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은 돌아가면서 매일 싸운다.
우리 가족은 매일 싸운다.
우리 가족은 매일 돌아가면서 싸운다. 엄마와 아이, 아이와 아빠, 아빠와 엄마.
싸우고 사과하고 화해하면서 이렇게 우리는 또 우리만의 가족이 되어가고 있다
10살인 아이와 나는 매일 싸운다.
‘엄마를 귀찮게 하지 마!’.
아이는 내가 싫어하는 얼굴 만지기를 한다.
아이의 손톱이 정리되지 않았을 때 아이는 나의 얼굴을 꼬집고 장난치며 상처를 낸 적이 있다. 나이가 있는 엄마인 나는 얼굴에 상처가 나며 흉터가 나서 없어지지 않는다.
이후 얼굴을 장난으로 만지지 못하게 한다.
아이는 내가 아이가 귀여워서 얼굴을 쓰다듬듯이 나의 볼을 양 손바닥으로 누르며 장난친다.
‘참아. 나는 엄마를 괴롭히려고 태어났어.’ 장난으로 웃으며 아이는 계속한다.
‘하지 말라고 하는 데 계속하는 것은 나쁜 행동이야.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 행동이야. 그런 행동은 하면 안 돼.’
아이는 계속 내가 하지 말라고 하는 행동을 계속하며 나를 귀찮게 한다.
나는 참다가 결국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낸다.
아이는 이젠 내가 화를 내도 그냥 장난이려니 하며 또 장난을 친다.
아이의 장난은 사실 아빠의 영향이 크다.
아빠가 아이에게 이런 행동을 한다. 아이가 하지 말라고 해도 계속 장난을 친다.
그러다가 아이를 울린다. 물론 아이는 일부러 울기도 한다. 울면 엄마가 아빠를 혼내서?
나도 화를 내다가 아이가 웃으며 ‘미안해, 화 풀어’ 하면 나 역시 결국 웃는다.
아이와 함께 나도 장난을 시작하기도 한다.
아이는 간지러움을 잘 탄다. 몸에 내 손이 닿기만 해도 간지러워한다. 나는 겨드랑이 쪽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며 간지러움을 태운다. 아이는 간지러워하며 하지 말라고 손과 발을 찬다.
그러다 아직 힘 조절이 약한 아이의 발이나 손에 내가 맞는다.
맞으면 아파서 나는 엄청 화를 낸다.
그럼 아이는 ‘엄마가 너무 간지럼 태워서 그렇게 되었잖아.’라고 사과를 한다.
아이와 엄마인 나는 거의 매일 이렇게 화내고 사과하고 화해한다.
나 역시 아이에게 잘못하면 사과한다. ‘미안하다’라고.
아이는 어떤 부분에 대해선 사과하기를 강요한다.
‘이땐 내가 기분이 나빴어. 엄마가 사과해. 빨리 사과해.’라고.
이렇게 아이와 내가 사과하고 쉽게 화해할 때까지 어려움도 있었다.
지금은 아이를 대할 때 나 역시 아이의 친구가 되려고 한다.
부모나 어른이기보다 친구가 되려고 노력한다.
전엔 아이를 훈육해야 한다고 부모는 아이를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하면 심하게 혼을 내기도 했다.
근데, 혼을 내다가 내 감정조절이 안 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했다.
내 어린 시절을 기억해 보면 엄마한테 혼난 기억은 있으나 무엇 때문에 혼났는지 기억 안 난다. 아이도 같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아이 학교 부모 교육에 참석했을 때 깨달았다.
하루는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아이에게 가르치려고 하지 마세요. 친구가 되세요.’라고.
친구처럼 아이의 눈높이에서 보라는 것이다. 혼을 낸다고 아이의 행동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부모인 내가 우선 모방할 수 있게 제대로 된 행동을 해야 한다.
잘못된 행동에 대해선 서로 감정이 가라앉았을 때 아이가 이해할 수 있게 말했어야 했다.
나는 잘못된 행동을 바로 잡아야 부모라는 생각으로 혼내기만 했다.
물론 친구처럼 놀아주는 역할은 아빠가 주로 하기도 했다.
아이와 친구가 되는 모습은 학교의 다른 부모와 친해지면서 알게 되었다.
아이보다 2학년이 위인 그 엄마는 정말 아이와 친구가 된다.
친구가 되어 아이의 놀이에 맞춰서 논다.
내 아이와도 함께 놀아준다. 내 아이는 그 집에서 언니와 그 엄마와 노는 걸 좋아한다.
그 모습을 보고 나도 아이와 친구가 되도록 노력하게 되었다.
그래도 아이와 친구처럼 노는 역할은 여전히 주로 아빠가 한다.
아이는 장난으로 사람을 때리기도 한다.
툭툭 손으로 사람을 치는 행동을 아이가 했다.
‘장난으로도 사람을 때리는 건 나쁜 행동이야.’라고 나는 말한다.
아이의 툭툭 치는 행동을 고치게 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나는 ‘이에는 이’라는 식으로 맞대응하기로 했다.
‘네가 엄마를 때리면 엄마도 너 때릴 거야.’라고 하면서 얼마 동안 같은 행동으로 대응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 행동을 고치겠다고 시작한 나의 행동에 문제가 발생했다.
어느 순간 아이에게 내 손이 가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장난으로라도 사람을 때리지 말라.’는 말은 그 행동을 하면 내 몸에 그 행동이 익혀져서 더 쉽게 하게 된다는 말이다.
