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날랩 Nov 30. 2022

성해은이랑 비행해봤어?

환승 연애 쳐돌이가 생각하는 승무원의 연애



(사진출처: 성해은 인스타그램 @_haeppy)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다고 표현하면 과장일지 모르겠지만,

내가 가장 과몰입했던 것은 분명한 프로그램 '환승 연애 2'의 메가 히트로 나는 전보다 많은 이들에게 관심을 받았다.



왜냐하면 환승 연애2에 출연한 '성해은'이 우리 회사 승무원이기 때문이다.

그 사실이 나오자마자 나는 동창, 친구 등등에게 "성해은이랑 비행해봤어?"라는 질문을 숱하게 받았다.


방구석 관종인 나로서는 이러한 기대와 관심에 엄청 부응하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그녀와 친분이 있지도, 함께 비행을 한 기억도 없다.

프로그램을 보면서 너무 극성 '해은 맘'이 되어버린 나는 기억은 없지만.. 자꾸만 기억을 조작하고 싶은 맘이 생긴다…

언젠가 스치면서 비행해봤지 않을까? 내가 워낙 사람을 기억 못 하니까 잊어버린 게 아닐까 하고.

이제 일터로 돌아가면 모든 승무원들을 잘 기억해둬야지...(잉?)

혹시, 또 누군가가 대스타가 되어서 나타날지 모르니! (잉잉?)


이렇게 간절한 열망 때문에 생겨난 기억 조작 때문일지는 모르겠지만

성해은 님과 비슷한 상담을 해오는 후배, 동료들은 워낙 많았기 때문에

내가 더 '그게 해은이가 아니었을까?' 하는 미련을 가지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아님)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하면.

많은 승무원들은 팀 비행이 아닌 이상 그 비행에서 처음 만나게 되고, 높은 확률로 바쁜 식사 서비스가 끝나면 어색함을 이기고자 사담을 나눈다.

서로에게 실례가 되지 않고 시간도 잘 가는 이야기는 전에도 말한 적이 있는 '음식 이야기' '인기 드라마' '인기 연예인' 이야기 정도이다.

그러다가 조금씩 말이 트고 친분도 쌓이게 되면 "남자 친구 있어요?" "결혼하셨어요?" 등의 사적인 이야기도 나오고, 그러다 보면 자연히 연애 상담 내지는 근황 토크 비슷한 게 이어진다.


사실 앞의 이야기는 서로의 음식 취향, 드라마 취향, 이상형(?)이 맞지 않으면 이야기가 겉돌고 한 사람의 지나친 열변(주로 손석구 이야기를 할 때의 나, 환승 연애나 강철부대, 스맨파를 이야기할 때의 나....)과 듣는 사람의 맞장구일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연애 이야기. 썸 타는 이야기는 그 이야기가 생생하고 재밌기가 아주 제철 음식 수준에 버금간다.


나보다 어린 주니어 승무원의 경우는 대부분 '성해은'과 같은 스토리가 많다.

학생 때부터 사귀던 남자 친구보다 먼저 사회생활을 시작해서 남자 친구는 취준생, 학생인 경우가 많고 먼저 사회에 나온 주니어 승무원은 그런 남자 친구와의 갈등이 많아 속상해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나의 남편을 포함하여 대부분의 남성이 혹은 여성이 승무원에게 갖는 편견은 잘 나가는 남자 친구만 골라 사귀고 눈이 높고 남자를 재고 등등... 대부분 부정적인 인식이 많다는 걸 나도 들어 들어 알고 있지만,

실상은 오히려 환승 연애의 '성해은'처럼 어릴 때 만나던 남자 친구와의 연애가 지속되고 오랜 연애를 하는 경우가 꽤 많다.


그런 오랜 연애를 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지만, 갈등은 입사 후 입장 차이에서 생긴다.

사회생활을 이해하지 못하는 남자 친구, 연락이 잘 닿지 않는 승무원 여자 친구와 남자 친구, 다른 동료들의 남자 친구와 취준생인 내 남자 친구를 비교하는 승무원... 등등


같은 상황에서 다양한 갈등의 케이스가 등장한다.


한 번 보고 말 사이인 선후배 사이이긴 하지만, 나는 최대한 고민을 이입해서 듣고 또 최대한 상담하는 그녀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해주려고 노력한다.

그건 크게 품이 드는 게 아니니까.

그리고 나도 언젠가 너무 아무렇지 않게 당연한 듯 "헤어져. 취준생 만나서 뭐하니, 어차피 다 헤어질 거야. 맘 쓰지 말고 좋은 사람 만나"라는 말도 들어봤고 그 말에 상처를 받은 날도 많았기 때문에 이왕이면 그녀가 듣고 싶은 말이 뭘까 궁리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부분의 상담을 하는 친구들의 심리상태는 이러하다.

