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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 서평의 덕목

미치코 가쿠타니 '서평가의 독서법'

by myungwo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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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코 가쿠타니는 영미권에서 가장 유명한 서평기자라 할 만하다. 1979년 뉴욕타임스에 입사해 1983년부터 2017년까지 이 신문에서 서평을 썼다.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에는 주인공 캐리가 책을 낸 뒤 가쿠타니의 서평을 받고 기뻐하는 장면이 나온다.

'서평가의 독서법'(돌베개)은 가쿠타니의 서평집이다. 일부 글은 뉴욕타임스에 게재했던 것을 다듬어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가쿠타니가 써온 서평 중 99개를 추렸다. 한 글에 여러 책을 언급하기도 했으니, 다룬 책은 99권을 넘는다.

다룬 책은 소설, 시집, 전기, 기행문, 학술서 등 다양하다. 다룬 주제는 일관성 있다. 이주, 이주민에 대한 책들이 많고, 한나 아렌트, 조지 워싱턴, 마틴 루서 킹 주니어, 티머시 스나이더, 알렉시 드 토크빌, 버락 오바마의 책들처럼 민주주의의 의미를 탐구하는 책들이 많다. 전자가 가쿠타니의 생래적 관심에 기인한다면, 후자는 시의적 관심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가쿠타니가 앞선 책 '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를 통틀어 언급한 것처럼, 그에게 트럼프 집권 전후의 미국과 전 세계 상황은 애써 쌓아 올린 민주주의가 '탈진실' 혹은 시민들의 피로와 무관심 때문에 위험에 처한 것으로 보이는 듯하다. 이 위기의식과 관점은 꽤 집요하다.

한국 언론사의 문화부에선 통상 출판(비문학) 담당, 문학 담당을 나누는데, 가쿠타니는 비문학과 문학을 가리지 않고 서평을 쓴다. 가쿠타니의 서평을 읽고 놀란 또 한 가지는 글들이 의외로 평이하고 읽기 좋다는 점이다. 해외 저널리즘 영화평은 종종 난해할 때도 있는데, 가쿠타니의 글은 한국 저널리즘 서평에 비해서도 그다지 어렵지 않다. 분량 역시 한국 신문 서평의 톱 분량으로 길지 않다. 책의 요지를 적절하게 제시하고, 인상적인 구절을 발췌하고, 약간의 평가(대체로 호평. 매주 나오는 수많은 책들 중 평을 하기 위해 고르는 책들은 그중 좋은 책들일 것이므로)를 곁들인다. 한국 언론에서도 좋은 서평 기자라면 다들 해내려 노력하는 것들이다. 우리가 쓰는 서평이 때로 이 기준에 미흡하더라도, 그 방향만큼은 크게 틀리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 가쿠타니의 서평집을 읽은 뒤 얻은 수확이겠다. 아울러 예전에 챙겨두었던 존 드릴로의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는 점과 나보코프의 단편집을 '읽고 싶은 책'에 넣어두었다는 점도.


디디온에게 글쓰기는 주변에서 보는 무질서에 이야기를 부여하는 방법이자 이 나라에 닥친 변화를 이해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조앤 디디온 '베들레헴을 향해 웅크리다' '화이트 앨범'에 대한 서평)

"적을 알라." 수판은 손자의 말을 인용하며 공감이 이 전쟁의 유용한 수단이라고 덧붙인다. "다른 사람의 관점을 공유한다는 일상적 의미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다는 분석적 의미"의 공감 말이다. (알리 수판 '테러의 해부'에 대한 서평)

소설은 공감과 상상을 통해, 독자들이 다른 사람들의 경험을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좋은 소설은 개인의 복잡성을 보여주고 이 모든 인물이 목소리를 내기에 충분한 여지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위대한 소설은 삶과 개인의 복잡성에 대한 의식과 감수성을 높이며 고정된 선과 악의 공식으로 도덕을 보는 독선을 막아준다."(아자르 나피시 '테헤란에서 롤리타를 읽다'에 대한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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