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에서 영화팬들에게 흥미로운 기획을 했다. '21세기 최고의 영화 100편'을 선정한 것이다. 방법은 500여 명의 감독, 제작자, 배우, 비평가 등에게 '2000년 1월 1일 이후 개봉한 최고의 영화 10편'을 뽑아달라고 해 순위를 매겼다. 아마 뉴욕타임스 기자나 비평가만 골랐다면 조금 더 실험적인 영화들이 뽑혔겠지만, 다수의 설문을 바탕으로 하니 대중적인 취향의 관객도 무리 없이 볼 수 있을 법한 영화들이 선정됐다. 한국 영화로는 봉준호의 '기생충'이 1위를 차지했고, 박찬욱의 '올드보이'가 43위, 봉준호의 또 다른 영화 '살인의 추억'이 99위에 올랐다. '기생충'은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하지만, '21세기 최고의 영화'에 뽑힌 것은 조금 놀랐다. '기생충'은 며칠 뒤 뉴욕타임스가 20만 명 독자의 설문을 받은 결과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리스트를 보니 90%는 본 영화다. 영화를 꼬박꼬박 챙겨본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도 그래도 괜찮은 영화는 많이 본 모양이다. 좋은 영화라는 평을 들어도, 개봉일로부터 시일이 지나면 결국 놓치게 되는 영화도 있긴 하다. 리스트를 보니 나도 10편을 선정하고 싶어졌다. 아래는 내 리스트.
1. 쿠엔틴 타란티노 '킬 빌 1부'(2003)
2. 스티븐 스필버그 'A.I.'(2001)
2. 폴 토머스 앤더슨 '데어 윌 비 블러드'(2007)
4. 캐서린 비글로우 '제로 다크 서티'(2012)
5. 라스 폰 트리에 '멜랑콜리아'(2011)
6. 봉준호 '마더'(2009)
7. 데이비드 린치 '멀홀랜드 드라이브'(2001)
8. 홍상수 '밤과 낮'(2008)
9. 조지 밀러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2015)
10. 리처드 링클레이터 '보이후드'(2014)
이외 골라둔 뒤 10위 안에 넣을까 말까 고민한 영화는 다음과 같다.
미야자키 하야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2)
박찬욱 '헤어질 결심'(2022)
이창동 '밀양'(2007)
코엔 형제 '시리어스 맨'(2009)
데이비드 핀처 '소셜 네트워크'(2010)
물론 이 리스트는 개인 취향이다. 훌륭하다고 생각할뿐더러 내가 좋아하는 영화라는 뜻이다. 고르고 보니 최근 10년 내에 개봉한 영화는 2015년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 뿐이다. 내가 그 사이 영화를 덜 본 것인가, 지력과 감수성이 팽팽했던 시절 봤던 작품들이 더 강렬했던 것인가, 근 10년 사이 영화가 그 이전 영화보다 좋지 않은 것인가. 아울러 영화를 담당하던 시절 이 작품 중 일부를 개봉 시점에 이르게 접하고 그에 대해 변변치 않은 생각이나마 글로 적어 표현할 수 있었다는데 감사함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