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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을 바라보는 관점 Jul 28. 2024

나는 무서워 방구석에 숨었다.

아이에게 가정폭력은 얼마나 상처를 남기는지...

깜깜한 방의 한구석에 숨었다. 제발 발견되지 않기를 바라며 앉아서 무릎을 안고 머리를 숙이고 있었다. 

난쟁이는 오늘도 알코올에 흠뻑 젖어 왔다. 아마 어디선가 온종일 알코올을 들이켰다. 

한밤중에 돌아와 우리를 부르고 있었다. 오빠, 언니, 나는 난쟁이가 알코올에 절어 올 때마다 불려 가 무릎을 꿇고 앉아야 한다. 난쟁이는 우리를 무릎 꿇고 앉혀 놓고 뭐라고 뭐라고 떠든다. 

그러다가 뭔가 마음에 안 들면 훈육을 한다며 다리를 때린다. 다리를 때릴 때는 그래도 난쟁이 상태가 양호한 경우다. 어떨 때는 내키는 대로 때린다. 

오빠, 언니는 무릎을 꿇고 앉았다. 난 자다가 깼다. 너무 무서웠다. 방 한쪽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숨었다. 난쟁이가 소리치고 불렀다. 난 더 무서워서 가지 않았다. 결국, 난쟁이는 더 화가 났는지 나를 찾아다녔다.      

집은 가운데 마루를 두고 양쪽으로 방이 있었다. 양쪽 방문은 미닫이 창호 문들이었다. 난쟁이는 안방을 먼저 뒤졌다. 안방은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다. 내가 숨어 있던 방은 깜깜했다. 불을 켜지 않고 내가 자고 있었기에 깜깜했다. 


난쟁이는 안방을 먼저 가서 여기저기 찾았다. 내가 없었다. 내가 숨어 있던 방으로 왔다. 소리를 지르며 어디 있냐고 했다. ‘너 내가 찾으면 더 혼날 줄 알아’라고 소리쳤다. 나는 무서워서 떨고 있었다. 그래도 나가지는 않았다. 난 한쪽 화장대 옆에 쭈그리고 숨어 있었다. 

난쟁이는 방안 불을 켜고 여기저기 둘러보았다. 한쪽에 숨어 있던 나는 발견되었다. 난쟁이는 난폭하게 나의 손목을 잡고 끌어냈다. 난 무서워서 덜덜 떨며 끌려갔다. 나는 난쟁이 앞 오빠, 언니 옆으로 앉혀졌다. 

난쟁이는 화가 나서 더 소리치고 있었다. 

‘너는 나오라는데 안 나와!’

‘너희는 다 같이 혼나야 해. 그러니까 누구 하나 잘못하면 안 된다고 알았냐고’

‘한 명이 잘못해도 너희가 모두 잘못한 거야’

난쟁이는 오빠, 언니, 나를 한 명씩 세워서 다리를 때리기 시작했다.      


이때 내 나이는 기억나지 않는다. 난 주로 집에 있었고 오빠, 언니는 학교에 다녔다. 

다행히 난쟁이는 낮에 집에 별로 없다. 

집에는 할멈과 내가 주로 있다. 할멈은 난쟁이의 엄마다. 난쟁이가 이렇게 우리를 때릴 때 할멈은 담배를 뻐끔뻐끔 피우며 쳐다보고 있다. ‘잘못하면 혼나야지’라고 하면서.

난쟁이가 집에 없는 동안 난 집에서 논다. 가끔 혼자 집 앞의 산으로 돌아다니기도 한다. 

난 혼자서 잘 논다. 


마루에도 유리로 된 미닫이가 있었다. 난 마루 문에 매달려 아침 오빠, 언니가 학교 가는 모습을 본다. 정확한 연도는 기억나지 않지만 1980년 같다. 난 학교를 아직 다니지 않았다.      

난쟁이가 알코올에 절어 올 때마다 난 어딘가 숨는다. 방안 이불속에, 장롱 속에, 책상 밑에 내가 들어갈 수 있는 곳으로 난 들어가 숨는다. 

난 내가 왜 맞는지 대부분 모른다. 근데 난쟁이는 매일 집에 오면 불러 놓고 뭐라고 떠들고 때린다. 

그 순간이 무서워서 난 항상 숨는다. 숨는 곳이 뻔해서 인지 난쟁이에게 발견되어 끌려 나온다. 난쟁이 손에 나의 손목을 잡혀 질질 끌려 나온다. 울면서 잘못했다고 항상 말한다. 

난 뭘 잘못했는지 모르지만 잘못했다고 울면서 용서해 달라고 한다. 

난쟁이는 울어도 때리고 안 울어도 때린다. 아~ 때리지 않을 때도 있었다. 잘못했다고 두 손을 들고 있으라고 했다. 난쟁이는 가끔 때리지 않고 두 손을 들고 있으라고 해 놓고 잠든다. 팔이 아파서 들고 있다가 난쟁이가 잠들면 나도 조용히 팔을 내리고 방으로 가서 잔다. 

난 맞을 때가 제일 무섭다. 아픈 것보다 그냥 무섭다.      


난쟁이는 매일 알코올을 마신다. 알코올에 절어 들어오면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다. 

난 이 공포에서 산다. 난 귀신도 무서워한다. 어두운 것도 싫다. 하지만 난쟁이가 오면 깜깜한 곳에 숨는다. 들키지 않길 바라며 항상 숨는다. 밖에 도망은 못 간다. 밖은 너무 깜깜해서 더 무섭다. 

오늘도 난쟁이에게 울면서 맞았다. 잘못했다고 울면서 말했다.

난쟁이는 실컷 때리고 마루에 엎드려 잠들었다.      

나도 울면서 방으로 와서 이불을 덮고 누워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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