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라 네오 '해피엔드'
하마구치 류스케, 미야케 쇼 등 일본 젊은 감독들의 영화가 지속적으로 눈길을 끌던 차, 소라 네오의 '해피 엔드'도 괜찮다는 소문을 들었다. 류이치 사카모토의 아들이라는 소라의 장편 데뷔작이다. 근미래의 일본, 시민들은 대지진의 공포 속에서 살아가고, 극우 정권은 이 공포를 이용해 주민 통제와 소수자 탄압을 강화한다. 이건 작품의 사회적 배경이고, 주인공들은 이런 배경과 무관해 보이는 고교 졸업반 학생들. 다섯 명의 친구들 구성은 다소 인위적으로도 보인다. 자이니치 4세, 중국계, 흑인 혼혈 학생이 어울려 다니며 테크노 음악을 듣는다. 학교는 정권의 축소판인 듯, 교장 역시 CCTV를 통한 인식 시스템을 통해 교내의 소소한 규칙 위반을 적발하려 한다. 유타는 매일 웃고 떠들고 음악 듣고 교장을 놀려줄 궁리하는 게 재밌고, 그의 단짝인 자이니치 코우는 소수자 차별 반대 등의 시위에 열심인 동급 여학생을 통해 조금씩 사회의 모순에 눈을 뜬다. 유타는 그 자리에 있고, 코우는 조금씩 움직인다. 그건 자이니치이자 어디로 가든 증명서로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코우의 처지와도 관련돼 있을 것이다. 물론 감독이 유타는 철이 없고, 코우는 철이 들었다, 고 말하는 것은 아닌 듯하다. 언제나 유치한 장난꾸러기처럼만 보이던 유타는 결정적 순간 큰 책임을 지기 위해 헌신한다.
데뷔작이라 그런지 조금 거친 부분도 있지만, 눈 밝은 이들의 사랑을 받을만한 좋은 영화다. 감독은 허우샤오시엔, 에드워드 양 등의 초기작을 자신에게 영향을 미친 주요한 영화로 꼽았다. 도심 골목길을 걸어가는 인물을 원거리에서 잡은 장면 같은 데서 그 영향이 짐작가기도 한다. 일본의 우경화를 비판하는 영화로 볼 수도 있겠지만, 그 이전에 청춘의 우정과 찬란한 한때를 그린 성장영화로 보는 게 타당하겠다.
그런데 지난 칸영화제에 일본 영화가 여러 편 초대받은 것도 그렇고, 일본 영화계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런 감독들이 잇달아 나오나. 아직도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한국 영화 시스템 따라 하자고 동분서주하는 걸로 아는데, 이제 한국 영화인들이 일본 독립영화 시스템 연구해야 할 때가 된 것 같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