기 어렵다. 매 단편을 읽을 때마다 새로운 세계에 진입했다가 빠져나온 뒤, 다시 새로운 세계로 진입해야 한다.
작품이 잘 읽히지 않았다면 이런 특징은 독서를 방해하는 요인이었을 거다. 다행히 성해나의 글은 가독성이 높다. 구성이 혼란하지 않고 문장은 복잡하지 않다. 캐릭터도 선명하다. 적당히 극적인 사건이 있고, 이 사건이 개연성 있게 전개되다 해소된다. 이제는 '혼모노' 자체보다 유명해진 배우 박정민의 추천사를 떠올려 비유해보면, '혼모노'는 작가와 연출자가 제각각인 '블랙 미러' 같은 옴니버스 시리즈물이다.
표제작이 재미있다고들 추천을 하지만, 내가 더 재미있게 읽은 건 다른 작품들이다. '길티 클럽: 호랑이 만지기'는 예술가의 윤리에 대해 따져묻는 듯하다가, 슬쩍 "지독하고 뜨겁고 불온하며 그래서 더더욱 허무한, 어떤 모럴"의 '죄책감 있는 쾌락'을 긍정하는 방향으로 향한다. 작가의 작품보다 작가의 됨됨이를 따지고, 때로 작품이 아니라 프로파간다를 요구하는 어떤 세태 속에서 난 이런 '길티 플레저'에 대한 옹호가 마음에 들었다. 만일 이 단편들 중 장편으로 다시 쓸만한 가능성이 가장 있는 것을 꼽으라면 '구의 집: 갈월동 98번지'가 될 것이다. 이제 민주화운동기념관으로 바뀐 그곳(설령 소설에서 묘사하는 그 장소는 아니라 할지라도)에 조만간 가봐야 할 것 같다. '메탈'은 인물들의 마음을 가장 잘 알 것 같은 소설이었다. 하긴 내가 30년간 '장수할멈'을 모신 무당의 마음을 이해할 수는 없으니 당연하기도 하다. 난 세 명의 젊은 남성들이 십 몇 년 뒤 메탈리카나 람슈타인 내한 공연에 함께 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