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대하다
두려움이 있다. 어두운 골목길에서 사시미 칼로 위협하는 괴한과 마주하는 두려움이 있고 그 괴한이 벽 뒤에 숨어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은 두려움. 그러나 그것은 실현되지 않았다. 괴한이 사시미 칼로 살가죽을 잘라 피가 분사되지 않는 한 두려움은 실제로 실현되지 않았다. 죽음과 관계된 예언이 두려움이다. 대비되는 말이 담대함이다. 사시미 칼보다 적확하게 죽음으로 인도하는 총구가 머리맡에 있어도 담대하다면 두렵지 않다, 견딘다. 이준익 감독의 영화 <박열>은 일본에서 "나는 조선의 개새끼로소이다."고 당차게 말하는 스물 둘 박열(이제훈 분)을 담아냈다. 실화 영화이다. 박열은 일제강점기 일본 도쿄에서 조선인 신분으로 불령사를 조직하여 천황에게 저항한 인물이다. 합리적이지 않은 어떠한 종류의 권력에의 투쟁이 아나키즘이라면 박열은 철저한 아나키스트이다. 일본내 제국주의자, 인종차별주의자를 습격하고, 그들을 비판하는 잡지를 발행한다. 일본 황태자 히로히토 암살을 모의한다. 담대하라. 일본 정부는 경제 대공황에 관동대지진이 일어나자 폭동을 우려 계엄령을 선포한다. 명분으로 조선인이 우물에 독극물을 탄다, 방화를 저지른다 등 유언비어를 퍼트린다. 일본 국민은 그대로 믿어 자경단을 조직하여 관동대학살 조선인 최소 6,000명을 학살한다. 피바람이 부는 그 시기에 박열이 투옥된다. 조선인 최초로 대역죄로 기소된다. 일본내 재판에서 이준익∙이제훈의 박열은 조선인을 대표했고, 담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