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자상남 Jun 17. 2020

지금 이 시간, 힘들어하는 젊은이들에게

친구야 너는 아니?

처음인 것 같군요. 경어체로 글을 적어봅니다. 


독일은 오후 11시 30분이 됐습니다. 곧 잠을 청할 때가 되었군요. 저는 사실 요즘 잠이 잘 안옵니다. 정확하게는 마음만큼 푹 못 자고 일찍 깹니다. 개운하고 가볍게 일어나기보다는 무언가 피로감이 곁들어있습니다. HD 화질의 텔레비전이 아닌 브라운관의 약간씩 끊기는 옛 화질의 느낌이랄까요? 


오늘도 변함없이 논문을 쓰고 동네를 한 바퀴 산책하며 생각에 빠졌습니다. 하루 두 번, 나는 노래를 들으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거나 그저 떠오르는 생각에 몸을 맡기며 바람을 쐬러 나갑니다. 


참 바쁜 시기입니다. 대학원 졸업이라는 것 자체가 사실 큰 일인데, 나는 늘 그 조금 뒤를 함께 바라보았습니다. 두려움은 없지만 불확실로 인해 긴장감까지는 내려놓을 수 없었나 봅니다. 그 긴장감의 시간은 내게 많은 고독함을 지속적으로 가져왔습니다.


생각이 밀려들었습니다. 늘 함께하는 고독함, 알 수 없는 두려움, 내 삶과는 별 상관없는 그야말로 잡스런 걱정거리들이 쉴 새 없이 내 머릿속에 들어왔다 나갔다를 반복합니다. 그러다가 다시 언제 그랬냐는 듯 눈 앞의 논문을 붙잡고 한 씨름합니다. 한 마디로 웃음기 없이 바삭한 생활이 이어집니다. 한국에서의 생활이 기다려지고 그립기도 하지만, 사실 그곳에 막상 가더라도 내 머릿속 그 삭막함은 쉬이 사라지지 않을 것임을 압니다. 장소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 상황과 내 생각이 중요하기 때문이죠. 


심심한 탓에 뉴스나 유튜브를 보기도 겁이 납니다. 세상은 온통 불안하고 불편한 소식뿐입니다. 훈훈하고 따뜻한 소식을 위해서는 굳이 모험을 떠나 찾아야 할 정도가 됐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주어진 삶이 그럴 뿐이라고 이내 순응해버립니다. 


점점 인간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언젠가부터 그것이 내 행복으로의 길 중 하나라는 생각도 듭니다.


참 아픈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이 한 마디에 많은 의미가 담깁니다. 우리 삶은 아름다워야 하고, 우리는 행복해야만 하는데 말입니다. 


그렇게 생각의 꼬리를 물다 보니 내 삶을 다시 돌아보았습니다. 기쁨도 많고 보람도 많았습니다. 반면에 부족함도 많았고 부끄러운 죄도 많이 지었으며 슬픔도 가득했습니다. 


이제라도 정화가 되고 싶어 기도를 열심히 합니다. 언젠가부터 책에 나올 법한 내용일 뿐이라 치부해버린 채 우리는 선을 멀리하고 악을 일상으로 치부하며 좇는 꼴이 됐습니다. 


정화에는 사랑이 필요하고, 사랑에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러므로, 모든 변화의 시작은 용기를 가지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우리의 젊음이 아직 끝나지 않았고, 우리의 젊음을 더욱 아름답게 꽃 피울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용기. 그래서 변화하겠다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누군가는 지금의 시간이 처절하게 아프고 힘들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는 조금 덜, 또 누군가는 훨씬 덜. 하지만 우리 마음속 그 솔직한 감정은 아마 비슷할 것입니다.


그렇게 삶을 바라보고 나니 무언가 마음속에서 끓어오르듯, 펑펑 눈물 흘릴 것 같은 뜨거움이 솟아나는데 그것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이해인 수녀님의 <친구야 너는 아니>를 인용하며 나 스스로와 여러분들에게 속삭여 봅니다.


이 시대의 힘들어하는 젊은이들이여... 힘을 내십시오. 당신의 양 어깨를 붙잡고 토닥토닥 천천히 쓰다듬으며 이 말을 건넵니다. 



<친구야 너는 아니 / 이해인 수녀님>


꽃이 필 때 꽃이 질 때 사실은 참 아픈 거래


나무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달아줄 때


사실은 참 아픈 거래



친구야 봄비처럼 아파도 웃으면서


너에게 가고픈 내 맘 아니


향기 속에 숨겨진 내 눈물이 한 송이


꽃이 되는걸 너는 아니



우리 눈에 다 보이진 않지만


우리 귀에 다 들리진 않지만


이 세상엔 아픈 것들이 너무 많다고


아름답기 위해선 눈물이 필요하다고



엄마가 혼잣말로 하시던 얘기가


자꾸 생각이 나는 날


이 세상엔 아픈 것들이 너무 많다고


아름답기 위해선 눈물이 필요하다고 



그리고 이 밤 생각나는 노래 한 편 당신께 들려드립니다.


부활 11집 - 친구야 너는 아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