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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을 바라보는 관점 Nov 22. 2024

수수는 의문을 해결했을까?

수수 모든 의문에 대한 답을 찾지 못했다.

수수는 안을 만나고 난 후 계속 생각해보았다.

‘나는 놀 줄 아나? 노는 게 뭐지?’

수수는 노는 것에 대한 결론은 우선 내렸다.

수수 자신에겐 일하는 것도 노는 것이었다.

수수 자신이 하는 프로젝트가 끝날 때마다 느껴지는 성취감. 그 자체가 수수에겐 놀이였다.

일하면서 자신은 스스로 즐기고 있었음을 알았다.

사진 Unsplash의Brooke Cagle

미친 듯이 달렸고 그 달릴 수 있던 원동력은 마침이 있다는, 그 끝이 있다는 그 사실 자체를 좋아했음을 깨달았다.

수수는 일하면서 놀고 있었다. 놀고 있었기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수수가 달려온 일이 그랬음을 알았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수수 자신이 누군가와 함께 공유해 가는 삶을 놓쳤음을 알았다.

수수가 아끼는, 수수를 아끼는 이들에 대해서 함께 하는 시간을 놓쳤음을 깨달았다.

혼자서는 잘 놀았을지 모르지만 아끼는 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없었다.

수수는 또한 자신에 대해서도 뭔가 잊었음을 자각했다.

수수 자신에 대해서 스스로 내면을 인식하려고 했었다는 사실만 어렴풋이 떠올렸다.

자신이 누군지, 남들이 보는 자신과 수수 자신이 바라보는 자신과의 괴리를 깨닫긴 했었다.

자신이 아는 자신과 남들이 보는 자신, 이 모두 자신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였던 시간이 있었음을 멈춰서, 과거 회상하면서 알았다.     


한편, 사람과의 관계를 돌아보면서, 자신이 왜 그토록 열심히 살려고 했는지도 인식했다.

자신은 주위 사람들과 함께 잘 살고 싶었다.

주위 사람들과 함께 놀며 행복하길 꿈꿨다. 지금도 그러고 싶다.     


수수는 멈춘 이 순간 주위과 사람에게 시선을 돌려 보았다. 보면서 깨달은 것이다.

그냥 시간을 보내는 것이 삶이 아니란 사실이다.

사람은 사람들과 어울려 있어야 하고, 자신의 주위 사물을 볼 수 있어야 하고, 자기 주위에서 철마다 바뀌는 자연을 볼 줄 알아야 한다는 사실.      

수수는 자신이 왜 갑자기 모든 것을 중단하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것인지 깨달은 것이다.

수수는 관계를 끊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그냥 일만 하며 살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물론 일을 통한 놀이를 했으나 혼자 놀고 있었다.      

수수는 이제 사람, 사물, 자연과 함께 살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살아가는 것이란 걸 마음속으로, 머리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관계는 관심과 관찰, 자신의 자각, 함께 하는 그 순간에 대한 집중이 필요하다.

자신에 대해서, 주변에 대해, 수수는 이걸 눈을 뜨고 보게 된 것이다.      


수수는 아직 모든 의문에 대해서 해답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수수는 계속 그 답을 구하려 할 것이며, 그러면서 자기 주위에 있는 관계를 잘 유지하기로 했다.

관계를 잘 유지한다는 것은 그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시간을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그들에게 연락하고, 만나고, 그들의 감정을 봐주고, 이해하며 위로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사물, 물건에 대해선 제대로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수수는 물건을 사기 위해, 산 물건을 관리하기 위해, 또 버리기 위해서 많은 돈과 에너지를 사용했음을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물건, 사물을 소중히 하지 않았음을 인식했다. 수수 주변엔 물건이 많았다.

수수는 물건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삶을 간소화하기로 했다. 공간에 여유를 두기로 했다.      


자연도 보기로 했다. 일하면서도 자연을 둘러 보기로 했다.

철이 지나고 있음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음을 알았기에. 매시간 때에 맞는 계절을 느끼기로 했다. 한 철이라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그 시점에 충실하기로 했다.

계절이 바뀜을 놓치지 않기로 했다.

그냥 옷만 바꿔 입는 것이 아닌 자연을 온전히 느껴보기로 했다.

하늘은 어떤지, 나무는 어떤지, 풀들은 어떻게 바뀌어 가고 있는지, 새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고개를 들고 눈으로 확인하기로 했다. 자연으로 들어가 코로 냄새를 맡기로 했다.

사무실과 집만 왔다 갔다 하며 둘러 보지 않은 자연에 대해, 몸의 감각을 활용해 확인하기로 했다.      


수수는 친구를 더 자주 보기로 했다. 더 자주 연락하기로 했다.

일을 조율하기로 했다.

수수는 계약직이다. 언제 잘릴지 모른다. 하지만, 일에만 몰두하지 않기로 했다.

관계는 서로의 합쳐지는 부분이 있어야 한다.

수수가 자신이 사랑하는 이들에 대한 관계를 더 깊고 넓게 만들어 가기로 했다.      

자신에 대해서도 무심하지 않기로 했다. 자신이 느끼는 감정, 자신이 안에서 고민하는 부분, 고민할 때의 그 문제의 핵심, 스스로에 대한 챙김을 하기로 했다.      


수수는 아직도 자신이 살아가는 그 이유를 명확히 모른다.

하지만, 수수는 사람들 속에서 그 순간순간 연결되는 그들과의 시간 공유를 통한 즐거움은 놓치지 말아야겠다는 깊은 자각을 한 것이다.

자신이 일에 정신이 없이 보내던 그 순간, 수수 자신과 주변은 일부 병들고 아프기도 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마음의 병이 깊었던 친구에게 무심했던 자신, 삶의 틀을 통째로 바꾸게 되어 고민하고 있던 친구, 그 사실도 몰랐던 자신, 자신이 진정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무작정 달리기만 하던 자신.

수수는 이 사실들을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는 찰나들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며, 제대로 살기로 했다.

수수 자신이 매 순간에 어떤 생각과 행동을 하고 있는지 눈을 뜨고 인식하며 살기로 했다.

사진_Unsplash의Matheus Ferrero

오늘도 친구가 보고 싶다.

수수는 다시 바삐 살기 시작하는 안에게 연락해보기로 했다.

안이 바빠서 수수를 만나지 못할지도 모른다.

만약 안이 바쁘면, 바쁜 안의 목소리라도 듣기로 했다.

목소리를 듣고 수수는 자연을 둘러 보러 밖으로 나가려 한다.

‘이젠 산과 들에서 놀아야지’라고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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