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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을 바라보는 관점 Nov 10. 2024

민이 이야기

난 갇혀 있게 되는 작은 공간이 싫다.

나는 쫑이, 민이네 주인집을 방문했다.

그녀가 시간 되면 차 한잔하자고 연락한 것이다.

나는 그녀와 산책하며 가끔 만났다.

그녀는 강아지를 좋아하고 나 역시 강아지를 좋아한다.

같은 아파트에 살기에 그녀는 나를 집으로 초대했다.

오늘 방문했다. 나는 커피를 한잔 마시며 민이를 보았다.

민이에게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다. 나는 민이를 안아 올렸다. 그리고 민이 눈을 보면서 물었다.

’ 민아! 너 무슨 일이 전에 있었어? 쫑이가 너 상태 안 좋은 적이 있었다고 했어.‘

민은 나를 물기 있는 눈으로 쳐다보았다. 민이의 눈빛은 항상 뭔가 촉촉하다.      

’나? 무슨 일을 말하는 거지?' 민은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네가 몸이 안 좋은 적이 있었어?' 나는 눈을 보며 물었다.

'아~ 전에 주인이 내 곁에 없었던 적이 있었어. 난 그때 정말 슬프고 힘들었어. 그때 내가 좀 안 좋았어.‘

민이는 자기 이야기를 나에게 들려주었다.


나는 나의 부모를 모른다. 어린 시절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냥 어릴 적 엄마의 젖을 먹다가 엄마와 떨어져 작은 공간으로 이동되었다.

나의 형제들과 여러 마리의 다른 애들이 잔뜩 있었다.

어느 창살이 있는 곳에 갇혀 있었다. 난 창살이 있는 곳이 싫다.

시끄러운 소리 속에 나는 끌려 나왔다. 나는 손에 들여있다가 다른 작은 공간으로 옮겨졌다.

작은 공간엔 여러 마리의 강아지들이 있었다.

그 강아지들과 함께 어디론가 또 옮겨졌다. 그리고 어디 투명한 공간에 넣어졌다.

나는 그곳에서 얼마간 지냈다. 그곳은 편하게 쉴 수 없는 곳이었다.

내가 자고 있으면 누군가가 툭툭 두드리셔서 불편했다.

나는 수시로 누군가의 손에 들려서 나왔다 다시 들어가길 반복했다.

그러다가 지금 나의 주인에게 오게 되었다.


난 인기척이 안 느껴지는 게 싫다. 나에게 말을 걸어주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게 싫다.

어둡고 따뜻한 손길이 느껴지지 않으면 낑낑거리고 울었다.

주인은 나를 안고 자신의 옆에 재워주었다. 따뜻한 이불에 나를 올려 주었다.

난 그 느낌을 경험하고 나서는 그 따뜻함이 없는 상태가 되면 울었다.

그러면 주인은 나를 다시 따뜻하게 만들어 주고 손길로 쓰다듬어 주었다.

이렇게 어릴 때부터 난 주인과 살게 되었다.

물론 주인은 종일 나와 함께 있지 않았다.

주인은 아침에 ‘안녕, 갔다 올게’라고 하면서 나간다.

그러면 나와 쫑이는 각자 소파나 방석에 가서 엎드려 잠을 잤다.


어느 날 주인이 나를 어딘가에 맡겼다.

그곳은 작은 공간으로 투명창으로 사람들이 보였다.

난 작은 공간이 너무 싫다. 나를 그곳에 넣어 놓는 순간부터 난 울기 시작했다.

주인은 어디 간 걸까? 왜 나를 이곳에 넣어 놓은 것일까?

‘어디 있어? 주인 어디 갔어? 나 좀 꺼내줘’ 나는 매일 낑낑거리고 울었다.

나는 그곳에 갇혀서 슬펐다. 나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내 다리를 핥기 시작했다. 종일 갇혀서 내 발을 핥고 있었다.

밤엔 더욱 싫었다. 깜깜한 그곳에 나를 두고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나는 결국 밤새 울었다.

다음 날 저녁부터 갇혀 있지는 않았다.

저녁엔 그곳 누군가가 나를 데리고 자기 집으로 갔다.

난 저녁에 거기서 사람과 함께 있다가 아침에 또 작은 공간에 갇혀 있었다.

이런 생활을 오랫동안 했다.


내 주인이 왔다. 드디어 내 주인이 온 것이다. 나는 주인의 냄새를 맡고 소리를 듣고 짖기 시작했다.

