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 단편집 ‘이토록 평범한 미래’
김연수는 다작이라는 이미지가 있지만 이번 책은 9년 만에 나온 단편집이라고 한다. 그는 쓰고 싶은 게 없었으나 팬데믹 이후 뭔가 쓰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 책에 실린 8편의 단편 중 2편을 제외하고 모두 2021년 이후 발표됐다.
작가가 오랜 시간 전업으로 활동한 중년 남성이라는 사실을 알고 읽었기 때문일까. 그런 특성이 글들에서 너무나 잘 드러난다고 느꼈다. 많은 작품들이 시간의 흐름을 다룬다. 많은 등장인물들이 죽거나 서로 이별했다. 수십 년간 연락이 없었던 동창 같은 사람과 우연히 재회하는 이야기도 있다. 수십 년 시간의 흐름 속에 화자는 상실감과 슬픔을 이겨내는 방법을 터득한다. 정신승리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닌데, 지혜라 해도 어색하지 않다.
다만 난 이런 소재들이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서 두 발 정도 붕 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등장인물들은 작가이거나 작가가 아니더라도 작가처럼 생각하고 행동한다. 이들의 생각과 행동은 책과 관념의 세계에서 움직인다. 잘 쓴 글들이지만 내 삶과 밀착하진 않은 느낌. 김연수의 글에 매력을 느끼는 건 우선 문학도일 것 같다. 물론 관념의 글들이 나쁘다거나 불필요하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그런 글들의 수요자는 다수가 아니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