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삶을 바라보는 관점 Nov 24. 2024

욕심쟁이 시츄 이야기

강아지와 싸우게 될 줄이야

아침, 저녁 회사와 집에서만 머물렀다.

뜨거웠던 여름이 지나고 추석 연휴가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초록이 한창이던 여름에 밖을 나가보지도 못했다.

에어컨 바람이 추워 가디건을 걸치고 일하는 사무실에서 컴퓨터와 씨름하며 여름을 보냈다. 그렇게 여름을 보내고 나니 추석 연휴가 다가왔다.

이번 추석 연휴는 화, 수, 목으로 월요일과 금요일 휴가를 내면 일주일을 쉴 수 있다.

나는 추석 연휴에 푹 쉬기로 했다. 일주일간 집에서 시체놀이를 하기로 했다.

집에서 TV 리모컨만 만지며 있었다. 누워 있다가 산책이라도 해야지 생각하고 움직였다.

문을 나서 산책로를 걷다가 그녀를 만났다.

그녀는 처음 보는 강아지를 산책시키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쫑이와 민이는 어쩌고 모르는 애를 데리고 산책하세요?”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뵙네요. 이 애는 슈거예요. 제가 잠시 맡아주는 아이예요. 요즘 강아지 봐주는 일을 하고 있어요.”

“강아지 봐주는 일이요?”

“네. 일을 잠시 쉬고 있어서 펫시터로 집에서 다른 강아지를 돌봐주며 지내고 있었어요. 슈거는 한 달 정도 제가 돌보고 있어요.”

나와 그녀는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


나는 하던 일을 그만두고 다른 곳으로 옮기려 했다.

그러다 일이 틀어져서 쉬게 되었다. 일에 공백이 생긴 것이다.

쉬면서 강아지를 돌보는 일을 시작했다.

나는 강아지를 돌봐주는 일을 하면서 알게 되었다.

주인들은 자신의 강아지에 대해서 잘 모른다는 사실을….

내가 잠시 돌봐주는 강아지에 대해 주인은 설명을 해주고 갔다. 그런데 내가 돌보고 있는 강아지가 같은 강아지인가란 생각이 든다.

나 역시 내 강아지에 대해서 지인에게 맡기기 전까지 정확히 몰랐다. 내 강아지들이 그런 행동하는지 몰랐으니까.

사진 Unsplash의Shikhar Bhatnagar

나는 인간이다. 그녀는 시츄인 개다. 근데 인간인 나는 시츄인 개와 자주 싸운다.

내가 볼 때 그녀는 이기적이다. 고집도 엄청 세다.

그녀를 돌보면서 난 그녀와 정말 자주 싸운다. 정말 고집이 세서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려고 한다. 정말 그녀와 싸울 땐 때려주고 싶다.

짧은 다리로 몸집은 뚱뚱해서 나를 미치게 만든다.

사실, 나는 인간이고 그녀는 개이기에 인간인 나는 작은 몸의 그녀와 싸운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근데 나는 그녀와 간식과 작은 일들로 실랑이를 벌인다.

그녀는 정말 못됐다. 내가 볼 땐 못됐다는 말로밖에 표현을 못 하겠다.

그녀는 다른 애들은 자기 근처에 오지도 못한다. 간식을 주면 자기 혼자 다 먹으려고 한다.

간식을 물고 가서 자기가 쉬는 자리에 가져다 놓는다. 다른 애들한테 주려고 하는 간식도 뺏어 간다. 그리고 또 자리에 가져다 놓는다.

다른 애들에게 또 주려고 간식을 내가 내밀었더니 또 그녀가 물었다.

나는 주지 않았다. 그녀 역시 물고 놓지 않는다.

나 역시 또 놓지 않는다. 서로 당기고 물고 있다.

‘너 그만 먹어’ 그녀는 나를 쳐다본다. 나 역시 그녀를 본다.

서로 쳐다보며 놓지 않는다.


난 인간인데 정말 개인 그녀와 간식을 가지고 매번 이렇게 옥신각신한다.

그녀에게 정말 화가 난다. 쫑이와 민이는 나를 쳐다보고 있다.

내가 그녀와 실랑이를 벌일 때 둘은 옆 앉아서 우리 둘을 빤히 쳐다보고 있다.

그러다가 내가 간식을 안 뺏기려고 밀고 당기면 쫑이와 민이가 짖기 시작한다.

그녀도 절대로 놓지 않기 때문이다.

그녀는 간식을 물고 ‘으르렁’ 거리며 이빨을 더 보이기 시작한다.

난 더 안 뺏기려고 꼭 잡고 있다.

“그만 가져가. 내놔. 이건 네 것 아니야!”

그녀는 동그란 두 눈으로 날 보고 이는 송곳니까지 보이며 앞니로 간식을 꽉 물고 있다.

나 역시 손가락에 힘을 꽉 주고 간식 중간을 잡고 있다.

안 주려고 손을 흔든다. 그녀는 이로 간식을 물고 얼굴이 흔들린다.

그래도 절대로 이로 물고 있는 간식을 빼지 않는다. 막 흔들다가 나는 또 손을 놓게 된다.

‘내가 개랑 매번 뭘 하는 짓이냐’라고 생각하면서….

결국, 그녀는 또 의기 냥냥하며 물고 간다. 엎드려 쌓아 놓은 간식을 먹기 시작한다.


나는 민이와 쫑이를 안고 방으로 들어갔다. 씩씩거리며 따로 간식을 챙겨주었다.

