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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자신 Nov 11. 2020

관종으로 산다는 것은.

간섭받고 싶지 않지만 잊혀지고 싶지도 않다

세 살 난 아들이 지금보다 훨씬 더 어렸을 때부터 우리 부부는 장난스럽게 아들을 이렇게 소개하곤 했다. “우리 아들은 별명이 관종이에요. 관심받는 걸 좋아한답니다.” 정말 그랬다. 우리 아들은 사람들이 쳐다봐주고 관심을 가져주면 한층 더 흥이 올라 신나게 놀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세상 조용했다.


연예인 중에서도 톱스타로 꼽히는 이효리 씨가 얼마 전 한 예능프로에 나와서 한 말이 기억난다. 조용하게 지내고 싶어 제주에 내려왔는데, 종종 서울에 가고 싶기도 하고 사람들의 지나친 관심이 힘들면서도 또 누군가는 나를 알아봐 주고 열광해줬으면 좋겠다고. 그 말을 듣고 나서 생각했다. 평생 살면서 타인의 관심과 무관심 중 하나만 택해야 한다면 사람들은 무엇을 택할까. 타인의 관심을 받아야만 살 수 있다는 타고난 관종은 따로 있는 걸까. 내가 내린 결론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일정 부분 관종의 끼를 가지고 태어난다는 것이다.


내가 다시 글을 쓰게 된 계기도 그러하다. 아직 말 못 하는 4개월 딸 그리고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내 말은 안 들어주는 34개월 아들과 함께 살며 어딘가에 내 이야기가 너무 하고 싶어 졌다. 물론 글쓰기를 단순히 해소의 차원으로 본다면 혼자서도 글을 쓸 수 있겠지만 글이란 자고로 읽어주는 사람이 있어야 비로소 생명력이 나타나는 법. 특출 나고 탁월한 글은 아니지만 그저 누군가 읽으면서 아, 이 사람은 지금 이런 생각을 하고 있구나 하며 고개를 끄덕여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했다. 그래서 지금도 둘째가 낮잠 자는 틈을 타 귀하디 귀한 시간을 쪼개어 글을 쓰고 있다. 이 글을 통해 나라는 사람도 살아가고 있음을 누군가 알아봐 주길 바라면서 말이다.


그런데 참 재밌는 것은 나와 많은 이들이 그토록 다른 이가 나를 알아봐 주기를 바라면서도 간섭받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는 거다. 다시 말해 내가 쓴 글을 많은 사람들이 읽어주는 것까지는 좋지만 누군가 내 글을 읽고 "애기 엄마, 애기 엄마가 그 정도도 못 참고 살아? 나 때는 말이야~" 라며 내가 살아가는 삶에까지 훈수를 두려 한다면 결코 유쾌하지 않을 거란 말이다.


인간은 혼자 살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타인에 의해 수동적으로만 사는 것도 인간의 본성과 반하는 것 아닐까. 간섭받고 싶지 않지만 잊혀지고 싶지도 않은 마음. 언뜻 보기엔 모순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우리의 마음을 이처럼 잘 표현하기도 어려울 것 같다. 간섭과 관심은 종이 한 장 차이로 우리를 살게 만들기도 때론 살고 싶지 않게 하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의 워너비 스타, 셀럽이라는 수식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조차도 인정했듯 우리는 오늘도 수많은 이들의 관심 그리고 무관심 속에서 적당한 줄다리기를 하며 살아간다. 관종임과 동시에 아싸(아웃사이더)이기도 한 우리 모두, 타인을 대할 때 관심과 간섭의 차이를 잊지 않는다면 세상은 조금 더 살만한 곳이 되지 않을까. 라며 오늘의 관종 모드 글쟁이는 이만 글을 마무리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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