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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을 바라보는 관점 Jul 27. 2024

세입자가 계약 기간보다 일찍 나갔다.

팔려고 하던 아파트가 매매될 거 같다.

카톡 메시지가 와 있었다. 

‘안녕하세요. 잘 지내시죠? 저희가 부탁을 좀 드려야 해서 연락드렸습니다. 

사정이 생겨서 집을 좀 일찍 나가야 합니다. 계약 기간보다 3개월 일찍 나갈 수 있을까요?’     

난 저녁엔 핸드폰을 잘 보지 않는다. 아침에 확인해 보니 카카오톡으로 세입자에게 메시지가 와 있었다. 

난 답을 했다. 

‘네, 알겠습니다. 부동산에 이야기해 놓을 테니 나가시기 전에 집을 좀 잘 보여주세요.’     


부동산 중개인 사장님께 전화를 드렸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잘 지내시죠?’

‘사모님, 안녕하세요~~~ 저야 잘 지내죠. 사모님도 잘 지내시죠?’

‘네, 잘 지내고 있어요. 다름이 아니라 세입자가 집을 좀 일찍 나가야 한다고 연락이 왔네요.’

‘어머, 언제 나간 데요?’

‘계약만료가 4월인데 1월 정도에 나갔으면 하는 거 같아요.’

‘1월, 비수기이네요’

‘비수기인가요?’

‘네’

‘그래도 뭐 어쩔 수 없네요. 집을 나간다고 하니 저희에겐 차라리 잘 된 거 같아요.’

‘집이 잘 안 나갈 수 있는데요….’

‘괜찮아요. 매매할 거고 안 되면 저희가 들어가면 돼요.’

‘아. 알겠습니다. 매매는 얼마 생각하고 계세요?’

‘13억에 부탁드릴게요.’

‘알겠습니다. 이번엔 꼭 거래되었으면 좋겠네요.’

‘네. 저희도 이번엔 꼭 매매로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잘 부탁드릴게요.’

‘알겠습니다. 열심히 손님께 소개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건강히 지내시고요. 조만간 찾아뵐게요.’ 

‘네, 네. 사모님, 다음에 봬요.’

통화가 끝났다.      


집은 세입자가 들어오기 전부터 매도하려 했다. 소유한 아파트는 실내장식을 4천만 원 가까이 들어서 해 놓은 집이다. 하지만 요즘은 실내장식을 잘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집이 잘 팔리지 않았다. 실내장식도 유행이 있고 요즘 유행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결국, 그때는 팔지 못했다. 집을 비워 놓은 상태였기에 급히 세입자를 구했다. 시세보다도 싸게 세를 놓았다.      

이번엔 팔릴 거 같다. 느낌이 그렇다. 고맙게 세입자는 일찍 나간다고 했다. 

세입자가 산다고 하면 4년을 살 수 있다. 주인인 내가 다시 들어가지 않으면 세입자가 4년은 살 수 있게 임대법이 되어 있다. 난 아파트를 팔아야만 원하는 주택과 토지를 살 수 있다. 

자금이 아파트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중개소 사장님께는 열심히 아파트를 소개해 주셨다. 

세입자는 집을 열심히 보여주었다. 

사진: Unsplash의Mario Heller

나의 아이는 다시 아파트로 들어갈 생각으로 들떠 있다. 

만약 다시 들어가면 편한 것도 있다. 아이 수영과 바이올린을 쉽게 배울 수 있다. 

지금 사는 집에선 수영장도 아이를 직접 데리고 왔다 갔다 해야 한다. 

아파트는 수영장에서 차가 와서 아이를 데리고 갔다가 보내 준다. 

매매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결국은 들어가야 한다.      


필랄라~~~ 풀랄라~~ 핸드폰 음악 소리~~~

‘안녕하세요. 사모님.’

‘안녕하세요. 사장님.’

‘사모님, 좋은 소식이에요. 오늘 집 보시고 간 분이 굉장히 긍정적이셨어요.

왠지 사실 거 같아요.’

‘와~ 정말요? 너무 좋은 소식이네요. 이번엔 꼭 거래되었으면 좋겠어요.’

‘저도요. 사모님 거 이번엔 꼭 팔아드리고 싶네요.’

‘정말 감사드려요. 사장님.’

‘제가 뭐 한 거 있나요. 암튼, 연락 오면 바로 알려 드릴게요.’

‘네~~ 감사합니다.’

‘네. 우선 기다려 주세요. 끊어요.’     

역시 이번엔 느낌이 좋았다. 집이 매매될 거 같다. 

사진 Unsplash의Frames For Your Heart

아파트 견본 주택을 보러 갔을 때가 생각난다. 아이가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었고 급히 내가 분양받은 집으로 들어갔었다. 내가 소유했던 집은 용인 동백지역이었다. 남편과 나도 동백 집도 좋아하고 만족하고 있었다. 

광고 메시지가 왔고 한번 구경이나 가자고 신랑과 견본 주택을 방문했다. 

아파트가 지어질 지역을 방문했다. 주변이 산과 산책로가 다양하게 있었다. 지어질 아파트 바로 앞에 학교가 있었다. 중학교도 걸어 다닐 수 있었다. 

차로 공사 중인 아파트와 주변을 둘러보고 견본 주택으로 다시 갔다. 

계약하고 왔다. 


사실 이 아파트는 계약금 마련, 입주 시 잔금 치르기, 명의 가져오기 등 쉽게 진행된 게 하나도 없었다. 그래도 우리 가족은 이 집을 좋아했다. 앞집도 내 아이와 동갑내기 아이가 있었다. 

아이도 잘 지냈고 앞집이 먼저 이사 갔다. 우리도 아이 학교를 대안 교육기관으로 선택하면서 이사했다. 매매하며 이사하고 싶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고 월세로 급히 세를 놓았다.      

이번엔 이 아파트가 팔릴 거 같다. 

우리 가족에겐 추억이 있는 집이기에 마음이 시원하면서 섭섭하기도 하다. 

매도를 바라고 집이 매도되려니 지난 추억이 머릿속에 지나간다.      

덕분에 우리 가족은 잘 지냈고 새로 소유하게 되는 분도 잘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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