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나이트 스카이
**스포일러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미드나이트 스카이'는 조지 클루니의 7번째 연출작이다. 생각보다 많이 연출했다. '굿나잇 앤 굿럭'을 빼고는 보지 못했다.
2016년 발표된 SF 소설이 원작이라고 한다. 클루니가 연기하는 오거스틴은 북극 지방의 천문대에 있는 과학자다. 2049년 어떤 '사건'이 벌어져 이 지역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대피하지만, 병에 걸려 시한부 인생을 사는 오거스틴은 대피를 거부하고 천문대에 남기로 선택한다. 사람이 아무도 없이 깔끔하게 정리된 천문대에서 클루니는 홀로 일한다. 그의 일이란 지구 바깥에 있는 우주선을 향해 지구로 돌아오지 말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지구는 이미 사람이 살 수 없을 정도로 멸망했기 때문이다. 모든 우주선과의 통신이 두절된 것으로 나오지만, 그동안 발견되지 않았던 목성의 위성 K-23을 탐사하고 돌아오는 우주선만이 활동중인 것으로 판명된다. K-23은 인간이 이주할만한 환경을 가진 곳으로 꼽혀왔다. 우주선과 통신이 연결될 날만을 기다리던 오거스틴은 기지 안에 미처 대피하지 못한 소녀 한 명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소녀는 왜 그런지 전혀 말을 하지 않지만, 오거스틴은 아이의 이름이 아이리스라는 사실을 알아낸다. 예기치 않게 아이리스를 돌보게 된 오거스틴은 우주선과 통신할 수 있는 순간만을 기다린다. 하지만 안테나의 성능이 약해 좀처럼 통신이 닿지 않는다. 오거스틴은 아이리스와 함께 눈보라를 헤치며 더 좋은 성능의 안테나가 있는 머나먼 기지로 이동하기로 한다.
우주선엔 다섯 명의 대원이 있다. 그들은 지구, 다른 우주선과의 통신이 모두 두절돼 불안해하면서도 임무를 잘 마치고 귀환하는 길이 설렌다. K-23은 인간이 살만한 공간으로 판명됐다. 대원들은 지구에 이 위대한 과학적 발견을 알리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하지만 지구로 돌아오는 여정이 순탄치만은 않다.
북극권의 천문대와 우주선 내부 공간이 번갈아 나온다. 오거스틴과 대원들은 몇 차례 간헐적으로 소통하지만 그 순간은 짧다. 사실상 두 공간의 이야기가 별개로 진행된다. 지구 위의 이야기에선 오거스틴의 젊은 날도 간혹 회상처럼 등장한다. (클루니의 젊은 시절을 연기하는 배우가 클루니와 너무 닮지 않아 조금 당황스럽다) 죽음을 앞둔 남자가 등장하는 영화에서 흔히 그렇듯, 오거스틴도 별 일 아닌 듯 사랑하는 이에게 상처 주었던 순간을 고통스럽게 돌아본다.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으면 좋겠지만, 세상에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시간여행이 가능하다고 가정하는 소설과 영화에서조차, 과거로 돌아가는 일에는 항상 위험이 뒤따른다. 그저 묵묵히 과거의 잘못을 가슴 안에 파묻고 상처가 덧나지 않기를, 아픔이 덜하기를 기대할 뿐이다.
귀환하는 우주선도 몇 가지 클리셰적인 상황을 겪는다. 예기치 못한 경로로 접어들었다가 통신 시설이 파괴된 우주선을 고치기 위해 대원들 몇몇이 우주유영을 나선다. 대원들이 선체 바깥으로 나갔을 때 무언가 사고가 벌어지리라는 것은 모든 관객이 안다. 그래서 우주선에 이상이 발생했을 때, 이 이상은 오직 할리우드 SF영화적인 위기상황을 만들기 위해 발생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거스틴이 또다른 천문대로 가기 위해 눈보라 속을 헤매다가 아이리스와 잠시 헤어지는 상황도 그런 클리셰적인 위기다. 작고 귀여운 소녀와 눈보라 속에서 방황하는 상황에 가슴 졸이지 않을 도리가 없지만, 그것이 뻔한 상황이라는 사실도 분명하다.
디스토피아적인 상황을 관조적이고 아련하게 그려낸다. 톤은 좋다는 뜻이지만, 톤을 이어가는 서사는 문제다. 이야기의 단락을 그렇게 연결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런 상황을 만들어 넣을 수밖에 없었는지 묻고 싶어 진다. 어쩌면 이 영화의 톤은 원작에 힘입은 것일 수도 다는 의심이 든다. 번역본이 나와있다고 하니 구해 읽고 싶다.
처음엔 배우로, 이후엔 감독으로 더 유명해진 대표적 인물을 꼽으라면 클린트 이스트우드다. '미드나이트 스카이'만 보면, 클루니는 이스트우드만큼 훌륭한 연출자는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