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세계
김명민 주연의 영화 <하루>는 지옥의 하루가 반복된다. 끔찍한 사건이 일어나고 그 사건이 종결되면 과거로 회귀한다. 시간의 법칙을 왜곡하는 세계로 예고 없이 던져진 의사 준영(김명민 분)은 따라서 이질적 세계의 구조를 파악해야 탈출한다. 지옥이 반복된다. 스릴러∙추리 영화 <하루>는 이(異)세계 구조의 진실을 의도적으로 숨기고 전진한다. 서사적 세계에서 인간은 두 가지 층위의 세계에서 산다. 경험세계와 내면세계로 내면세계는 발을 딛고 선 인간에게 영향을 준다. 경험세계의 해석은 내면세계가 한다. 초등학교 여아의 아빠 의사 준영이 보는 세계와 이제 막 결혼을 한 구급차 운전기사 민철(변요한 분)이 해석하는 세계는 다르다. 누군가의 내면세계가 물질화되어 준영, 민철의 경험세계가 된다. 더 나아가서 경험세계를 지배하는 내면세계가 나를 미워하는 마음으로 가득차 있다면 그 세계를 경험세계로 받아들여야 하는 나 준영, 민철에게는 지옥이다. 초등학생 딸 은정(조은형 분)이 눈앞에서 죽고, 죽는다. 민철의 아내 미경(신혜선 분)이 죽었다. 준영, 민철은 세계에 반항한다. 따라서 그 세계의 누군가 택시기사 강식(유재명 분)은 신과 같이 전지전능하지 않았다. 처절한 복수심이 강식의 마음을 지배하고 있었고, 강식은 준영의 딸과 민철의 아내를 죽이고 자신도 죽는다. 강식의 죽음이 트리거가 되어 세계는 과거로 돌아가고 다시 죽이고, 죽는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반복되는 지옥을 끝내는, 용서하고 싶은 마음이 편린으로 남아 준영, 민철의 고백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