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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을 바라보는 관점 Aug 04. 2024

나는 떡볶이를 좋아한다.

떡볶이를 먹으면 다른 건 다 잊을 수 있다. 

나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떡볶이를 좋아한다.     

엄마는 집에서 버스를 타고 세 정거장을 가면 있는 시장에서 노점장사를 하신다.

오늘도 난쟁이에게 빗자루로 맞고 나서야 엄마에게 도시락을 가져다 드렸다. 

사실 난 엄마에게 도시락 가져다주기 위해 세 정거장을 걸어갔다 오는 게 힘들고 싫다. 

버스비도 주지 않으면서 난쟁이는 도시락 심부름을 시킨다. 


오늘은 가기 싫어서 도망갔다. 난 어디 숨을까 하다가 골목 옆에 틈새에 숨어 있었다. 

근데 난쟁이에게 딱 걸렸다. 난쟁이가 하필 그 골목으로 나를 찾으러 온 것이다. 

결국, 난 걸렸고 끌려와서 난쟁이가 휘두르는 빗자루에 실컷 두들겨 맞았다. 

난쟁이를 내가 도망가서 찾게 했다고 더 화가 났고 빗자루를 들고 마구 나를 쳤다.      


난 마르고 작다. 우리 집에 아이 중에서 나만 유독 작다. 

오빠, 언니는 키가 커서 학교에서 뒷자리에 앉는다. 반면, 난 항상 1번으로 맨 앞줄 첫 번째 자리에 앉는다. 내가 왜 작은지 이유는 정확히 모른다. 편식이 심해서 인지, 잔병치례가 많아서인지 암튼, 나는 작고 말랐다.      

그런 나를 난쟁이는 잡고 끌고 왔다. 마당을 쓰는 빗자루가 난쟁이 눈에 보였다. 난쟁이는 빗자루를 잡고 휘두르며 나를 때렸다. 

‘어딜 도망가냐? 엄마한테 도시락을 가져다주라고 했는데 도망을 가!’라고 소리 지르며 나의 엉덩이와 다리를 막 때렸다.      

결국, 난 실컷 맞고 터덜터덜 도시락을 들고 걸어서 엄마가 있는 시장으로 향했다.      


나의 엄마는 시장 입구에서 노점상을 한다. 할멈이 채소 몇 가지 집 뒷마당에서 키운다. 엄마는 키운 걸 가지고 가서 바닥에 펼쳐 놓고 팔았다. 지금은 품목이 좀 늘렸다. 

엄마는 새벽 일찍 서울에 있는 큰 시장을 간다. 그곳에서 몇 가지 물건을 더 사다가 지금은 수레에 올려놓고 팔고 있다. 

가끔 노점상을 단속하는 아저씨들이 들이닥치기도 한다. 그러면 엄마는 바닥에 펼쳐 놓았던 물건을 빨리 수레에 싣고 도망가야 했다. 가끔은 늦어서 단속하는 아저씨들에게 물건을 다 팽개침을 당하기도 한다. 어떨 때는 수레 자체를 빼앗기도 한다. 그러면 담당 경찰서를 가서 수레를 찾아와야 한다. 이런 일이 발생하면 그날 장사는 못 한다. 엄마는 돈이 없게 된다.      


다행히 어릴 때 난 돈이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 않았다. 학교는 걸어서 다녔다. 주로 집에 있었기 때문에 따로 돈을 쓰는 일이 없었다.      

근데 이렇게 심부름을 할 땐 돈이 필요하다. 버스를 타야 하기 때문이다. 가끔 버스 안내 언니가 그냥 태워주기도 한다. 하지만 눈치가 보인다. (생각해 보니 이때는 버스를 탈 때 출발 신호 하며 버스요금을 걷는 언니가 있었다.) 

그래서 이 심부름을 할 땐 대부분 걸어서 갔다 온다.      


