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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자신 Nov 08. 2020

백색소음을 아시나요

애미에게 자유를 허락해준 고마운 white noise

토요일 오후.

첫째와 둘째 모두 동시에 낮잠이란 것을 자고 있다!

이게 뭐 별거인가 싶겠지만, 모르는 소리.

아빠 없는 주말, 두 아이가 동시에 음소거 모드로 엄마에게 자유시간을 선물해줄 확률은 사실 아주 희박하다. 그런데 그 일이 지금 나에게 일어났다.


이 모든 것은 “백색소음” 덕분.

아기를 낳기 전까지는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던 낯선 단어였으나 이제는 절대 없어서는 안 될 고마운 존재. 계곡 물, 헤어드라이기, 빗소리, 청소기 소리... 누군가에겐 시끄럽고 거슬리는 소리일 수 있으나 아가들에게는 엄마 뱃속에서 듣던 소리와 유사하여 자장가 효과가 있다.


지금도 꼬물꼬물 둘째가 깰 거 같은 조짐이 보이면 백색소음(오늘은 청소기, 효과가 제일 좋음) 볼륨을 살짝 더 올려주고 꼬물대는 게 완전히 멈춘 후 다시 줄여주고 있다. 아기가 잠들자마자 소리를 갑자기 꺼버리면 아기는 단박에 깨버린다. 이렇듯 백색소음 볼륨 조절 또한 고도의 집중과 기술을 요하는 섬세한 작업이며, 이를 마스터한 엄마들에게는 조금 더 길고 안정된 자유시간이 보장된다.


백색소음. 어른들에게는 절대 아름다운 소리가 아니다. 특히 생후 4개월이 지난 우리 둘째에게 가장 효과가 좋은 청소기 소리는 진짜 말 그대로 시끄러운 소음이다. 하지만 분위기 좋은 재즈 음악을 들으면서 1시간 동안 아기를 재우는 것과 시끄러운 청소기 소리를 들으며 10분 만에 아기를 재우는 것 중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물론 나름의 육아 철학을 고수하면서 인공적인 백색소음이 아니라 직접 안아주거나 자장가를 불러주며 아기를 재우는 엄마들도 있을 것이고, 그들의 선택도 나는 존중한다. 하지만 백색소음이 어린 아기들에게 효과가 좋다는 것은 그만큼 아기에게 편안함과 안정감을 제공해준다는 말이고 적절하게 사용하면 엄마에게도 역시 조금 더 긴 휴식을 선물해줄 수 있기 때문에 나는 첫째 때에 이어 둘째에게도 종종 이 방법을 쓰고 있다. 그리고 이 기막힌 육아템도 아기가 커갈수록 효과가 점점 떨어지기 때문에 잘 먹힐 때(?) 적극 활용해서 엄마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 본다.


엄마가 되어 어린 아기를 재우다 보면 왜 이 시끄러운 소음을 눈에 보이지 않는 “하얀색 소음”이라 부르는지 금새 알아차릴 수 있다. 들리긴 들리지만 들리지 않는 것 같은 이 신기한 소음을 색깔로 표현하면 정말 “하얀색”이 찰떡이다. 잠투정 심한 아기에게 단잠을 선물하는, 엄마들 귀엔 안 들리는 고마운 white noise. 내일도 잘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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