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지만 쓸모없기를

'아폴로11'

by myungworry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아폴로 11'을 보다. 음악은 가끔 끼어드는데, 별도의 내레이션은 끼어들지 않는다. 새로 촬영된 화면은 없으며, 온전히 1969년 아폴로11의 발사와 달 착륙, 귀환 직후의 푸티지로 구성됐다. 대부분이 컬러로 촬영됐다.


거대한 아폴로 11 로켓이 발사대로 옮겨지면서 시작된다. 고층 아파트 한 동을 통째로 이동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더 압도적인 것은 관제센터에 여러 열로 자리한 컴퓨터와 그 앞의 사람들을 트레킹하며 잡은 화면이다. 3명의 인간을 달에 보내기 위해 운동장처럼 넓은 공간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파트에서 작업중이다. 존 에프 케네디는 이를 '로켓만 한 크기의 스위스 시계같이 정밀한 기계'라고 표현한다. 이 영화를 보다 보면 아폴로 11이야말로 당시 인류 공학과 과학의 결정체라는 생각이 든다.


달 탐사 같은 것은 사실 인류에게 별 쓸모가 없다는 생각이 들 때 더 놀랍다. 달 착륙은 많은 인간에게 구경거리와 영감을 제공했지만, 사실 인류의 삶을 실질적으로 나아지게 하는데 무용한지도 모른다. 달 탐사에 드는 막대한 비용과 테크놀로지를 다른 곳에 사용했다면, 당장 인류는 더 행복해졌을지도 모른다. 아마 나사의 프로젝트 대부분이 이런 시선을 견디고 있을 것이다.


그래도 아폴로 11이 필요한 이유를 들자면 무엇일까. 김민정 시인이 시집 제목으로 사용한 '아름답지만 쓸모없기를'이란 문구가 떠올랐다. 달에 가서 발자국을 남기고 성조기를 세워두고 먼지나 돌멩이를 채집해오는 행동에는 아무런 실용성이 없지만, 이런 일을 하는데 고도의 테크놀로지와 집중력이 필요하고, 인간의 그러한 노력은 그저 아름답다. 나사 하나 빠져도 실패할지 모르는 거대한 기계와 이를 정교하게 움직이려 하는 그 많은 사람들의 노력. 암스트롱이 달에 착륙했을 때보다, 잠시의 교신 차단 뒤에 태평양 어느 곳에 나타나 지구로 돌아왔을 때가 더 감동적이다. 인간의 순전한 호기심을 만족시키기 위한 목숨을 건 노력과 무사 귀환 뒤의 안심이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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