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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뮤 Apr 23. 2022

골든서클 outside-in : ② How

무엇을 싫어하고, 그래서 어떻게 행동하는 사람인가

앞선 글에서 <직장인 김뮤>라는 브랜드가 하는 일(What)에 대해 분석해 보았습니다. 브랜드를 이해하기 위해 꼭 필요한 기본 정보이긴 하지만, '이런 일을 하고 있습니다'라는 사실만 가지고는 이 브랜드를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할 수가 없습니다. 광고 회사에서 AE로 일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 비슷한 일을 하고 있을 테니까요.


그래서 중요한 것이 '어떻게' 하고 있는 지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같은 직무에서 같은 일을 하더라도,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업무 가치관이나 태도가 다르고, 업무를 처리하는 방식과 프로세스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죠. 이번에는 골든서클*의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 How를 분석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골든서클이 무엇인지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링크의 글을 먼저 읽어주세요.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그 브랜드의 가치관을 관찰하고 발견할 수 있을까요?


제가 6년동안 광고 회사에서 많은 브랜드들을 만나 보니, 브랜드들 모두가 좋은 가치를 좋아하고 있더라고요. 어느 브랜드나 사랑을 좋아하고, 평화를 원하고, 행복을 추구하고, 믿음을 바라죠. 바르고 선하게 말하고 행동하려고 노력하고요. 그래서 '좋아하는 것, 원하는 것, 추구하는 것, 바라는 것'들로는 그 브랜드의 진짜 가치관이나 태도를 알기가 어렵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반대로 브랜드들이 '싫어하는 것, 원하지 않는 것,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들을 살펴 보면, 그 브랜드가 진짜 어떤 브랜드인지 이해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예를 들어 토스는 불편함을 싫어하기 때문에, 금융을 비롯하여 일상 생활에 존재하는 불편함들을 개선하는 서비스를 제공하죠. 파타고니아는 전세계의 멸종 위기를 막고 싶어하기 때문에, 페트병이나 폐그물 같은 쓰레기를 재활용해 옷을 만들고 어떤 옷이든 무상으로 수선하고요. '이 브랜드가 무엇을 싫어하는지', '싫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어떤 행동들을 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그 브랜드가 진짜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어떤 태도를 가지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그래서 저는 <직장인 김뮤>가 직장에서 싫어하는 것부터 분석해 보았습니다. 어떤 일, 어떤 상황, 어떤 사람의 업무 처리 방식과 관련된 주제들로 정리 되더라고요. 그 중 대표적인 내용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싫어하는 일은
이유도 모른 채 해야 하는 일

가끔씩 이런 업무 요청을 전달 받게 됩니다. "이 때까지 A 업무를 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아, 이걸 해야 하는 이유는… 저도 이렇게 요청을 받은 거라 잘 모르겠어요." 업무가 여러 사람을 거쳐서 내려오는 경우가 대부분 이렇습니다. 어느 정도 이해는 하면서도, 이런 요청을 받으면 마음이 정말 불편해집니다.


일단 무슨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을 뿐더러, 어떻게든 하고 나면 "아, 이게 아니라는데… 다시 고민해봐주시겠어요?"라는 애매한 피드백의 늪에 빠지게 되고요. 일의 목적만 알아도 쉽게 갈 수 있는 길을 한참 돌고 돌아서 가야 하죠. 그 과정을 몇 번 반복하다보면 '이 사람은 가운데서 전달하는 것 말고 하는 일이 뭐가 있는 거야?'라고 원망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하고요.


그래서 <직장인 김뮤>는 업무를 요청받고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꼭 '목적을 짚고 넘어가는 편'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자료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받으면 "이 자료가 왜 필요하신 건지 여쭤봐도 될까요?"라고 물어보는 거죠. 단순히 현상을 파악하기 위해서인지, 설득을 위해서인지, 공유를 위해서인지. 목적을 알면 어떤 정보를 더 담아야 하는지, 덜 담아야 하는지, 어떤 양식이나 분량에 맞춰 만드는 게 효율적일지 등 대한 감을 잡을 수 있거든요.


싫어하는 상황은
일이 바틀넥(bottleneck)에 걸려 있는 상황

프로젝트를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 말은 즉, 한쪽에서 일을 처리하는 데 오랜 시간을 쓸수록 그 뒷단의 프로세스를 담당하는 쪽에서 충분한 작업 시간을 확보할 수 없다는 거죠. 정말 좋은 전략이 나왔지만 좋은 크리에이티브로 구현될 수 있는 시간이 없다면, 정말 좋은 광고를 만들었지만 효율적으로 매체를 집행하지 못해 타겟 소비자에게 노출되지 못한다면, 프로젝트 전체가 피해를 보게 되는 겁니다. 그래서 일이 어딘가에서 걸려서 빠르게 처리되지 못하는 상태를 싫어합니다.


