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맨골드 '컴플리트 언노운'
*스포일러 있음
밥 딜런의 전기 영화 '컴플리트 언노운'은 딜런이 자신의 영웅 우디 거스리의 병문안을 가는 장면에서 시작해 역시 거스리를 병문안하는 장면으로 끝난다.
청년 딜런은 뉴욕으로 '상경'해 거스리를 비롯해 뮤지션 피트 시거, 조니 캐시, 연인 실비 루소, 동료 뮤지션이자 가끔씩의 연인 조앤 바에즈 등을 만나 영향을 주고받는다. 할리우드에 오랜만에 나타난 20대 스타 티모테 샬라메가 연기한 딜런은 영화 대부분의 장면에 나오지만, 그의 가족이 누구인지, 성장기에 어디서 무엇을 배웠는지, 음악을 정말 독학했는지, 관객은 끝까지 정확히 알 수 없다.엘르 패닝이 연기하는 딜런의 연인 실비 루소가 화를 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비는 자신의 모든 것을 알려줬는데, 딜런은 늘 수수께끼 같은 사람으로 남는다. 연인 사이 정보의 비대칭이 발생하는 것이다.
딜런은 전쟁, 민권운동, 암살 등으로 이어지는 당대 미국 사회의 격렬한 흐름 속에 살았고, 딜런이 속한 포크 음악계의 많은 아티스트들도 이 흐름에 휩싸여 있으며, 딜런은 이런 흐름을 반영하는 듯한 가사를 종종 썼지만, 딜런이 반전운동이든 민권운동이든 무언가를 확실히 지지했다는 증거도 없다. 141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밥 딜런이라는 사람에 대해 보여주지만, 영화가 끝난 뒤에도 딜런이 누구인지 알 수 없다는 것도 전기영화로서 '컴플리트 언노운'이 가진 주요한 특징이다. 아마 실제 딜런이 그런 사람일 테고, 아니면 의도적으로 그런 이미지를 만들어냈을 것이고, 이런 특성을 잘 구현한 제임스 맨골드와 샬라메의 노력 덕분일 것이다.
딜런은 천부적인 예술가로 그려진다. 그를 처음 보는 동료 뮤지션, 제작자가 모두 인정한다. 명성을 얻는 것도 시간문제였다. 관객은 몇 년 만에 어디서든 "딜런!"을 외친다. 다만 이 천재에게도 존경하는 인물은 있었다. '거인의 어깨' 같은 것이랄까. 그 인물이 앞에서 언급한 우디 거스리다. 투병 중인 거스리는 말을 하지 못하고 행동도 부자연스럽다. 극 초반부 딜런은 거스리를 찾아가 그에게 바치는 자작곡을 들려준다. 거스리는 반응할 수 없지만 감동한 분위기고, 이를 곁에서 들은 피트 시거도 마찬가지다. 훗날 거스리는 시거를 통해 자신의 하모니카를 딜런에게 전해준다. 마지막 장면에서 시거의 배석 없이 거스리를 문병 온 딜런은 하모니카를 돌려준다. 배경음악으로는 거스리의 '더스티 올드 더스트'가 흐른다. "안녕, 만나서 반가웠어요."라는 가사와 함께. 딜런은 자신의 바이크에 올라 길을 떠나고, 거스리는 창문으로 그 모습을 바라본다. 딜런은 거스리를 동경하며 음악인이 됐지만, 그가 더 큰 음악인이 되기 위해선 과거의 스승과 결별해야 한다. 과거의 제도, 동료, 연인, 가족 모두 마찬가지다. 그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나고 자유를 찾아야만 새시대의 아이콘이 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컴플리트 언노운'은 음악영화, 전기영화이자 성장영화처럼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