'서운함' '속상함'


내 마음은 그게 아닌데, 상대가 연락이 잘 닿지 않는 본인을 향해 서운해하거나, 아님 입사 후 바뀐 환경 때문에 내가 변했다고 오해하거나 해서 속상한 경우.

아니면, 자꾸만 다른 이의 연인과 비교되는 내 연인의 모습에 속상한 경우.

다른 남자 친구는 되게 쿨하고 멋진 것 같은데 내 남자 친구는 내가 시차 때문에 자느라 못 받은 연락에, 아니면 선배랑 있느라 느렸던 답장에 꼬치꼬치 캐묻고 화를 내는 못난 모습을 보여 그 전과 다르다고 생각하는 경우.


이러나저러나 상대의 입장에 따른 변화를 서로가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런 승무원들의 맘을 굳이 대변해 보자면, 사실 시차에 맞춰 연락하고 내 힘듬을 토로하고 한시도 쉬지 않고 함께하고 싶은 건 여자 친구 본인일 것이고, 열 시간이 넘게 힘들게 밤을 새워 도착한 타국에서 와이파이를 딱! 연결했을 때 뭔가 한국에서 지냈을 연인의 하루 일과가 어땠는지 시시콜콜 사소한 것이라도 궁금한데 이미 한국은 새벽이고, 신이 나서 열어 본 카톡엔 "그래 , 조심히 다녀와"라고 마지막에 보내 놓은 연락이 전부일 때 느끼는 허무함 등등이 쌓여서 갈등이 커졌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보다도 외롭고, 맘이 많이 여려져 있는 상황에, 날카로워지고 성이 난 남자 친구를 달래느라 많이 지쳐 보이는 경우가 참 많다.

가끔은 그런 변해버린 상황 때문이 아니라 진짜 못된 놈이 분명한 경우도 가끔 등장하는데 그때는 "아직 젊잖아!"라는 말로 은근히 헤어짐을 종용해보기도 한다. (나쁜 건가.... 많이 뜯어말리고 싶을 때가 있다)


‘승무원’이라는  직업 안에 다들 어떠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대부분이 생각하고 혹은 오해하는 나쁜 선입견, 편견 때문에 승무원이 된 여자 친구에게 안 좋은 프레임을 덫입히고 그 프레임 안에서 갈등을 키워가는 어린 커플들을 많이 보았다.


결국 승무원이란 건 직업의 일종일 뿐 각자의 남자 친구 여자 친구는 변하지 않았는데, 서로 떨어져 있는 그 애틋한 시간을 싸우는 데 쓰고 할퀴는 게 안타깝다.


특히나 싸우고 제대로 풀지 못한 상황에서 연락이 끊긴 채로 많게는 열 시간이 넘게 일을 해야 하니 연락이 안 되는 채로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다가 만나서 크게 싸우거나, 싸운 기분인 채로 이렇게 동료들에게 상담을 하다가 이별을 결심하기도 하고.


새로 사귀게 된 연인들도 처음에 서로 알아가는 과정에서 자주 연락이 안 되고 또 내가 먼 타국에 있을 때에 나 몰래 술을 먹고 다니지는 않는지 다른 여자를 만나고 다니지는 않는지 걱정하고 집착(?) 하느라 잘 안 되는 경우도 허다하고... 정말이지 연애하기가 참 쉽지 않은 직업이다.



그래서 무조건 적으로 내가 의심 않게 안정적으로 사랑받는 느낌을 받게 표현을 잘해주고, 일터에서 다친 맘을 잘 달래주는 ‘예쁘다 예쁘다’ 해주고 ‘사랑한다’ 끊임없이 표현해주는 ‘현규’ 같은 남자가 필요하다.



모든 여자애 게도 해당되는 사항이겠지만!!

감정 소모할 거 없이 그냥 날 안심시켜 줄 그런 남자.


결론이 뭐냐고 물을 두서없는 글이지만

결론은 해은 현규 최종 커플을 매우 지지했던 사람으로서 해은 현규 만세라는 말이다.(??)



새로 시작하는 연애들이 바쁜 비행 때문에 믿음이 잘 쌓아지지 않아 어렵고 힘들 때,

학생 때 실컷 사랑하고 사랑받던 예전 기억으로 말 그대로 ‘ 기억 조작’으로 자꾸 과거로 되돌아가려던 해은이에게 지금의 해은이도 충분히 사랑받을만한 사람이라고 분명 좋은 인연은 찾아온다고 꼭 말해주고 싶었는데

그 모든 걸 행동으로 보여준 현규가 있어서 내가 다 감사했다.



과몰입이 지나쳤지만 모든 시청자가 그런 맘으로 특히나 ‘성해은’에게 이입해서 그 프로그램을 보지 않았나 싶다.


올해 최고의 프로그램! 환승 연애.

그럼 난 시즌 3을 기다려봐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승무원이 되기 전 승무원 엄마가 가장 미웠던 순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