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태초의 자연을 만나다

아이슬란드 감기 #7

by 김제르
아이슬란드에서 감기에 걸린 건 아니다. 하지만 아이슬란드 바이러스에 감염된 건 맞다. 놀라운 대자연에 몸이 으슬으슬 떨리고 아기자기한 시내에 반해 몸져누울 정도다. 바이러스가 잔뜩 퍼졌는데 아프진 않다. 이건 분명 감기 같은데..
싱벨리어 국립공원 전경


7화 : 태초의 자연을 만나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게 어느 정도 적응이 돼 눈을 뜨니 7시였다. 대충 안 춥게만 입고 나가서 조식을 먹고 투어를 준비한다. 오늘은 아이슬란드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골든 서클(굴포스, 싱벨리어 국립공원, 게이시르)을 갈 예정인데, 상대적으로 거리가 가까워 9시 30분에 출발한다. 투어 중에선 가장 여유로운 시간이다. 9시까지 미니 버스를 타기 위해 거리를 나서는데 그 깜깜한 아침에 아이들이 부모님 손을 잡고 등교를 한다. 한국 같으면 8시 30분이면 충분히 밝은 시간인데, 저 꼬마들은 뭔가 야간 같아 보인달까?


픽업 장소에 도착하니 여러 관광객들이 보인다. 골든 서클 외에 다른 투어들도 있으니 픽업 장소가 북적북적한다. 9시에 미니 버스가 출발하는데 한 중국인 관광객 모녀가 버스를 놓친 모양이다. 사실 출발 시간과 투어 회사, 투어 상품만 알면 웬만해선 버스를 놓치기 쉽지 않은데 모든 버스를 붙잡고 이름과 투어 상품을 말하며 애를 태우고 있다. 아마도 시간을 헷갈린 게 아닐까 싶다. 보통은 버스 기사들이 본사에 연락해 확인을 해주는데 이미 출발을 해버린 모양이다. 본인들만 모르는 분위기가 안쓰럽다.


이런 깜깜한 아침에 아이들은 등교한다


“김제르, 원 펄슨”을 확인받고 버스에 앉아 있는데 9시가 지나도 출발을 하지 않는다. 뭔가 싶어 봤더니 한 명이 안 온 모양이다. ‘지각하면 기다려주지 않는다’라고 고지는 돼 있지만 역시 사람 일이 어디 그런가. 하지만 더는 기다릴 수 없어 버스는 출발했다. 근데 본사에서 무전이 오더니 다시 버스를 돌려 지각생을 태우러 간다. 한 사람 때문에 모두가 본의 아니게 지각을 해버렸다. 투어 버스는 이미 꽉 찼고 늦게 온 미니 버스 일행들은 기웃기웃 자리를 찾는다. 역시 늦게 타면 자리가 없다. 커플까지 따로 앉아 갈 판이다.


나야 혼자니 아무 데나 앉아도 상관없었지만, 어찌하다 보니 두 자리를 혼자 쓰게 됐다. 근데 뒷자리 사람이 엄청 신경 쓰인다. 중국인 관광객으로 보이는 남자는 시종일관 뭔가를 먹어댄다. 쩝쩝 소리와 음식 냄새가 끊이질 않는다. 분명 버스에선 음식물 금지인데! 거슬려서 한 마디 해야겠다 싶었는데, 뭔가 세고 단호한 문장을 만들다가 타이밍을 놓쳤다. 정석대로 말하면 너무 공손해 보일 것 같아 머리만 굴리다 도착해버렸다.


산도, 언덕도, 길도, 어디나 다 눈과 얼음인 척박하고 광활한 자연


첫 도착지는 싱벨리어 국립공원이다. 겨울이라 더 그런지 온통 돌과 얼음 천지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는 모르겠지만 광활한 곳 모두가 국립공원인 모양이다. 팻말 하나 꽂혀 있는 게 전부지만 여하튼 국립공원이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쩝쩝거리던 뒷자리 남자가 나한테 “여기가 무슨 국립공원이냐”고 묻는다. 괜히 심퉁이 나서 “모른다”고 대답했다. 속으로 ‘너한테는 안 알려줘’라며 못된 아이로 둔갑했다.


싱벨리어 국립공원은 가이드와 함께 투어를 한다. 들판을 지나고 다리를 지나고 얼음길과 협곡을 지난다. 길이 온통 얼어 2명의 여자 관광객이 꽈당 미끄러지고 말았다. 여기저기서 안 미끄러지려고 허우적거린다. 관광지인 데다가 여러 사람이 함께 다니는데도 굳이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있다. 그나마 아이코스를 많이 피우는 편이고, 꽁초를 버리지 않고 가져가서 다행이지만 연기는 어쩔 건가?!


하늘이 멋졌던 비크의 작은 교회


다시 버스를 타고 간 곳은 비크에 있는 작은 교회다. 이름을 뭐라고 설명했을 텐데 귀담아듣지 않았다. 사실 쉬어가는 코너 비슷한 개념이었는데 의외로 주변이 예뻐서 인상에 남았다. 창문으로 보이는 풍경을 찍다가 엄마, 할머니와 함께 여행을 온 필리핀 여인과 살짝 안면을 텄는데, 나중에 레이캬비크 시내를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다시 만났다. “그날 투어!”라며 서로 알아보고 인사를 했지만 걔네 엄마랑 할머니가 계속 불러서 그냥 가버렸다는 슬픈 사연.


싱벨리어 국립공원뿐 아니라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서 본 모든 풍경이 국립공원급이다. 어딜 봐도 신기하다. “너무 예쁘다”, “너무 멋있다” 정도로 표현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경이롭다”라는 말이 아이슬란드에 더 어울린다. 아마도 문명 발생 이전의 태곳적 자연이 이런 모습이 아니었을까? 인류가 손을 안 댄 날 것 그대로의 자연이 이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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