엄마인 내가 그렇게 되어 가고 있음을 인지한 순간부터 그만두기로 했다.
고치려고 했던 아이의 행동도 바뀌지 않았다.
‘사랑의 손길일 때만 가율이에게 손을 댄다.’고 바꿨다. 이 글귀를 종이에 써서 벽에 붙였다.
장난이나 맞대응으로 하던 사람을 툭툭 건드리는 행동은 안 하기로 했다.
아이에게도 ‘엄마는 장난으로라도 엄마를 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도.’라고 계속 말했다.
아이의 툭툭 치는 행동은 줄었다.
나 역시 엄마가 계속되어 가는 중이다.
언제 이 엄마라는 역할에 익숙해질지는 모르겠다. 아이와 살면서 계속 시도를 하고 있다.
아빠와 아이도 자주 싸운다.
아빠는 아이가 어릴 때부터 말했다.
‘나는 친구 같은 아빠가 되고 싶어.’라고.
꼬맹이 때부터 아이가 하는 행동은 무조건 받아들였다.
주변에서 ‘애가 너무 버릇없이 아빠에게 행동하는 거 아니야?. 하지 말라고 조심시켜.’라는 말을 들을 정도였다. 아빠는 주변에서 뭐라 해도 괜찮았다.
딸바보 아빠였다.
근데, 초등학교 3학년이 되어 가면서 아이의 말은 우리 부부 머리에서 김이 피어오르게 하기 시작했다. 특히, 너무 친구처럼 지내는 아빠에게 과한 말을 할 때가 자주 발생했다.
친구 사이에 해도 심할 정도의 말이다.
그런 말을 듣거나 아이가 때리면 아빠는 아이에게 소리친다. 화를 낸다.
아빠가 씩씩거리며 거실로 나온다.
‘내가 너무 아이를 편하게 했나 봐. 고쳐야겠어. 애가 너무 버릇이 없어.’
10년 가까이 편하게 대하던 아이에게 아빠의 위엄을 가져야겠다고 한다.
아이도 따라 내려와 울면서 엄마에게 상황을 말한다.
‘아빠가 나를 쳤어.’라고.
아빠는 ‘네가 먼저 아빠를 때렸잖아.’ 답변한다.
‘아빠가 내가 하지 말라고 했는데 했잖아.’ 아이도 지지 않고 말한다.
‘그렇다고 그렇게 아빠 머리를 세게 때리냐? 엄청 아프거든.’
아빠와 아이는 둘이 놀다가 아빠가 장난을 시작했다.
아이가 ‘그만하라’라고 말하면서 아빠 머리를 주먹으로 때린 거 같다. 이에 아빠가 아프고 화가 나서 ‘안 해’라고 말하면서 팔을 뿌리치다가 아이를 건드려 친 거 같다.
‘아빠한테 빨리 사과해. 아프게 해서 미안하다고’ 아빠도 화가 나서 말한다.
아이 역시 대꾸한다. ‘아빠가 먼저 사과해. 하지 말라고 했는데 계속했잖아.’
‘싫어 안 해. 네가 먼저 해.’ 아빠는 소리친다. ‘아빠가 먼저 해. 먼저 시작했잖아.’
결국, 아빠는 화가 난다면서 집 밖으로 나간다.
나는 나름대로 중재자가 되겠다고 아이에게 말한다.
‘아빠를 때리면 안 돼, 네가 잘못했어. 아빠한테 사과해.’
아이는 울면서 ‘엄마, 아빠가 하지 말라고 하는데 계속했단 말이야.’라고 억울하다며 속상해한다.
아빠와 아이 둘 모두에게 시간이 필요했다.
아빠 화가 풀리고 들어오면 아빠는 아이에게 사과한다. ‘아빠가 장난쳐서 미안.’
아이도 ‘아빠 때려서 미안.’ 답한다.
아빠는 아이와 잘 논다. 둘은 정말 친구다.
보드게임, 장난, 운동 등 아빠는 아이와 함께 논다. 그러면서 또 싸우기도 한다.
내 눈엔 둘은 잘 노는 친구다. 물론, 잘 싸우기도 하는 친구다.
남편과 나 역시 자주 싸운다.
남편은 나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말을 잘한다.
나는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주의다. 말을 할 때 단어 선택에 신경을 써야 한다.
남편은 이 단어 선택 능력이 부족하다. 어느 순간 나의 기분이 확 상해버린다.
내 상태가 좋을 때는 그래도 쉽게 넘어간다.
하지만 나 역시 그다지 기분이 좋지 않을 때가 문제다.
특히, 아침에 남편이 말하는 한마디에 즐거웠던 하루 시작이 엉망이 될 때가 있다.
나는 뿜어 나는 열기를 내뱉으면서 남편에게 ‘말을 골라서 하라고 했지!!!’라고 소리친다.
‘아침에 우리 서로 대화를 하지 말자.’라고 말하고 나는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남편은 출근준비를 마치고 나가면서 ‘자기야~~~ 미안해. 갔다 올게.’라고 사과를 하고 나간다.
우리 가족은 이렇게 매일 싸운다.
소리 지르고 울기도 하고 집을 나가기도 한다. 물론 아이는 집을 나가지는 않는다.
주로 아빠와 엄마가 나간다. 화를 식히려고.
우리는 이러면서 가족이 되어 가고 있다. 서로에게 맞춰가고 조심할 행동을 알아가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