그래서 <직장인 김뮤>가 가장 자주 하는 행동은 '진행 계획 세우기'입니다.


일단,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바로 데드라인을 기준으로 역스케줄링을 합니다. '5월 1일에 광고를 온에어하려면, 며칠 전에는 소재를 출고해야 하고, 그 전에 광고 소재 심의를 받아야 하고, 그러려면 프로덕션에서 출고 소재를 받는 일정은 이 때쯤이 되어야 겠네. 대략적으로 후반 작업에 n일 정도가 걸리니까, 이 정도에는 크리에이티브가 최종 컨펌 되어야 하겠구나. 이 정도에는 제작팀이랑 전략 방향 합의를 해야 제작팀도 크리에이티브를 고민할 시간이 있겠구나.' 처럼 대략적인 일정 가이드를 세워서 파트너팀에 공유를 해두는 거예요.


그 다음으로는 파트너팀들과 지속적으로 미팅을 하면서 진행 상황을 체크합니다.파트너들이 어려워 하는 문제가 있으면 같이 아이디어를 고민하기도 합니다. 제작팀에게는 크리에이티브 팁을 주기도 하고, 고민해본 컨셉 워딩이나 카피를 써서 보여드리기도 하고, 참고할 수 있는 캠페인 레퍼런스나 소비자 인사이트를 정리해서 드리기도 하죠. 예상했던 것보다 작업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고 판단이 들면 다른 파트너들에게 미리 노티를 하고 일정을 조율하기도 하죠. "매체팀에도 빨리 OT를 드려야 하는데, 제작팀에서 디벨롭을 할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고 하셔서요. 우선 캠페인 백그라운드랑 전략 방향만 먼저 공유드리고, 광고 컨셉이나 크리에이티브는 정해지는대로 팔로업 미팅을 하시는 게 어떨까요?" 처럼 조율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는 거예요.

<직장인 김뮤니>의 캘린더입니다. 동시에 돌아가는 프로젝트가 많아서 컬러로 프로젝트를 구분하고 있습니다.


싫어하는 사람은
상대의 입장을 배려하지 않는 사람

보통 '저 사람은 일을 잘 하지 못하는 거 같아.'라는 느낌이 들게 하는 사람은 2가지 타입입니다. 일 그 자체를 능숙하게 처리하지 못하는 사람과 일에는 능숙한데 상대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사람이죠. 전자는 역량의 문제이고, 후자는 배려의 문제입니다. 역량의 문제는 시간과 노력을 통해 해결할 수 있지만, 배려의 문제는 스스로가 그렇게 행동하기로 선택한 거라서 더더욱 해결이 어려운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직장인 김뮤>는 업무를 요청하기 전에 '시뮬레이션' 을 해봅니다. 누군가가 나에게 이런 요청을 한다면 어떤 느낌이 들지 생각해 보는 거죠.


예를 들어 누군가 '죄송한데, 클라이언트가 이 컷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아서 다시 제안을 해야 할 것 같아요.' 라고 한다면, 일단은 요청이 모호하다는 느낌을 받을 것 같아요. 클라이언트가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이유도 없고, 어떤 방향으로 교체를 해야 할지도 알 수가 없으니까요.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속상할 것 같습니다. 열심히 고민을 해서 제안한 건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면 누구나 속상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하고 싶은 말을 명확하게 전달하면서도, 받아들이기 편안한 말로 바꿀 수 있을지를 고민합니다. "클라이언트는 전체적으로 제품이 잘 보여졌으면 하는데, 이 컷에 요소가 많다 보니까 제품이 묻힌다고 느끼더라고요(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이유). 제가 생각하기에는 제품이 좀 더 잘 보일 수 있는 구도로 바꾸거나(제안방향1), 시선이 분산되지 않도록 요소들을 줄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제안방향2). 제작팀에서 보시에 어떻게 디벨롭 하는 게 좋을지 고민해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같은 말이라도 상대의 입장을 고려해서 전달하면, 듣는 사람도 훨씬 편안하고 기분 좋게 업무를 진행할 수 있을 테니까요.




싫어하는 일, 상황, 사람을 통해서 발견한 <직장인 김뮤>의 How 키워드는 '목적', '계획', '배려' 입니다.


이렇게 찾은 How 키워드는 다양하게 활용을 할 수 있습니다. 키워드 그대로를 활용할 수도 있지만, 자기소개서에 넣을 경험들의 가치를 재해석하는 관점으로 활용할 수도 있고, 포트폴리오에서 어떤 역할이나 성과를 강조할 건지에 대한 일관적인 기준으로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꼭 한번은 스스로의 How 키워드를 찾아보시길 강력하게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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