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과학자 도마베치 히데토(苫米地 英人)의 <머릿속 정리의 기술>은 일상의 불안으로 대표되는 불편한 감정을 정리하는 기술을 담았다. 8개의 장으로 된 280쪽 분량의 이 책은 불안의 기원에서 시작한다.
1장 당신을 휘두르는 <감정의 쓰레기>들을 버려라에서 불안의 기원을 말한다. 오래된 뇌인 변연계의 편도체에서 관장한다. 추위와 기아 같은 생존을 위협하는 요인으로부터 적응하며 발달했다.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그러나 생존의 극단적인 위협이 사라진 도시에서 이 오래된 뇌가 일상을 지배한다면 불안의 감정인 슬픔, 분노, 공포, 긴장으로 일상은 산만해진다. 자연스럽지 않다. 다행히 뇌에는 전두전야라는 이성을 관장하는 부위가 있어 불합리한 불안을 통제할 수 있다. 저자는 전두전야 훈련에 주목한다. 인지과학의 관점에서 자극과 반응 사이에서 전두전야의 이성이 신호등 역할을 꼼꼼히 한다면 불안을 통제할 수 있다. 호메오스타시스, 몸의 항상성으로 안정된 상태로 유지도 가능하다. 불안은 이성으로 정리 가능하다. 정리의 기술은 곧 이성의 확장과 동의어다.
이성의 확장을 돕고 감정을 통제하는 기술이 무엇일까? 선명한 목표가 그 기술이다. 진정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를 설정한다.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 하고 싶은 일을 한다. 동시에 시점을 넓혀간다. 높은 추상도로 세계를 바라본다.
그러나 목표 설정부터 쉽지 않아 보인다. 타인의 목표와 자신의 목표를 혼동하거나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여 목표를 설정한다. 목표가 있더라도 그 목표를 이룰 수 있는지 의심하고 회피한다. 생계의 문제로 목표를 포기한다. 이는 불안의 감정이다. 높은 추상도로 통제 가능하다.
타인의 목표를 내 목표와 구분한다. 뇌의 기저부에는 망상체 부활계가 있는데 나와 관련된 정보만 선별해서 받아들인다. 따라서 우리는 자신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정보로 살아가고 있다. 타인의 정보가 여과없이 중요한 정보가 된다면 감정의 부산물이 많아진다. 이처럼 목표에도 사실과 판단처럼 구분이 필요하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정보의 구분과 함께 내부의 정보, 기억을 구분한다. 과거, 현재, 미래로 이어지는 직선적 시간관에서는 기억이 중요하다. 과거의 실패가 현재의 발목을 붙잡는다. 그 의심으로 인해서 미래도 과거에 종속된다. 미래, 현재, 과거로 이어지는 시간관에서는 미래의 목표가 현재를 지배한다. 과거의 실패는 이겨낸 역경으로 변모된다. 현재가 미래의 세계와 게슈탈트적으로 상호협력하여 노력하는 모습이다.
타인과 내 시선과 정보에는 객관적으로 보이는 사실도 있다. 생계의 문제이다. 사실이 아니다. 목표와 관련없는 일은 과감하게 그만둘 것을 권장한다. 기아와 추위와 같은 죽음의 위협이 사라진 도시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다 생계의 문제로 죽은 사람은 없다. 강제적 동기로 해야 하는 일을 한다면 자아존중감이 낮아져 잠재능력을 완전히 발휘하지 못한다. 정리가 필요한 감정이다. 한계가 지어지거나 고정된 틀과 거리를 두고, 목표를 세우면 뇌에서 인지적 불협화가 나타난다. 뇌는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을 탐색한다. 불협화가 해소되는 지속적인 실천과 선명한 목표로 현실감이 높아진다. 뇌는 목표하는 세계에 안착하기 위해서 더 강한 피드백을 준다.
높은 추상도, 시점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건 객관화 작업이다. 합리적이지 않은 불안의 해소이다. 목표 설정이 남았다.
인간의 뇌에는 동물에게 없는 전두전야 안와 내측부가 있다. 이 부위가 있어서 우리는 타인에게 도움을 주는 일이 자기희생으로 이어지더라도 행복을 느낀다. 목표의 궁극적 목적이 인간다운 행복이라면 자기중심적인 목표는 목표가 될 수 없다. 자기중심을 정리한다. 하고 싶은 일, 목표 설정은 타인의 기쁨으로 이어지는 일이다. 따라서 목표 설정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 중에서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다. 본심의 목표가 자기중심적이더라도 목표를 일단 받아들이고 높은 추상도로 자기중심적인 발상을 꾸준히 버린다.
사고하는 과정에서 논리의 모순에 빠지더라도 목표와 관련된 지식을 습득하는데 정진한다. 논리적인 사고력을 바탕으로 배경지식을 풍부하게 늘리는 것은 시점을 높여서 보는 것과 함께 추상도를 높이는 방법이다. 높은 추상도는 언어로 구성된 논리의 직선적인 사고로 인한 모순을 넘어서는 통찰력을 제공한다.
공포소설 작가인 H.P 러브크래프트는 "인간이 느끼는 가장 강력하고 오래된 공포는 미지의 것에 대한 공포다"고 말했다. 편도체가 작동되는 한 공포는 사라지지 않는다. 높은 추상도는 미지의 것에 대한 해방이고 공포, 불안에 대한 해소이다. 선명한 목표는 추상도에 밀도를 더한다.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 목표는 행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