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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은 말을 하는 방법

켄지 요시노, 데이비드 글래스고 '어른의 대화 공부'

by myungwo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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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들으면 인생의 지혜, 사회 생활의 기술을 알려주는 자기계발서 같지만, 실상은 좀 다르다. 두 저자는 커밍아웃한 동성애자이자 법학자다. 정체성에 관한 대화를 하다가 친구와 가족이 크게 싸우거나, 작은 말실수 하나로 인생이 통째로 부정당하거나, 소수자를 지지하고 싶어도 혹시 실수할지 몰라 입을 꾹 닫거나 하는 사례를 수없이 봐왔을 저자들은 이런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선 법이나 제도의 확립, 개선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깨달음을 얻은 듯하다. 원제는 직설적으로 'Say the right thing'인데 한국 번역 제목은 '서로의 차이를 넘어 품위 있게 공존하는 어른의 대화 공부'(위즈덤하우스)라고 붙였다.

정말 실용적인 기술과 자세를 알려준다. 유용하고 설득력 있다. 그렇다고 막말하는 권력자에 맞서 젠더, 인종, 계급, 장애, 성적 취향의 소수자를 절대적으로 옹호하느냐. 입장은 물론 그렇지만, 태도도 그렇진 않다. 오히려 "진보주의자들이 언어와 매너의 복잡한 미로를 만들어가며 스스로의 미덕과 기교를 만끽"하는 상황을 못마땅하게 본다.

'대화의 네 가지 함정'은 '회굴부공'이다. '회피'는 정체성 대화를 아예 피하는 것이다. '굴절'은 '톤 폴리싱'(Tone Policing) 같은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성차별주의자라고? 근데 니 말투는 싸가지 없이 그게 뭐야?"라고 하는 것. '부인'은 "니가 너무 과민한 거 아냐?"라는 말. '공격'은 "니가 내 영화에 대해 뭘 안다고 그래? 내가 이거 찍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아?"라는 것.

이러한 나쁜 대화 유형을 먼저 언급한 뒤 저자들은 이를 고치기 위한 방법을 알려준다. 먼저 마음가짐. '자신의 기본적 자질이 변치 않는다'고 믿는 고착형 사고방식을 갖는 대신, '노력으로 자질을 개발할 수 있다고 믿는' '성장형 사고방식'을 가질 것. 그래야 "나는 성희롱이 무엇인지 몰라"가 아니라 "나는 아직 성희롱이 무엇인지 몰라"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 것도 모르다니 나는 끔찍한 인간이야"라고 말하기보다는 "나는 그걸 배운 적이 없구나"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설령 지지자가 된다 해도 주의할 점은 있다. "몰이해나 무례뿐 아니라, 이해 없는 배려와 지나친 선의도 정체성 대화를 망친다"는 것이다. 피영향자가 도움 받기 원하는 방식으로 도움을 줘야 한다. 사내에서 언어폭력을 당한 동료를 돕는답시고 가해자를 때려 중상을 입히면 안 되는 일 아닌가.

심지어 저자들은 발원자에게 관대해야 한다고까지 말한다. '사이다'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누군가의 행위가 명백히 잘못되었다고 하더라고 그의 행위와 인격 사이의 구분을 유지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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