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조교의 업무는 생각보다 다양했다. 가장 중요한 것이 질의응답 즉, 모르는 문제를 즉각적으로 해결해주고 이해시켜 주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상담. 담임선생님이나 강사 선생님들과는 또 다른 관점, 그리고 생생한 경험을 덧붙이는 수험생활 상담, 생활 상담 등 여러 가지 학생들의 고민들을 들어주거나 해결해주려고 노력하는 것이 있다. 마지막으로는 보충 수업이 있다.
반발도 있었다. 강사들의 업무영역과 겹치다 보니 선생님들의 질타를 대놓고 받거나 은근히 눈칫밥을 먹은 일부 조교들이 있었다고 한다. 나도 예외가 아니었을지도 모르지만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들은 적은 없다. 오히려 격려와 칭찬을 받았다.
수학 조교들은 정기 외출이 허락된 주말을 제외하고는 윈터스쿨 기간 내내 아이들과 함께 했다. 모든 자율 학습시간과 쉬는 시간을 말한다. 공부하는 학생들이라면 질문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것이 순리다. 특히 문과 학생들은 수학을 피해 문과를 선택한 경우도 많기 때문에 그들에게 질의응답의 의미는 남다를 것이다. 한 명의 강사가 수업을 마치고 진행했던 공식적인 질의응답 시간은 제한적이었다. 선생님의 수와 질문시간은 적은데 학생은 수백여 명이니 말이다. 현실적으로 인력이 달렸다. 그 점을 보완하고자 학원에서는 수학 조교들을 고용했다.
달리 마다할 이유가 없는 점도 있다. 윈터스쿨의 커리큘럼이 아무리 빠르고 넓어도 방대한 학 학년의 공부량을 5주 만에 모두 다루고 학습시킬 수 없다. 일부 학생들이 기말고사 등을 이유로 배워야 할 범위를 모두 다 훑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학원에서는 수학 조교들이 자율적으로 보충 수업을 진행해, 희망자에 한해서 수강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했다. 특별히 수업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진 않았다. 막상 실장님의 오더를 받으니 의욕이 생겼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이라는 점이 가장 나를 자극했다. 내가 알고 있는 부분을 좀 더 효과적이고 빠른 시간에 깊이 있게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은 더욱이 수업이다. 여러 명의 수학 조교들이 보충수업에 참여하기로 했다. 모두가 기억나지는 않지만 나, 창주, 상현이, 건희, 주봉이 등이 주말에 외출을 가지 않고 남아 특강을 진행했다.
문제가 있었다. 준비를 하다 보니 초짜들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 수업은 질문과는 전혀 다른 영역의 일이었다.좋은 수업이라는 것이 반드시 실력 있는 사람이 한다고 해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실력과 더불어 훌륭한 전달력, 그리고 수업에 임하는 열정이 함께 겻들어져야 하는 종합 선물과 같다. 우리는 전달력만큼은 당장 준비되어 있는 것이 없었다. 적어도 처음에는 뭐 하나 가지고 있는 것이 없어 보였다. 우리는 준비를 해야 했다.
바로 여기서 이 글을 쓸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인 '열정'이 나온다. 열정이 있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더욱더 다가갈 수 있었고, 소통할 수 있었고, 서로를 위해줄 수 있었으며 사랑하고 받을 수 있었다. 또한 열정이 있었기 때문에 그 시간을 추억할 수 있고, 아련히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