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때문에 10년 이상 싸운다.
새벽 1시다.
남편이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
‘어? 이 시간까지 안 들어왔네?’
걱정되는 마음으로 통화를 시도했다. 전화를 받지 않는다.
너무 늦은 시간이어서 계속 전화를 했다. 처음엔 걱정되는 마음이었으나 그 마음은 이미 저 멀리 날아가기 시작했다. ‘왜 전화를 안 받는 거야?’
남편은 오늘 목공수업을 하는 날이다. 함께 목공수업을 하는 이 중엔 술을 좋아하는 이가 있다.
남편은 술 마시기를 좋아한다. 내 기준엔 너무 마신다.
나 역시 술을 마신다.
나는 술 마시며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좋아한다.
반면 남편은 술 자체를 좋아한다.
이 술 때문에 우린 정말 자주 싸운다.
나와 비교해 남편은 너무 마시기 때문이다.
전화를 안 받는 거 보니 또 술을 마신 거 같다.
1시간 이상 통화를 시도했다. 결국, 목공수업을 하는 곳으로 차를 몰고 갔다.
남편이 목공수업을 하는 곳은 집에서 차로 5분 거리다.
내가 전화를 계속했던 이유는 남편이 술을 먹는 것보다 내일 일정이 걱정돼서이다.
내일 아이의 선생님을 모시고 서울을 가야 한다.
차를 몰고 아침부터 움직여야 하는데 운전을 해야 하는 남편이 술을 먹고 연락이 안 되는 것이다.
내일 일정에 차질이 생길까 우려되었다.
목공수업을 하는 곳에 가니 남편은 목공수업실에 있는 악기 연주하는 곳에서 기타를 치고 있었다.
남편이 배우고 있는 목공소 선생님은 남편이 좋아하는 걸 취미로 하시는 분이다.
남편은 음악을 좋아한다. 목공소에는 전자기타와 드럼이 있다고 한다.
남편은 전자기타를 치며 즐기고 있었다.
상태는 이미 만취. 만취 상태로 기타를 열심히 치고 있다.
나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나는 잠도 못 자고 전화를 하는데 받지 않고 저렇게 즐기고 있는 상태다.
목공소에 들어가서 기타를 치는 남편을 함께 목공을 배우는 이에게 불러 달라고 했다.
목공소에서 악기를 연주하는 곳은 방음시설을 해 놓은 작은 공간이었다.
목공소 안으로 들어가 나무 계단 4개 정도를 밟고 올라가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다.
공간은 정말 작았다. 유리인지 아크릴인지 모르지만 투명한 창에 안이 보이는 음악실이다.
목공 선생님답게 나무로 작은 공간을 꾸며 놓으셨다. 문은 닫혀 있었다.
밖에서 잠깐 음악실 안을 보았다. 공간 안은 한쪽에 목재 의자가 길게 있었다.
남편은 앉아서 전자기타를 치고 반대쪽에서 다른 분은 드럼을 치고 계셨다.
방음시설을 덕분에 밖에서 악기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나는 화가 난 상태이고 술 취한 사람들과 입씨름하고 싶지 않았다.
남편과 함께 목공을 배우는 이도 이미 술에 취했다.
나를 보더니 ‘남편이 음악에 심취해 있어요. 너무 즐거워하고 있어요. 좀 더 놀다가 보낼 테니 돌아가시죠?’라고 말했다.
나는 더 화가 났다. ‘내일 일정이 있다고 남편 불러주세요.’라고 다시 말했다.
내가 계속 요청하니 겨우 목공을 배우는 이는 문을 두드리고 남편에게 내가 와있다는 걸 행동으로 표현하여 알려줬다.
남편은 나를 보더니 바로 나왔다. 술에 취해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비틀거리며 나왔다. 나는 나오는 남편을 보고 차에 탔다. 주섬주섬 자신의 물건을 챙겨 남편도 차에 탔다.
목공선생님은 출발하려고 하는 나에게 ‘너무 혼내지 마세요. 오늘 기분이 너무 좋아서 좀 많이 마시고 기타 치며 Feel 받아 늦었어요.’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알겠습니다’라고 대충 인사를 하고 만취한 남편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우리 부부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나는 계획적이고 체계적인 것을 좋아한다.
남편은 무계획이고 즉흥적이다.
나는 남편보다는 이성적이다.
계획적인 내가 모든 걸 준비하게 된다.
여행이든, 삶이든 나는 계획하고 준비한다. 어쩌면 내가 하기에 남편이 더 신경을 안 쓴다는 생각도 든다. 남편은 ‘어떻게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그냥 살자’ 한다.
나는 이런 경우, 저런 경우 등등을 고려해 보고 안을 잡아본다.
