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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스텔라 Mar 22. 2022

B 커피숍에서의 시간

나에게 안부를 묻기 위해 가는 곳 





나는 한 달에 두 번 정도 B 커피숍을 간다. 차로 20분 거리인 그곳은 나에게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딱 좋은 거리에 위치해 있다. 집 앞에 S와 T 커피숍이 있긴 하지만 항상 북적이는 곳이라 코로나 이후로 가기가 꺼려졌다. 그래도 늘 가던 커피숍을 못 가니 답답한 마음에 '한 달에 두 번 B 커피숍 가는 날'을 정했다.


B 커피숍은 한 아파트 단지 앞에 있다. 가게가 모인 곳에서 약간 떨어진 언덕에 자리 잡았고 직사각형 구조라 내부는 좀 작은 편이다. 청록색 페인트가 칠해져 있는 한쪽 벽면에는 커피 도구와 예쁜 찻잔이 선반에 놓여 있다. 사장님은 50대 후반~60대 초반으로 추정, 머리 스타일과 옷차림이 깔끔한 편이다. 주문 외에는 손님에게 어떤 말도 걸지 않는다. 매장이 한가할 때는 책을 읽거나 가만히 창밖을 바라보신다. 사장님이 내린 커피는 서울의 유명 커피숍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맛이 훌륭하다. 우연한 계기로 알게 된 이곳은 처음 문을 열자마자 안도감이 느껴졌다. 마침 처음 갔던 날 매장에서 나온 곡이 내가 20대 초반에 몹시 좋아했던 팝송이었고, 손님들이 조용히 대화를 나누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사장님이 점잖은 분이시라 그런 분위기의 손님들만 오는 것 같았다.





르누아르_바느질하는 소녀





나는 내가 지금 어디쯤 와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고 싶을 때 주로 그곳을 간다. 한 번 갈 때마다 3시간 정도 앉아 있는데, 2시간은 독서를 하고 1시간은 그동안의 감정을 돌아보는 일기를 쓰곤 한다. 집에서는 잘 안 읽히는 책이 그곳에서는 이상하게도 잘 읽히고 삐뚤빼뚤하던 글씨가 거기서는 예쁘게 써지기도 한다. 그리고 그곳을 가는 날에는 잘 차려 입으려 한다. 사람들이 클래식이나 오페라를 보러 갈 때 정장을 입고 가듯, 그곳을 가는 날이면 옷을 한참 고른다. 평소에는 잘 입지도 않는 블라우스나 세미 정장 재킷에 손이 가기도 한다. 아마도 그곳의 분위기에 트레이닝복은 너무 성의 없어 보일 것 같고, 오는 손님들도 정갈하게 차려입은 모습이니 예의를 차리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서인 것 같다. 그렇게 잘 차려입고 앉아 있어도 결국 마주한 사람은 나지만, 단정한 내 모습이 왠지 좋다.


내가 나인 채로 있는 시간 동안 남편은 활발한 외동딸과 밖에서 열심히 놀고 있을 것이다. 인라인, 배드민턴, 연날리기 등등 아무리 체력 좋은 남편이라지만 한두 시간이 넘으면 슬슬 힘들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나는 남편의 시간을 보상해 주기 위해 그 근처의 유명 만둣집으로 향한다. 남편이 좋아하는 비빔만두와 김치만두를 포장하고서 집으로 가는 길, 다시 나는 주부로 돌아가지만 일주일을 살 수 있는 에너지를 얻었으니 기분만은 최고다.


그래서 나는 한 달에 두 번 B 커피숍에 간다. 내 자아에게 너를 보러 왔노라 노크하는 곳, 다음에 또 보자 하며 인사할 수 있는 곳이 있어서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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