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인
로얄백화점 앞 철제 벤치에 한없이 몸을 기대고 앉아 있었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은 아니었다.
광장에는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오고 번데기 장수가 틀어 놓은 메탈 사운드는 격정적인 노래가 되어 퍼지고 있었다.
If you go away, I am broken arrow...
누군가를 만나고 만나기 위해 기다리고 사랑하다 이별하는 삶의 드라마를 번데기 장수는 알고 있다.
욕망은 부드러운 봄바람 같은 것이어서 소문 없이 아이들을 집 밖으로 내몰고 한번 나간 아이들은 좀처럼 돌아올 줄 모른다.
이제 막 꽃망울을 터트리는 벚나무 그늘 아래로 봄밤은 차곡히 쌓여 간다.
성급한 열정과 인내심으로 어긋나 뒤틀렸던 지난 청춘의 연민이 등불을 내걸었다.
얼룩진 세상의 창에 봄비가 떨어진다. 입김을 불어넣어 적는다.
사 랑 한 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