그녀는 자기 주인집에 일이 생겨서 한 달간 내가 맡은 시츄다.

주인은 일주일에 한 번씩은 그녀를 보러 온다.

잘 지내고 있는지 보고 싶어서 온다. 그러면 그녀는 주인 곁에서 방방 뛰면서 좋아한다.

주인이 잠시 산책을 데리고 나간다.

나는 주인에게 그녀와 실랑이 벌이는 이야기는 하지 못한다.

너무 사랑하는 그녀에 대해 주인에게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주인을 만나서 반가워하는 그녀가 안쓰럽기도 하다.

아마 그녀는 집에서 온갖 사랑을 받으며 살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다른 강아지를 배려할 줄 모르는 것이겠지. 자기만 챙기고 간식도 자기가 다 먹으려고 하는 것이겠지.

먹는 것에 대한 욕심은 정말 내가 이길 수 없다.


그래도 그녀를 돌보면서 난 화가 난다.

강아지가 이렇게 인간을 화나게 할 수 있구나고 생각한다. 그러다가 내가 강아지를 정말 좋아하는 거냐는 생각도 든다.

종아리 높이도 안 되는 뒤뚱거리는 작은 덩치의 그녀에게 화를 낼 때 나 스스로 자괴감도 든다.

'작은 생명체랑 뭐 하는 건지'라는 생각과 함께….

그녀의 주인은 그녀와 산책하고 돌아왔다. 그녀를 위해 간식도 사서 왔다.

그러면서 그녀가 '살이 찌니 너무 많이 주지 마세요'라고 부탁했다.

나는 '네~~'라고 답변을 하고 그녀 주인을 배웅했다.

주인이 가고 나면 그녀는 나를 째려 보고 자기 방석으로 간다.

정말 째려본다는 느낌이다. 이렇게 그녀와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강아지와 싸우고 있다는 말을 누군가에게 이야기하기도 어렵다.

큰 개도 아니고 내 종아리 높이도 안 오는 시츄인 그녀이기에….


그녀와 실랑이를 벌이면서 그녀의 얼굴을 다시 찬찬히 보았다.

내가 볼 땐 양 볼에 욕심이 덕지덕지 붙어서 심술보 같은 표정이다.

심술이 얼굴에 잔뜩 붙어서 '나는 욕심쟁이야'라는 얼굴이다. 내가 보기에 그런 거겠지만….

아직 그녀와 보내야 할 시간은 남아 있다.

사진 unsplash : jennifer-maxwell

주인이 매일매일 산책을 부탁했기에 나는 그녀를 데리고 산책하러 나간다.

쫑이와 민이는 함께 데리고 나갈 수 없다.

그녀가 그들이 근처에 오는 걸 극도로 싫어해서이다.

가끔 소파에 앉아 나는 쫑이와 민이를 안고 TV를 본다. 그러면 그녀는 자기 방석에 엎드려 빤히 우리를 쳐다보고 있다.

그때의 그녀 눈빛은 좀 슬퍼 보이긴 하다.

자기 주인과 지냈던 시간을 생각하는 거 같기도 하다.

하지만 내가 안쓰럽다고 느끼게 되는 건 정말 그 잠깐의 순간뿐이다.

그 외의 시간은 계속 그녀와 신경전이다.


나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짧은 다리로 걷고 있는 시츄를 쳐다보았다.

시츄의 몸집은 단단한 근육질로 이루어져 있었다.

몸은 길고 동그란 알록달록 베개를 뉘어놓은 거처럼 보였다.

동그란 베개지만 안은 단단하기 만들어 놓은 딱딱한 베개. 그 베개에 짧은 다리를 붙여 놓아 움직이는 거 같았다. 뒤뚱뒤뚱 짧은 다리로 걸어가는 뒤태에서 근육의 움직임이 보인다. 다리와 엉덩이가 함께 움직이며 걸어가는 모습이다.


나는 잠시 시츄를 쓰다듬고 만져보았다. 시츄 주인이 운동을 열심히 시키고 있음을 느꼈다.

시츄는 돌덩이처럼 몸이 단단했다.

시츄 주인이 꼭 산책을 부탁했기에 그녀는 항상 시츄와는 나온다고 했다.

민이와 쫑이는 아침이나 저녁에 산책하고 시츄와는 아침, 저녁 모두 나온다 했다.

아침, 저녁 한 시간씩 산책을 시키고 집으로 돌아간다 했다.

덕분에 자신도 걷기는 더 많이 하게 되었다고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말했다.

“나도 내 강아지들이 다른 이들과 함께 지낼 때 모습은 몰라요. 우리 애들도 나에게 보이는 모습과 다르겠죠. 이 시츄 보면서 자기 주인과 지낼 때와 나와 지낼 때의 모습이 다르니까요.

이 시츄도 힘들겠다는 생각도 들기도 하고요.”라고 그러면서 웃었다.

“정말 웃기죠. 강아지랑 내가 이렇게 싸우며 지낼 줄 몰랐다니까요.” 그녀는 말을 또 하며 막 웃었다.

나는 잘은 모르겠다. 강아지랑 싸워본 경험이 없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강아지들도 자기 성격이 다 있구나'라고 막연히 생각해 볼 뿐이다.

오랜만에 '그녀 강아지들을 보러 한번 가야겠다'고 생각하며 "다음에 한번 놀러 갈게요"라고 인사하며 그녀와 헤어졌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