너무 보고 싶었다. 내 주인이 드디어 왔다.

주인은 나를 안고 쓰다듬어 주었다.

주인은 나에게 미안하다고 하면서 엄청 쓰다듬어 주었다.

나의 네 다리에 털이 없어졌다. 다리가 까맣게 되었다. 내가 매일 갇혀서 발을 핥았더니 털이 없어졌다.

난 그 좁은 공간이 싫었다.

주인은 내 다리를 보고 만졌다. 그리고 미안하다고 계속 안아 주었다.

난 주인의 따뜻한 품이 좋다. 주인이 나를 안아 주는 게 좋다.

주인은 나를 안고 뽀뽀해 주고 쓰다듬어 준다.

주인은 두 손으로 나를 쪼물딱쪼물딱 한다. 난 주인의 손길이 좋다.

작은 그 공간은 정말 싫다.

주인과 다시 지내게 되어 기쁘다.

주인은 나를 집에 데리고 갔다.

편안한 나의 소파에서 난 다시 잠을 잘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발을 핥지 않았다. 한참 지내고 내 발엔 다시 털이 났다.


어느 날 나와 함께 지내는 쫑이와 이동 케이지에 담겼다.

어딘가 여행을 가는 줄 알았다.

우린 차를 타고 한참 이동했다.

주인은 요즘 아침 일찍 사라졌다가 늦게 돌아왔었다. 그러더니 우리를 차에 태우고 이동하고 있다.

우리는 새로운 곳에 꺼내졌다. 난 여행을 온 줄 알았다.

나는 냄새를 맡으며 다녔다. 집은 아니지만 내 물건이 있었다.

나는 나의 익숙한 소파로 가서 엎드렸다.

내 집과 소파를 제외하고 낯선 공간으로 바뀌었다.


주인은 아침마다 ‘얘들아 갔다 올게’ 하면서 나갔다.

주인이 나가고 나서부터 난 편안히 잘 수가 없었다.

초인종 소리가 계속 울렸다.

나와 쫑이는 문 앞으로 가서 짖었다.

짖고 들어와서 소파에서 좀 자려면 또 초인종이 울렸다.

그럼 또 나가서 짖었다.

이 익숙하지 않은 곳에선 매일 초인종이 울렸다.

매일 몇 번이고 울렸다.

난 편안히 쉴 수 없었다.

주인은 나를 데리고 병원으로 갔다.

그리고 나서부터는 나를 방에 넣어 주었다.

나는 다시 주인과 함께 잠을 자게 되었다.

쫑이와 나는 주인과 함께 침대에서 잠을 편안하게 잤다.

며칠 후 주인은 나의 털을 다 밀어 버렸다.

‘아이고 추워라’ 주인은 나에게 불편한 옷을 또 입혔다. 나는 불편해서 버둥거렸다.



“민아, 불편해도 그냥 입고 있어. 추워” 주인은 다시 내게 입힌 옷을 만졌다.

“민아, 정말 미안해. 네가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는 줄 몰랐어.”

주인은 아침, 저녁 나와 쫑이를 산책시켜 주었다.

새로운 곳으로 오고 나서 좋아진 점은 아침, 저녁으로 자주 밖에 나간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난 주인이 오래 걸어서 싫다.

난 밖에 나가면 막 뛰다가 좀 걷다가 주인의 바지를 문다.

바지를 물고 당긴다.

‘나 힘들어. 그만 걸을래. 나 앉아 줘’

주인은 내가 바지를 물고 당기면 나를 안아 준다.

근데 이젠 그것도 안 한다. ‘민아. 너 좀 더 걸어. 운동해야지.’라고 말한다.

그러면 나는 주인의 발 옆에서 앞발을 들고 방방 뛴다. ‘안아줘. 안아 달라고’

바지를 물고 당긴다. 낑낑거린다. ’나 안아 주라고 힘들다고 ‘ 나는 계속 주인에게 조른다.

결국, 주인은 나를 안고 집으로 돌아온다.

난 잠깐 산책하고 오면 너무 힘들다.

주인이 씻겨주면 난 잠든다.


민이는 별로 말이 많지 않았다.

나는 민이를 내려놓았다.

민이는 내 옆에서 한 발을 들어 나의 무릎을 긁었다. 다시 안아 달라고.

나는 민이를 안고 품에 안았다.

그리고 주인과 수다를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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