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이북스의 사이코 시리즈는 정신분석학의 관점으로 일상을 보는 틀을 제공한다. 오이디푸스 콤플레스에서부터 나르시시즘, 공포증, 히스테리, 리비도 등 중요한 정신분석 개념을 88쪽에서 120쪽 분량으로 밀도있게 담아냈다. 사이코 시리즈 마지막 12권은 <시기심>으로 영국의 정신분석학자 케이트 배로스가 집필했다.
정신분석학에서 시기심은 치명적이고 해로운 마음으로 부러움과 질투와는 다른 마음이다. 엄밀하게 말해서 시기심의 목적은 파괴에 있다. 부러움은 선망하는 마음이다. 이 마음으로 작가와 화가, 음악가의 작품에서 풍요로움을 얻는다. 질투의 동기는 대상의 획득이다. 파괴적인 수단의 사용과 자신을 해친다는 점에서 질투는 시기심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시기심은 대상의 획득이 아닌 욕망하는 대상을 파괴한다는 점에서 질투와 다르다.
시기심은 나와 다른 사람을 해치는 마음이다. 내 내부의 긍정적인 표상도 무너트린다. 다른 사람의 긍정적인 또는 이질적인 부분을 받아들이는 능력을 해치는 것으로 이는 마음의 기반, 토대를 허물어트린다. 정도가 심해지면 세계를 거부하는 닫힌 마음이 되고 만다.
무의식적으로 다른 사람의 뛰어남은 감추고 열등한 부분을 부각하는 시기심으로 촉발되는 괴로움은 그 시기심의 거짓으로 인해 악순환이 반복된다. 시기심은 다른 면도 있다. 자신을 과대하게 포장하여 부러움과 질투, 시기심의 대상이 되는 것도 시기심이 원인이다. 폄하하는 행동도 시기심이다. 자신을 과도하게 폄하하는 행동은 투사가 이루어진 경우로 다른 사람의 시기심으로 인한 괴로움을 회피한다. 다른 사람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것도 투사적 동일시로 시기심이다. 이는 건설적인 관계를 훼손한다.
다른 사람과의 차이, 뛰어남에서 시기심은 자극되지만 정신분석학자 멜라니 클라인에 따르면 평화로운 마음, 순수함, 선량함에서도 자극된다.
이처럼 시기심은 다른 사람과의 모든 차이, 관계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개인적인 본성과 함께 관계는 아동기에서부터 청소년기, 성인기에 이르기까지 지속된다. 따라서 우리는 삶의 각 단계를 넘어서면서 정신적으로 미결된 문제로 인해, 나 또는 다른 사람의 성취를 보면서 시기심과 의도치 않게 마주한다.
사회의 불평등, 박탈감에서 발생하는 시기심과 미디어의 광고와 같이 의도적으로 자극되는 시기심은 개인적인 시기심과 구분이 필요하다.
인간은 다른 사람의 기쁨과 슬픔을 공유하는 공감능력을 지니고 있다. 그 능력으로 우리는 셰익스피어의 <오셀로>를 읽으며 시기심에 가득 찬 이아고와 그가 시기하는 오셀로와 부인 데스데모나에 나를 투사하기도 한다. 오셀로와 부인 데스데모나의 슬픔과 괴로움은 전달되고 그 체험은 반추와 죄책감으로 이어진다. 이아고와 같이 공감능력이 피폐해진 사람이 아니라면 말이다. 숨어있는 적 시기심은 인내하는 믿음과 책임감 있는 사랑으로 극복한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주고, 기뻐하며 받아들이는 공감능력, 사랑은 결국 시기심을 감싸 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