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킬링 로맨스'
연휴 중 왓챠에서 '킬링 로맨스'를 봤다. 개봉 당시 (대다수의) 혹평과 (소수의) 모호한 평이 있던 영화였다. 지난 한국영화를 잘 챙겨보는 편은 아니지만, 이 영화는 왠지 봐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 수많은 콘텐츠 중에서도.
예술 세계에서 '1990년대 작품 같다'고 말하면 '복고풍'이라는 의미이거나, 좀 나쁘게 말하면 '시대착오적'이라는 뜻일 텐데, '킬링 로맨스'는 부정적인 뉘앙스가 전혀 없이 1990년대 영화 같았다. 영화 문화가 조금씩 발흥하기 시작해 투자금이 돌기 시작하고, 그 와중에 '좀 이상한' 영화들도 불쑥 제작되던 시기. 2000년대 들어 영화가 더 산업화되고 '성공 공식'이 정립되자 제작되는 영화 편수가 늘어나는 동시 투자자들의 기준도 까다로워졌다. 이상하지만 창의적인 영화, 전체적으로 보면 '실패작'에 가깝지만 부분적으로 보면 기발한 매력이 있는 영화는 제작되기 어려워졌다. '킬링 로맨스'는 그런 관문을 뚫고 개봉한 영화다.
올 4월 개봉 당시 관객수는 19만 명. '킬링 로맨스'는 마음, 논리의 한 부분을 부여잡지 않고 과감히 내려놓아야 즐길 수 있는 영화다. HOT의 '캔디'와 비의 '레이니즘'을 개사한 '여래이즘'의 노래 대결로 최종 승부를 벌이고, 난데없이 타조가 나타나 빌런을 낚아채 화면 속의 바다로 날아가는 엔딩을 누가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4수생은 동물하고 말을 할 수 있다거나, '스타트렉'의 벌칸 인사를 닮은 여래바래 인사법 설정을 누가 마음 편히 웃을 수 있을까. 빌런 조나단 나를 줄여서 '존 나'라고 부르는 것 정도는 약과다. 그 기괴한 이야기의 흐름 와중에 배우들의 연기나 세트, 촬영 같은 프로덕션은 수준급이다. 이선균, 이하늬는 다른 배우를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적역의 코미디 연기를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