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11년 차 승무원
6월 7일은 입사한 지 11주년이 된 날이었다.
코로나 때문인가? 아니면 이제 10년 차가 지나서인가?
예전엔 동기들을 소환하고 입사 교육이 끝난 날 수료증을 들고 찍은 사진, 앳된 얼굴로 유니폼을 입고 신나 하던 그 시절의 사진을 올리면서 서로 축하해주던 나름 기념일이었는데 이젠 그냥 여느 날과 다를 바 없는 보통의 하루 같은 기분이다.
이제 하늘을 날 자격이 됐다고 부여받은 윙을 달고선 감격스러워 눈물을 짓던 스물네 살의 풋내기는 알았을까.
11년 차가 돼도 비행이 가기 싫어 발을 동동 구르고 하늘이 와르르 무너지거나 엄청난 일이 생겨 갑자기 내가 쉬게 되는 요행을 바라며 끝없는 상상과 좌절을 반복할 것이라고.
그 시절 동기들이 “뉴욕”을 갔다고 싸이월드나 페이스북에 자랑을 하면 “우와 나도 가고 싶다. 난 언제 뉴욕 비행이 나와서 타임스퀘어에 가볼까. 매그놀리아 바나나 푸딩이 맛있다던데, 도대체 무슨 맛일까?”
라고 꽃밭을 그리던 나는 이제 없다.
어느새 경력이 쌓이듯 , 나도 모르게 쌓인 상처와 아픔들도 함께 커져서 꽃밭을 그리기보다는 걱정과 우려가 앞서는 내가 되어있다.
입사 11주년이 나에게 보통날처럼 느껴진 것처럼,
이렇게 그냥 덤덤히 쌓아가는 보통의 날들이 훗날에는 날 더 멀리 보내 줄까.
내가 체감하지 못한 그 수많은 하루들이 쌓여 어느새 11년 차 승무원이 된 것일 테니까.
오늘도 내일도 늘 보통의 맘으로 걸어가다 보면 어느새 어마어마해지지 않을까.
지금은 아직 긴 드라마의 중반부라서 이렇게 사건사고가 많고 좌절과 힘듬이 공존하지만
어느새 익숙해진 맘으로 한결 가벼운 기분으로 11년 전 그때처럼 꽃밭을 상상하며 기분 좋게 일을 할 있지 않을까.
우리는 잘 살 거야.
뭘 해도 될 놈이야.
회사에서 11년 차라니
동기에게 이런 덕담을 하며 서로의 과정을 위로했다.
잘했어. 애썼어. 앞으로도 잘해보자.
토닥토닥.
그땐 상상하지 못했던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들이니까.
또 보통의 하루하루를 , 작은 매일매일을 살다 보면 어느새 또 훌쩍 자라 있겠지.
장해. 잘했어. 그동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