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포진과 함께 살아가는 법

당신은 나의 동반자..?

by My Well

몽글몽글한 수포의 군집들은 어떤 원리를 통해 이렇게 주기적으로 피부의 한 구석을 차지하는지 신기하다. 정말 짜증 나는 인체의 신비다.


한포진에 대해 알게 된 것은 대학 4학년 때쯤이었다. 정확한 시점은 기억이 안 나지만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갈 때쯤이었던 거 같다. 손가락 안에 투명하고 작은 물방울들이 몇 개 생기더니 움직이다가 터져버리고 엄청난 가려움이 시작되었다.


이게 뭘까하고 인터넷을 찾아보니 한포진의 증상을 설명한 글과 가장 비슷했다. 근처 피부과 의사는 한포진이 맞다며 자가면역질환이고 원인은 꼬집어 말할 수 없으니 연고를 처방해 주었다.


어디 긁힌 것도 아니고 멀쩡히 있던 손가락에 물집이 생겼다 없어졌다 하니 참으로 신묘했다. 미용실 같이 화학제품에 지속해서 접촉하면 생기기 쉽다는데 나는 일상에서 비누, 샴푸, 세제 등 평범한(?) 물질에만 접촉해 왔을 뿐이라 억울했다. 또 이 상태에 비누 등에 닿으면 붉어지고 심하게 따갑기까지 하다. 물에 최대한 접촉을 피해야 하고 뾰족한 원인이 없다랬나.


이 핑계로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살 수 있다는 게 위안이라면 위안이랄까?... 또 개구리알 같은 수포가 굳고 떨어지기를 반복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나름의 희열(!)이 있다.


문제는 스테로이드다. 약을 바르면 귀신처럼 수포들이 사라지고 원래의 살로 돌아왔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증상이 반복되는 것이다..! 특히 손가락은 피부가 두껍다 보니 높은 등급의 스테로이드를 바르게 되는데, 완전히 낫지 않는 상태가 반복되니 이걸 바르는 게 맞나 싶었다. 아무래도 다른 원인이 있는데 그걸 그냥 둔 채로 외용제만 바른다고 낫지는 않는 느낌이었다.


급 무서워진 나는 최대한 약을 피하고 물에 안 닿기, 순한 화장품 쓰기 등 관리요법을 지키려고 했다. 심지어 중요한 시험을 보러 가서도 안 바르고 버티다가 가려워 미쳐버리는 줄 알았던 적도 있다(이건 어리석은 행동이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가려움이 한층 심해지고 신경이 날카로워져서 가만히 있어도 막 짜증이 난다...ㅋ... 역시 만병의 근원은 스트레스다.


신기한 건 이렇게 매일 나를 괴롭히는 이것이 어느 순간 감쪽같이 사라져 있다는 점이다. 화장실 들어갈 때 마음과 나올 때 마음이 다르다고 했던가. 손가락이 멀쩡할 때는 까먹었던 이 고통이 최근 다시 나타나서 예민해진다. 아 또 왜애~!!!! 잠깐 약을 발랐지만 끊자 어김없이 다시 올라온다. 건강하게, 알레르기 유발 물질과의 접촉을 줄이고, 스트레스 훌훌 털고 지내다 보면 또 귀신같이 사라져 있겠지... 릴랙스 릴랙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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