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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의 햇살이 전부다

미야케 쇼 '새벽의 모든'

by myungwo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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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케 쇼의 전작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2022)이 너무나 마음에 들어 '새벽의 모든' 개봉 소식을 기다렸다. 개봉 첫 주 아침 혹은 밤밖에 상영관이 잡히지 않았다. 일요일 오후 9시 상영관에는 나를 포함해 4명이 있었다.

전작이 더 좋았다. 전작은 별다른 기대 없이, 이번엔 기대를 한가득 안고 관람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무엇보다 이번 영화의 구도는 어딘가 작위적인 느낌이었다. 월경전증후군이 있는 여성과 공황 장애가 있는 남성의 만남, 이들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꿈의 직장 쿠리타 과학, 도시에서도 시골에서도 악의라고는 전혀 없는 사람들, 엔딩을 위해 마련된 듯한 천체과학 발표회, 무엇보다 성적 긴장감을 완전히 제거한 여성과 남성의 관계. 관객 성향에 따라 자연스럽다고 여길 수도 있지만, 난 어딘가 부자연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여겼다.

그럼에도 누군가 물어보면 난 이 영화를 추천하겠다. 늦은 오후 햇살을 담아낸 촬영은 미야케 쇼의 시그니처 촬영처럼 느껴졌다. 16미리로 찍어 조금 뭉개진 빛과 사람의 윤곽, 일본 특유의 베이지 혹은 밝은 회색 건물과의 조화, 무지 풍의 미니멀한 옷을 입은 사람들이 화면에 나올 때마다 마음이 부드러워졌다. 그런 마음이 생기니까 작위적이라고 느껴졌던 구도들도 '그럴 수 있지' 하는 마음이 드는 것이다. 미야케 쇼의 다음 영화 나오면 또 보러 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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