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키 유이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여러 평에서 언급한대로 움베르토 에코를 연상시키는 '지식 소설'이다. 캐릭터의 깊이나 변환 없이, 서사의 간략한 굴곡에, 서양 사상사와 문화사에 대한 해박한 혹은 세밀한 지식만으로 소설을 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울러 수많은 '가짜 인용'들은 명백히 보르헤스를 떠올리게 한다. 지금까지 읽어온 일본 소설과는 사뭇 다르다는 점에서 놀랍다.
또 하나 재미있는 점은 이 소설의 '기독교 소설'적인 요소다. 인물들이 기독교적 주제를 탐구하거나 신앙의 본질을 묻고 있지는 않지만, 작품 배경에는 명백히 기독교의 그림자가 보인다. 아마 서양 중세 및 근대 문화와 지식사를 훑어가기 위해선 기독교와의 접촉이 필수적이기에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이 소설 속의 기독교가 지적 배경으로만 보이지도 않는다. 일본의 기독교 인구는 1% 미만이라고 알고 있는데, 작중 인물 상당수가 교회에 나가거나 성경을 필사한다. 그러니 이 소설은 엔도 슈사쿠의 '침묵' 이후 내가 두 번째로 읽은 일본의 기독교 소설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일본의 적은 기독교 인구에 비하면 좋은 기독교 소설은 많다. 한국이 많은 기독교 인구에 비해 좋은 기독교 소설은 적다는 점과 대비된다. 일본에서의 기독교는 지식인, 문인의 종교인가라는 별 근거 없는 추측도 해본다.
예전에 '파우스트'를 읽은 적이 있지만, 무얼 읽었는지 모르겠다. 언젠가 다시 읽어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의 다음 소설이 이 작품을 넘어설 수 있을지, 넘어서지 못한다 하더라도 어떤 형태의 소설을 쓸지 궁금해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