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사의 기억] 경주 최부자집과 진주 남성당 한약방

과거와 현재를 잇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by 옥서연

오랜만에 경주 최부잣집을 들렀다.

20여 년만의 발걸음이다.

20여 년 전 이곳은 인적이 드물었으나 이젠 관광지가 되어 많은 이들이 찾고 있다.

조선시대 경주에서 12대 300여 년에 걸쳐 부를 갖고 있던 집안

그럼에도 육훈을 실천하며 백성들의 존경을 받았던 집안

그러나 일제강점기, 군부독재라는 시대의 아픔으로 이 집안의 부와 명성도 소멸해 갔다.


최부잣집을 둘러보며 문뜩 떠오른 이가 있다.

진주 남성당 한약방 김장하 어르신이다.

부랴부랴 발걸음을 돌려 진주 남성당 한약방을 찾아간다.

낡은 건물, 굳게 닫힌 셔터문

빛바랜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몇 년 전 경남 MBC '어른 김장하'라는 다큐를 보며 깊은 감동과 여운을 받았었다.

2025년 대통령 탄핵 여파로 의도치 않게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과 김장하 어르신의 인연에 세상이 주목한다.

이들의 인연이 세간에 알려지고 깊은 감동과 울림을 주는 것은

아마도 이렇게 사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한편 서로가 갈망하던 삶이라는 것을

서로 말하지 않아도 알기 때문일 것이다.


경주 최부잣집과 진주 남성당 한약방의 김장하 어르신

시대가 다르고, 공간이 다르고, 주어진 업은 달랐지만

부를 나누어 세상의 거름을 만들고, 그 거름은 시절의 어둠을 밝혀내는 희망의 빛이 되었으니

과거와 현재를 잇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아름다운 나눔의 실천에 천지가 들썩인다.


흉년에는 남의 논밭을 사지 말라

사방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사부작사부작 꼼지락꼼지락

줬으면 그만이지

이들이 있기에

세상은 지탱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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