난쟁이는 집에 있거나 눈앞에 보이는 누군가에게 심부름을 시킨다. 난 우리 집에서 거의 집에 있는 아이여서 자주 심부름을 해야 했다. 

오빠, 언니는 학교에서 친구들과 놀다 오는지 집엔 늦게 왔다. 난 저학년이고 일찍 학교가 끝났다. 학교 친구들과 잘 놀지도 않았기 때문에 학교가 끝나면 집으로 왔다.      

물론 오늘은 학교에 안 갔다. 

‘그냥 학교나 갈걸’ 나는 후회하고 있다. 난 학교에서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친구도 없다.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선 말도 안 한다. 나는 학교에 안 가고 집에서 노는 게 좋다. 그러나 오늘은 집에서 놀 수 없었다. 엄마의 도시락을 들고 시장에 가야 했으니…….     

터덜터덜 결국 도시락을 들고 엄마에게 간다. 


집에서 엄마가 있는 시장으로 걸어가는 길에는 아파트 단지들이 크게 2개 있다. 학교를 같이 다니는 애 중엔 그 아파트에 사는 애들도 있다. 내가 초등학교 5학년이 되었을 때 그 아파트에 있는 집에 가봤다. 한 아이가 자기 집에 초대해 줘서 처음으로 방문해 봤다. 


암튼, 아파트 단지를 지나면 언덕이 나온다. 언덕을 넘어가면 또 엄청 많은 아파트 단지가 나온다. 

나의 친한 동네 친구는 그 아파트로 이사 갔다. 가끔 그 친구를 만나러 가기도 했다. 

친구 이름은 ‘점순이’였다. 지금은 아마도 개명했겠지….     


그 아파트 앞쪽에 엄마가 장사하는 시장이 있다. 

엄마는 노점상이었기 때문에 파는 위치가 바뀐다. 시장엔 지하상가도 있었다. 엄마는 지하상가 앞에서 팔기도 했다. 어쩔 땐 시장 입구에서 팔기도 했다. 

오늘은 시장 입구에 있어서 엄마에게 도시락을 가져다주었다. 난 엄마와도 말을 잘하지 않는다. 생각해 보면 어릴 땐 말이 많지 않았던 거 같다. 

엄마에게 도시락을 전해 주고 난 다시 집으로 가야 한다. 버스비가 없다고 엄마에게 말하니 엄마가 100원을 주었다. 난 100원을 받아서 버스를 안 타고 걸어서 집으로 출발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중간 정도 포장마차에서 떡볶이를 파는 아줌마가 있다. 

떡볶이 포장마차는 가끔 장사를 안 할 때가 있다. 그때는 포장마차가 꽁꽁 묶여 있다. 

오늘은 장사를 했다. 난 엄마에게 받은 돈 100원을 들고 포장마차 안으로 들어갔다. 당시 떡볶이는 50원어치도 팔았다. 아줌마에게 50원어치를 달라고 했다. 

자주 들르는 곳이다. 아줌마는 나에게 떡볶이를 한 그릇 듬뿍 주셨다. 


떡볶이의 색깔은 약간 갈색의 빛깔을 내며 달고 맛있다. 난 매운걸 잘 못 먹는다. 여기 떡볶이는 맵지 않고 달고 맛있다. 이 맛을 즐기면서 오늘 난쟁이에게 맞은 일이나 하기 싫은 심부름을 했던 일은 잊혔다. 국물까지 다 마시고 아줌마와 잠깐 이야기했다. 

' 어디 갔다 오는 길이야?'

' 엄마가 저기 시장에서 장사하세요. 거기에 도시락 가져 드리고 오는 길이예요.'

' 착한 일 했네! '

난 대답은 하지 않았다. 별로 하고 싶지도 착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았기에….

아줌마에게 잘 먹었다고 인사를 하고 집으로 걸어서 돌아왔다. 

난 떡볶이를 좋아한다. 맛난 떡볶이를 먹으면 다른 건 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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