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자신, 학창 시절 내 별명. 수업시간에, 설교시간에 하도 졸아서 붙여진 별명이다. "또자야~ 또 자?" 어디서든 잘 졸고, 잘 자는 나에게도 딱 한 번, 불면증이 찾아온 적이 있다. 2005년 8월, 고3 여름방학 때이다.
수능을 백여 일 앞두고 새벽에 일어나 밤늦게까지 공부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는데 어느 날 갑자기, 잠이 오질 않는 거다. 몸은 너무 피곤하고 머리도 깨질 듯 아픈데 눈을 감고 누워봐도 도무지 잠이 들질 않는다. 유독 해가 늦게 지는 여름 날씨 탓인지 이 지독한 수험생활이 끝나지 않을 거 같다는 불안감이 나를 잠 못 들게 했다. 우유를 따뜻하게 데워서 마셔보고, 목욕도 해 보고, 제목만 봐도 잠이 오는 두꺼운 책도 뒤적여 보았지만 소용없었다. 그렇게 한 5일이 지났을까? 잠이 오는데 잠을 못 자는 상황이 너무 답답하고 화가 나 소리 내어 펑펑 울기 시작했다. 한참을 그렇게 울며 쏟아내고 나니 거짓말같이 온몸에 힘이 빠지고 잠이 몰려왔다.
그동안 밀렸던 잠까지 푹 자고 일어나니 세상이 다르게 보였다. 자야 하는데, 계속 이렇게 못 자면 큰일인데, 하며 걱정하던 때와 달리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내려놓으니 그제야 진짜 잠이 찾아왔다. 그렇게 태어나 처음 불면증을 겪으며 깨달았다. 어디서든 어떤 상황에서든 달게 잘 자는 건 정말 축복이구나. 여지껏 '또자'로 불리는게 조금 부끄러웠는데, 앞으로는 이 별명을 더욱 자랑스레(?) 여기고 감사하며 살아야겠구나.
다시 긴긴 여름밤을 보내며 아무리 베개 위로 끌어다 눕혀놔도 어느새 뒹굴뒹굴 발 밑으로 내려가 있는 두 아이들 때문에 새벽에도 몇 번씩 잠에서 깨는 요즘. 숙면 따위 사치가 돼버린 일상이지만 불면증에 잠 못 이루던 그 해 여름에 비하면 귀여운 수준이다. 지금은 추억 삼아 이야기할 수 있지만,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불면의 밤. '또자'는 계속 '또자'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