남편은 뒷일은 생각하지 않고 순간에 즐긴다.
나는 술을 먹을 때도 내일 일이 있으면 조절한다.
남편은 술을 먹기 시작하면 내일의 일은 고려하지 않고 술을 마신다.
이날도 남편은 술을 먹고 뒷일을 고려하지 않은 날이었다.
남편은 술 마시는 자체를 좋아한다.
나는 술 마시는 순간을 좋아한다.
술을 마시며 어울리는 사람들과 시간, 관계를 좋아한다.
반면, 남편은 정말로 술 마시는 자체를 좋아한다.
주변의 상황이나 사람은 상관없이 술을 마시는 그 자체를 즐기고 좋아한다.
목공소에서 술을 마신 이날이 있기 전의 일이다.
어느 날 나는 술을 좋아하는, 아니 술을 마시면 뒷일을 생각하지 않는 남편의 행동을 바꿀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역시 다음날 지방에 내려가야 하는 일정이 있었다.
신랑은 또 술에 만취해서 새벽에 들어왔다. 운전을 다음 날 장시간 해야 하는데….
난 정말 그때도 화가 났다. 결국, 그날 나는 지방일정을 취소했다.
술이 깨지 않은 상태로 운전하는 차는 타고 싶지 않았다.
화가 너무 나서 말도 하기 싫었다.
술을 마시는 일로 싸우는 생활을 10년을 했다는 자각이 내게 들었다.
‘술을 적당히 마셔라.’라는 말을 10년 동안 내가 남편에게 한 것이다.
이 자각이 든 다음 날 나는 남편에게 말했다.
‘우리 같이 사는 생활을 인제 그만하자.’
‘아이의 부모로서 꼭 같이 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너는 너대로 네가 좋아하는 생활을 하고, 나는 나대로 신경을 쓰거나 화를 내지 않는 생활을 하자.’
‘내가 술로 네게 말한 지가 10년이 되었다.
근데 너는 여전히 그대로 술만 먹으면 다음 일은 안중에도 없다.
너 혼자 사고 나는 건 신경 쓰지 않겠다.
하지만, 애와 내 인생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이젠 나는 그만하고 싶다. 이런 말을 하는 것도, 화를 내는 것도 정말 그만하고 싶다’라고.
남편은 ‘미안해.’라고 답변했다.
나는 이 ‘미안해, 고칠게’라는 말도 그만 듣고 싶었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스스로 변하겠다고 생각하고 고치려고 노력해야 겨우 변할 수 있다.
자신이 노력해야만 자신만이 변화시킬 수 있다.
다른 사람이 잔소리한다고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내가 남편을 변화시킬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남편 자신이 정말로 바꿔야겠다고 노력해야 변한다.
남편은 항상 ‘자신이 변하겠다’라고 한다.
이 일로 며칠 동안 우리 부부는 심각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남편은 ‘제발 헤어지자는 말은 말아줘’라고 말했다.
자신이 잘못한 거 알고 고치려고 노력하겠다고 하면서 강하게 강조한 말은 ‘우리가 싸우더라도 헤어지자는 그 말은 이 이후로 다시는 하지 말라.’ 했다.
남편은 나와 함께 나이가 들며 살아가기를 원한다.
남편은 ‘술을 끊어보겠다’라고 했다.
근데, 술에 대해선 정말 남편은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남편이 목공수업이 있던 이 날도 만취한 사람을 집으로 데리고 와서 자게 두었다.
다음날 술을 덜 깬 남편은 전날의 기억도 없었다.
화가 났던 나는 더는 술로 실랑이 벌이기를 그만두기로 했다.
이 부분은 결국 내가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계속 신경 쓰고 화를 내는 자체를 포기했다.
내가 화를 내 봤자 나만 손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마음을 비우기로 했다.
목공수업 후 술을 먹은 날 이후 다음날까지 나는 남편과 대화하기를 거부했다.
남편은 사과한다. 다시는 연락이 안 되는 날이 없도록 하겠다며 정말 잘못했다고 한다.
난 남편의 사과와 계속되는 화해 요청으로 결국 또 웃으며 ‘자기는 술을 끊어야 해. 알코올 중독자야.’라고 말한다.
남편은 ‘한 달 동안 안 먹겠어’라고 호언장담한다.
하지만 남편은 일주일도 안 돼서 또 묻는다.
‘자기야! 오늘만 먹으면 안 될까?’라고.
우리 부부는 여전히 싸운다. 술을 남편은 또 언젠가 만취할 것이다.
그러면 우린 또 이 문제로 싸울 것이다.
싸우고 화해하고 또 싸우고 화해하면서 우리는 부부가 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